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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앞에 서면 작아지는 그대 이름은 검찰

 

앞에서는 ‘수사 중’, 뒤로는 ‘출국 방조’
 
오주르디 | 등록:2013-03-10 11:26:30 | 최종:2013-03-10 11:56: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황당한 뉴스를 접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지는 않았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러려니 넘길 수 있는 무감각이 자라났나 봅니다. 검찰이 수사를 받고 있는 미군 피의자들에게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줬답니다. 수사한다며 변죽만 울리다가 슬그머니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수법이 또 등장한 것이지요.


미군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수갑을 채운 사건

지난해 7월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K-55) 부근 로데오 거리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A상병 등 미군 헌병 7명이 주차문제로 시비를 벌이던 대한민국 국민 3명에게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부대 앞까지 끌고 갔습니다.

경찰이 미군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 같은 해 8월. 그런데 문제는 검찰이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7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리 복잡한 사건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단순한 사건을 7개월이 지나도록 붙들고 있다면 뻔한 얘깁니다. 미군 측과의 마찰 등을 우려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밖에 달리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군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입니다.


수사 ‘질질’…조사하는 미군들 출국도록 허락

경찰 조사에서 ‘시민들의 항의에 위협을 느껴 공무집행 차원에서 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하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던 미군들이 검찰 조사에서는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시간만 끌었습니다.

그러더니 아예 미군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허락까지 해줬습니다. 한국 근무기간 종료, 아내의 병간호 등의 이유로 미군 7명 중 일부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순차적으로 한국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수사 중인 피의자가 합법적으로 도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사건 송치 이후 7개월 동안 검찰은 “수사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해 왔습니다. 지난 4일이면 미군들 일부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간 시점입니다. 이때도 검찰은 상투적인 말만 늘어놓았습니다.


앞에서는 ‘수사 중’, 뒤로는 ‘출국 방조’

지난 4일 <연합뉴스>는 수원지검 평택지청과 인터뷰를 합니다. 7개월이 지나도록 기소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민영선 평택지청장은 여전히 “빨리하려고 하는데 수사 절차상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뒤로는 미군들의 출국을 방조하면서 겉으로는 시치미를 뗀 것이지요.

미군들이 검찰의 동의하에 출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이 해명에 나섰습니다. 해명이라기보다 황당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출국한 미군들에게 확인서와 보증서를 받아 수사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의 해명입니다. 검찰은 또 “(조사 중이던 미군들이)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아 출국정지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이 태도가 이중적입니다. “우리 국민에게 수갑을 채운 것에 대해 혐의 없다고 판단한 게 전혀 아니다”며 미군들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미군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니까요.


“확인서-보증서 있으니 문제없다”… 해괴한 주장

“확인서와 보증서를 받아 놓았으니 수사에는 문제가 없다.” 해괴한 주장입니다. 개인이 작성한 확인서 등은 ‘내가 이런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을 밝힌 것에 불과합니다. 확인서 만으로 법적인 구속력이나 강제할 수 있는 절차가 발동되지 못할 거라는 얘깁니다.

출국한 미군들이 제출했다는 확인서와 보증서가 어떤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 서류가 강제력을 담보해 준다 해도 결국 소용없는 휴지조각이 돼버릴 게 분명합니다.

출국한 미군들을 한국으로 소환해 재판을 하자면 한국 측이 미군 측에 ‘재판 관할권 포기 요청’을 해야 하고 미군 측이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인 사례는 여태껏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비난 면피용…? 검찰 해도 너무 한다

미군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 덕분에 미군 감축에도 불구하고 미군 범죄자 수는 크게 늘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미군 범죄 발생 빈도가 미군 110~120명 당 1명 꼴이었던 것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대폭 늘어나 70~80명당 1명(2010년 기준)이 됩니다.

미군 범죄가 증가하는데도 불기소율은 크게 높아집니다. ‘미군 봐주기’가 판치고 있다는 것이지요. 노 정권 때 30%였던 불기소율이 MB정권 들어 55%(2010년)까지 높아졌습니다. 재판회부율(구공판 비율)은 두 배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검찰이 제출받았다는 ‘확인서와 보증서’의 역할은 무얼까요? 수사 절차를 담보할 수 없는 종이 몇 장을 왜 받아 놓으려 했을까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서류지만 그래도 받아 놓아야 했던 이유가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수갑을 채운 미군들의 출국을 방조했다는 국민적 비난을 비켜 가기 위한 방패막이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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