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해직 교사의 조합활동이 문제? 이게 불법이면 다 불법이다

언론사, 대기업, 병원, 지하철, 대학 다 되는데...
오직 '전교조만 안된다'는 노동부

[이슈 분석&주장] 해직 교사의 조합활동이 문제? 이게 불법이면 다 불법이다

13.03.02 17:13l최종 업데이트 13.03.02 21:49l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닌달 26일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한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 앞에서 진정서 제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6만여 명의 조합원 중 20여 명이 해직교사라는 이유로 노동부와 교과부는 지금 전교조의 합법 노조 지위를 박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교조 활동 중 해직 당한 교사들을 조합원으로 보호한다는 전교조의 규약을 문제 삼아 이를 개정하지 않을 시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와 마찬가지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가진 노동조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행법상 노동조합은 설립 신고 때 규약을 제출해야 하므로 노동부는 모든 노조의 규약을 가지고 있다. 다른 노조의 해고자 인정 규약에는 눈 감으면서 전교조만 탄압한다는 이중잣대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KBS, MBC, YTN... 해직 기자들 모두 노조원 활동

지난 MB 정부에서 여러 해직 언론인이 발생했다. MBC 이용마와 최승호, YTN 노종면, 국민일보 조상운 등이 바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 방송사와 언론사 노조들이 가입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규약은 해직자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해직기자들은 지금도 대부분 노조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규약 제7조(조직대상)
전국의 언론 산업 및 관련사업 노동자, 그리고 조합 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는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MB 정부와 노동부는 언론노조나 그 산하 방송사, 언론사 노조들의 이런 규약을 문제 삼거나 이들이 노조원으로 있는 것에 대해서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이런 규약은 방송사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조들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우리나라 최대 산별노조라는 전국금속노조 역시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규약으로 명시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주장은 전교조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전교조 역시 학교별 노조가 아니라 전국적 산별노조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 금속노조 규약 제2조(조직대상)
금속산업과 금속관련산업 노동자와 다음 각호의 자는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1.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


현대, 삼성, 기아... 심지어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어도

언론노조나 금속노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인 현대, 삼성, 기아, 엘지 등의 기업노조에서도 해고자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규약 제8조(조합원 자격취득 및 탈퇴)
1. 다음 각호의 자는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한다.
1) 퇴직 또는 해고되었을 때. 단, 해고 처분에 불복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는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할지라도 정당한 조합 활동에 의한 해고로 판단되면 대의원회 의결로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 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 제8조(조합원의 자격취득 및 상실)
(주)현대미포조선 종업원은 다음의 자를 제외하고는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
1. 회사에서 퇴직 또는 해고된 자 (단, 본조 제1항의 해고에 불복하여 노동위원회나 행정관청에 구제 신청한 경우 그 결정이 있을 때까지 조합원 자격 유지하고, 해고 처분에 불복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는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할지라도 정당한 조합 활동에 의한 해고로 판단되면 대의원대회 의결로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 삼성일반노동조합 규약 제6조(구성)
조합은 삼성그룹 전계열사, 그 산하 사내하청업체,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및 종사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로써 전문의 정신과 본 규약에 동의하는 자로 구성한다.

○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규약 제10조 [자격의 상실]
다음 각 항의 자는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한다.
① 해고, 퇴직 또는 사망했을 때. 단, 해고의 경우 대의원대회에서 정당한 조합 활동으로 의결된 자는 예외로 한다.

○ 엘지화학 노동조합 규약 제11조(자격의 상실)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조합원은 그 자격을 상실한다.
4. 조합원의 노조 활동상으로 해고되어 법적으로 (민사까지 포함) 해고 무효투쟁을 하는 자와 이후 계속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자는 조합원으로 인정한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노동위원회 결정이나 심지어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더라도 대의원대회에서 정당한 조합활동에 의한 해고로 판단하여 조합원 자격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노조 신화로 잘 알려져 있던 삼성에는 '삼성일반노조'가 아예 삼성의 해고자들만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으며, 기아자동차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정당한 노동조합으로 의결된 해고자는 노조원으로 인정하며, 엘지화학노조 역시 해고 이후 계속 노조활동을 하는 자는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 공기업 노조도 마찬가지

사기업 노조뿐 아니라 많은 공기업·공공기관 노조도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규약 제11조(신분 보장)
1. 조합원이 조합 공식기구의 결정사항을 수행하다 신분 또는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할 경우는 총회(대의원대회)의 결의로써 신분을 보장하고 이로 인한 피해보상을 할 수 있다.

○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규약 제10조(자격의 상실)
① 조합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그 자격을 상실한다.
1. 퇴직하였을 때, 다만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 한국발전산업 노동조합 규약 제7조(조직대상)
조합의 조직대상은 다음과 같다.
3.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

○ 전국대학강사 노동조합 규약 제5조(조합원의 자격)
조합원의 자격은 대학에서 시간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자를 원칙으로 한다. 단 일시적으로 강의를 하지 않을 경우 소정의 심사를 거쳐 그 자격을 부여한다.

○ 대한항공조종사 노동조합 규약 제7조 [자격]
1. 조합은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운항승무원(기장, 부기장) 으로 구성하며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파면 또는 해고된 자는 본인이 탈퇴하거나 제명되지 않는 한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조합의 결정사항을 수행하다 해고된 경우 총회(대의원대회) 결의로 신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부산지하철 노조 규약도 조합활동과 관련해서 해고되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발전산업노조도 조합활동 관련 해고자를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전국대학강사 노조도 일시적으로 강의를 하지 않더라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 노조는 더 나아가 조합활동 관련하여 해직된 자는 본인이 탈퇴하지 않는 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위해 불가피... 이 많은 노조를 모두 불법화 할건가

현행 노조법상 해고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노동부 주장의 핵심 논거다. 그래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노조의 규약은 모두 불법이고,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법외노조 통보)는 것이 노동부가 내세우는 논리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전교조 외에 이들보다 훨씬 먼저 생긴 노동조합들에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 사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복지 향상 등을 통한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직당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이라는 운영 원리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런 사실을 정말 노동부는 모르는 것일까? 모든 노동조합 규약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심사하여 노동조합 설립증을 발급하는 노동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전교조에 이 기준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 우스운 이유다.

법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되거나, 그렇지 않을 거면 없어져야 한다. 노동부가 ILO 협약과 선진국 사례 등 국제사회 기준,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대한민국 노동계의 일반적인 현실을 무시한 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만 주장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수많은 노동조합을 모두 불법이라며 설립증을 반려할 건가? 말로는 노동존중을 이야기하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 현안 관련하여 첫 번째 답해야 할 질문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