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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친(親)러’를 선택한 까닭?

키신저의 ‘친(親)러·반(反)중’ 구상,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될 가능성 높아
▲ 트럼프(왼쪽)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구상한 키신저(오른쪽)

트럼프 미 행정부가 친(親) 러시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초대 국무장관으로 친(親) 러시아 성향의 틸러슨(Rex Tillerson)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낙점했다.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에서 41년 동안 일한 틸러슨은 석유와 가스사업을 매개로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적대적인 제3세계 지도자들과도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바보나 어리석은 자들이 '반러'를 이야기 한다”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러시아는 미국을 훨씬 존중할 것이며 두 나라가 협력해 세계의 많은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또한 13일 세르비아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나 새로운 미 국무장관은 모두 러시아와의 상호관계 발전을 지지한다”면서 “미러 관계 구축과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14일 사설에서 “틸러슨 지명자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고 있는 관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길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에서 41년 동안 일한 틸러슨(왼쪽)은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친(親)러 정책이 확고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미국의 전통적인 적대국인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맺으려는 트럼프의 속내는 뭘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친러’ 외교정책 설계자의 구상을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설계자는 바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다. 냉전 시대를 주도했던 키신저와 트럼프의 인연은 지난해 6월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뉴욕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외교 조언을 들은 뒤 ‘친 러시아’ 정책을 핵심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키신저 전 장관도 지난해 말 많은 우려가 쏟아진 트럼프 당선인의 틸러슨 국무장관 낙점에 대해, “훌륭한 선택”이라고 화답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6일 독일의 Bild Zeitung newspaper에 “크림 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라며, ‘친러’외교의 정책적 구상을 드러냈다.

키신저의 구상은 “미국을 위협하는 유라시아 전선(러시아·중국·이란)을 해체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은 서로를 분리(breaking)시키는 것이다. 구 소련 시절과 달리 현재 중국이 러시아보다 강하다. 때문에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의 위협을 막고 이란을 약화시키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키신저의 ‘친(親)러·반(反)중’ 정책이 반영된 것일까.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접근을 막아야 한다”라며 중국을 자극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1979년 단교한 이래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초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신저로 말하면 1970년대 초반 핑퐁외교를 앞세워 ‘죽의 장막’을 열어젖힌 장본인이다. 당시 중국은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잡으면 된다)을 앞세워 소련과 등지고, 미국과 손을 잡았다. 또한 소련과 군축협정을 체결해 (소련) 붕괴의 물리적 기초를 마련했던 미 국무부의 전설적인 외교관이다.

트럼프가 키신저의 ‘친(親)러·반(反)중’ 외교를 완전히 채택했는지, 또한 이를 지속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키신저의 구상이 미 국무부를 통해 실현된다면, 1991년 소련이 붕괴된 것처럼 G2에 진입한 중국의 ‘대국굴기’가 좌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미·중·러는 치열한 외교전을 예고하고 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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