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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50대조차 ‘실망’... 국정운영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취임 3일전 ‘지지율 44%’.. 최악의 박근혜
 
[정운현 칼럼] 보수·50대조차 ‘실망’... 국정운영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2-22 16:02:08 | 최종:2013-02-22 16:32: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뭐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시작만 하면 그걸로 이미 절반은 한 셈이라는 뜻이다. 그 만큼 매사에 시작은 중요하다. 그런데 시작을 잘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 없이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취임식준비위에서 행사장을 꾸미고 취임식 예행연습을 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국가적 행사이니만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충북 옥천의 기차역 대합실에 내걸린 '시작이 반' 액자 ⓒ 진실의길

 

그런데 정작 새 대통령에 취임할 박근혜 당선인 측의 준비는 태부족인 것 같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총리를 비롯해 각료 임명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새 정부의 골격인 정부조직개편안도 야당과 협의를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어제부터 시작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질타 속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처절하고 무겁기만 하다. 그간 언론이 검증,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있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는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꼭 5년 전 얘기다. 이제 막을 내리기 일보 직전인 이명박 정권은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진 인사들을 각료로 지명해 세간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5년 뒤인 지금 꼭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더 하다는 지적도 있다.

5년전 판박이...되레 새 '메뉴' 추가

위장전입, 논문 표절, 병역비리, 증여세 등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전관예우…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메뉴’가 추가됐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군수업체 로비스트 활동과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미국 CIA 연루의혹 등이 그것이다.

김 후보자의 경우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전역 후 군수업체에서 거액을 받고 로비스트로 활동한 사람이 국방장관이 되면 영(令)이 서겠는가? 또 미국이 자신의 조국이라고 했고, 미국 정보기관과 특별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을 과학기술정보 총책임자로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탕평인사와 국민대통합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그러나 막상 초대 내각가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놓고 보면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MB 정부의 ‘고소영’에 빗대 ‘성시경’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는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지율이 좋게 나올 리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1일 사흘간 전국 성인 1천234명을 대상으로 정례 주간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44%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당선인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준비된 여성대통령' 박근혜 후보가 서울 광화문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YTN 화면 촬영)

 

후보 시절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당선인 치고는 너무도 초라한 현실인 셈이다. 취임하더라도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박 당선인의 승리에 결정적이었던 50대조차 부정적 평가가 33%나 나왔다고 한다.

인수위는 어제 새정부의 국정목표 등을 밝혔는데 전체적으로 두루뭉수리하고 내용이 알맹이가없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지난해 총선 때부터 큰 이슈였던 ‘경제민주화’는 온데 간데 없고 게다가 복지공약도 크게 후퇴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물거품 된 대선 공약...'네네총리' 등장한 판

<한국갤럽>이 박 당선인에 비판적인 평가를 내린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절반이 넘는 52%는 ‘비리인사 추천’을 꼽았고, 12%는 ‘'국민소통 미흡’을, 그리고 10%는 ‘공약실천 미흡 혹은 입장 바뀜’을 꼽았다고 한다. 이 속에 답이 전부 들어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 관계자가 나서서 “‘고소영’보다 ‘성시경’이 더 문제”라고 강변하고 나섰겠는가?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의화 의원은 ‘전관예우’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을 겨냥해 “그런 분이 새삼스럽게 출세까지 하겠다고 하시니 이는 우리 국민들에게 굉장한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보수단체인 선진화개혁추진회의도 논평을 내 “전관예우로 많은 부의 축적은 고위공직자에게 치명적 결격사유"라라며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후보지명 수락을 고사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한 조순형 전 의원은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를 겨냥해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의 결과’라며 자진사퇴를 주장했다.

‘호남총리론’이야 대선 정국에서 호남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선거용이었다고 치자. 그러나 ‘여성대통령 시대’에 여성 각료가 고작 2명뿐이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책임총리제’는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다. ‘책임총리’ 대신 ‘네네총리’가 나올 모양이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기대감은커녕 이처럼 절망이 넘쳐나는 경우는 미처 보지 못했다.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게 있는 데 그게 전부 무너진 느낌이다.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오죽하면 보수 ‘조중동’의 <동아>조차 비판자로 돌아섰겠는가. 새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지만 지금 우리 국민들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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