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vs. '금기 도전', 작품은 결국 철거... 표창원 "책임지라면 지겠다"
17.01.24 20:15l최종 업데이트 17.01.24 20:15l
"이 그림은 여성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성적 비하하며 조롱하는 것, 사회가 쌓아 올린 도덕과 상규를 훼손하는 것. 즉각 전시를 철회하고 표창원 의원은 여성·국민에게 사죄하라." (새누리당·바른정당 여성의원 14명 일동)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분노는 주권자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여성' 대통령, '여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해당 작품의 전시 철회를 촉구한다." (국민의당 여성의원 8명 일동)
"'더러운 잠'은 올랭피아를 재해석해 현 정권에 보내는 금기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이며 권력자들의 추한 민낯을 들춰낸 패러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 그러나 풍자 작품 모두가 폄하·철거돼야 할 쓰레기 취급을 받는 건 단호히 반대한다."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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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풍자한 누드화 국회 전시 논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곧, 바이전'이라는 제목의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가 내걸려 '여성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드로 풍자됐고,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침몰하는 세월호 벽화를 배경으로 주사기 다발을 들고 시중을 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복부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사드로 보이는 미사일 그림이 그려져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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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국회는 그림 한 점 때문에 시끄러웠다. 한쪽에서는 "사회도덕을 훼손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패러디 작품"이라며 변호한다.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어떻게 대통령 각하를 발가벗기느냐"며 해당 작품을 발로 밟아 망가뜨렸고, 81세 남성 백아무개씨도 작가들을 향해 "X같은 놈들"이라며 욕하는 등 격한 감정을 보였다.
논란이 된 그림은 시국 풍자 전시회 '곧바이전(곧,BYE!展)' 60점 중의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 나체가 묘사된 '더러운 잠' 작품이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 전시회를 주관한 '표현의 자유를 지향하는 작가 모임'은 표창원 의원실(민주당) 협조로 지난 20일부터 국회 1층 로비에서 전시해왔다. 그러나 해당 작품이 훼손되는 등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해당 작품을 포함한 60점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이 작품이 논란이 되자, 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더러운 잠'은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비판을 존중한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작품 논란으로 인해 표 의원은 당내 윤리심판원에 회부되는 등 징계도 받게 될 예정이다(관련 기사: 민주당 지도부, '풍자 그림 논란' 표창원 의원 징계 착수).
화요일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날인데, 여성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최고위원의 문제 제기로 긴급 회의가 소집돼 속전속결로 '윤리심판원 회부'가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서는 "의원 한 명의 처신으로 당 전체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표 의원을 힐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여성 의원 "성적 대상화 방식 틀렸다", 보수회원 "감히 대통령에게"
그림에 대한 국회 내 논란도 뜨거웠다. 여성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대체로 거셌다. 새누리당·바른정당 여성의원 14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그림은 최소한의 상식마저 저버린 것이다. 표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표 의원은 여성은 물론 국민에게 사죄하라"면서 '즉각 전시 철회'를 요구했다.
뒤이어 나온 국민의당 여성의원 8명의 성명은 다소 누그러졌다.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분노, 그에 따른 표현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나, 그것이 '여성' 대통령이나 '여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성적 대상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지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해당 작품의 전시 철회와 사과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국정농단 등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성적 대상화나 여성혐오로 표현되는 것을 반대한다. 어떠한 비판이나 풍자도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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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보수단체 회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곧, 바이! 展'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풍자한 그림을 집어 던지고 있다.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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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당 작품을 바닥에 내팽개쳐 훼손한 이들은 비판의 지점이 달랐다. 여성의원들이 '여성 비하', '성적 대상화'라는 점에 맞춰 비판을 제기했다면, 이들은 '대통령'이라는 지위·나이 등에 기반해 작가들을 비판했다. 이날 한 남성은 작품을 밟으면서 "어떻게 대통령 각하를, 감히 한 나라 대통령을 발가벗기느냐. 너희들은 어미애비도 없느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추후 보수단체 회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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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여성비하 의도 없었다" 해명
논란이 커지자 전시를 주최한 작가들은 국회에서 성명서를 낭독했다. "금지를 금지하라. (이는) 금기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이며 권력자들의 추한 민낯을 들춰낸 패러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작품으로 인해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라면서도 "이 전시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와 풍자다. 불편하다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여성정치인들의 항의 성명이 나오는 것에 대해, 작품을 만든 이구영 작가는 기자들과 만나 "'누드'라는 데 초점을 맞춰 비판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여성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여성의원은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저도, 제 동료 의원도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모욕감을 느꼈다"라며 "표현의 자유도 좋고 풍자도 좋지만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봤다"며 "SNS에 입장을 밝힌 문재인 전 대표도 굉장히 화를 냈다고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별 구분을 떠나 당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표 의원은 관련해 "모든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는 개입하지 않았다. '표창원이 작품을 골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면서도 "민감한 시기에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존중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라고 밝혔다.
박찬우, 윤종필, 김정재, 김승희 의원 등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표 의원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상태다. 해당 작품을 훼손한 일부 남성 시민 3명도 여의도 지구대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국회 내 예술 작품의 '여성 비하' 논란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이번에도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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