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과 남북의 평화협력을 향한 새 날이 밝았다. 천만에 달하는 위대한 국민항쟁의 염원이 현실에서 실현되어야 할 2017년이다. 지난해가 쌓이고 쌓인 국민의 분노와 바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해였다면 올해는 그 힘을 바탕으로 명실상부 국민이 정치의 주인으로 바로 서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4.19나 광주항쟁, 6월 항쟁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면서 겪어야 했던 참담한 좌절감을 뼛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를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 국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전환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이 실현을 위한 목표는 다음과 같다.
▲ 새로운 민주개혁정권을 세우자
올봄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서 우리는 새로운 민주개혁정권을 세워야 한다. 민주개혁정권이란 국민항쟁이 요구하는 적폐청산과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개혁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삼는 정권이다. 민주개혁정권이란 더 이상 대북 적대에 매달리지 않고 주동적으로 남북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제2의 6.15 통일시대를 열어나가는 정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개혁정권은 단지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형태는 야당 단독일 수도 있지만 여러 민주개혁세력이 참가하는 연합(연립) 형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새누리당 부역자들이 개혁적 보수로 분칠하고 이름만 바꿔 참여하는 공동정부는 절대로 민주개혁정권이라 할 수 없다.
민주개혁정권을 세우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수구보수 세력들이 일부 분열되고 야당과 개혁세력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다고 하여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는 국정교과서를 유예시켜 시간을 끌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예술인 블랙리스트 실행 총괄책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를 문체부 제1차관에 임명해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사드배치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색깔론과 안보논리를 내세워 강행하려 하고, 경제와 민생을 앞세워 재벌문제와 적폐청산을 덮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소위 개혁적 보수로 분칠 한 새누리당 부역자들은 개헌을 미끼로 야권을 분열시키고 여론을 호도하여 차기 정권을 넘보고 있다. 더 나아가 귀국하는 반기문 전 총장을 내세워 야당 일부와 통합하는 ‘신3당 야합’설마저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다. 어떤 경우도 새누리당 부역자들과 야합하여 권력을 공유하려는 시도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로 준엄히 단죄될 것이다.
민주개혁정권을 세우기 위한 초석은 이 달 임시국회에서 적폐청산과 개혁실현을 위한 입법화에 있다. 민주당이 이달 초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정책협의회를 개최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퇴진행동이 제시한 ‘6대 긴급현안’은 박근혜 정권 적폐청산과 개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다. 야당은 “입법은 국회 몫”이라거나 “개혁보수신당이 이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식으로 의회라는 제도적 틀과 국민을 가르려 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은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정치 의지를 우선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사의 대변자이자 충복으로서 야당이 가져야 할 기본태도다. 적폐청산과 개혁과제 입법화는 특검의 성공적 결실을 담보한다. 특검이 국정농단 세력의 단죄에 초점이 있다면 적폐청산은 이를 가능케 한 부패한 기득권 체제와 구조를 바꿔내는 길이다. 민주개혁정권은 이승만 정권 이래 쌓이고 쌓인 70년 적폐를 쓸어내는 일에서부터 출범할 수 있다.
▲ 남북 화해와 협력 제2의 6.15 통일시대를 열자
이명박-박근혜 정권 최대의 실정 가운데 하나는 남북관계를 거꾸로 되돌려 적대와 대결, 긴장과 반목의 관계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얻은 것은 횡행하는 반북과 종북 이데올로기, 색깔론이요, 잃은 것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으로 대표되는 남북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의 길이다. 반북대결의 유탄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마저 죽여버렸다.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건설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무너지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지난해 영국의 EU 이탈(브렉시트)로 시작된 대서양 동맹의 동요는 중동과 아시아로 파급되어 오랜 미국 추종국이었던 터키와 필리핀의 이탈로 이어졌다. 시리아 전쟁에서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의 승리는 미국 중심 중동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오고 있다. 미국 일변도인 일본마저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추진하면서 독자적 외교노선을 준비하고 있다. 급기야 새로 선출된 미국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12월6일 노스캐롤라이나 연설에서 미국은 더 이상 외국의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해외 분쟁 개입도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것은 전후 미국 대외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대한반도 정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반북대결 이외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국내의 주류 언론과 정부는 트럼프 내각이 강성 인물들로 채워져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햄버거 미팅’ 발언이나 미군 철수 발언을 선거용으로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다. 그러나 최근 CNN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타파할 수 있는 ‘5대 외교 관행’이라는 제하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첫 이슈로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미국외교협회(CFR)에서 발간한 ‘보다 첨예한 선택, 북한 (A sharper choice on NorthKorea)’이란 미국의 대북전략 제안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정책은 완전히 파산하였고 미국 새 정부는 북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중국의 지난해 1월 제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 외교협회의 주요 성원들이 트럼프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무부의 주요 자리에 선임되었다.
북미 간에는 이제 대결보다는 대화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양국은 지난해 10,11월 두 차례의 비공식 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이 회담에 참석했던 미국의 38노스(north) 운영자 조엘 위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바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대화 재개에 관한 구두 메시지를 보낼 것을 제안하였다. 남북관계 역시 이제는 대결을 중단하고 대화로 나아가야 한다. 미-러 간의 화해로 표현되듯이 미국 주도의 대결 질서가 바뀌고 있다. 한반도의 대결 질서도 이제는 평화와 통일을 향한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중차대한 시대적 임무를 반북대결의식에 물들어 있는 기존의 수구보수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 민주개혁정권이 들어서야 하는 또 하나의 근본 이유이다.
역사에는 비약의 시기가 있다. 전후 70년 중첩되어온 모순들이 전 세계적으로 터져 나와 세계사적 전환을 추동하고 있다. 우리의 국민항쟁 역시 이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분열하지 말고 단결해야 한다. 작은 차이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2017년, 그 어느 때와 다른 전환의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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