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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러 조약,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다

1.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나?

2.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배경

3. 2024년, 조-러 신조약의 주요 특징

4.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몇 가지 구체적 내용

5. 조-러 신조약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평양을 방문일정을 마친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송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4.06.20.

1.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또 한 번 변했다. 6월 19일 합의한 조선(북한)과 러시아의 새로운 조약 합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통사람들이 이 엄청난 변화를 당장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주류 언론이 자기 나라 관련 뉴스조차 CNN, BBC 관점을 베껴 외국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남의 일처럼 보도하는 얼빠진 행태 때문이다. 이번 조약은 한국 국민이 그 충격적 파장을 머지않아 체감할 것이 분명하다. 이 조약은 한-중 수교, 한-러 수교, 6.15공동선언 보다 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충격적 사건이다.

이 조약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반응은 각기 상반되지만, 그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내외 언론이 유사하다. 서방과 한국 언론이 이 조약 내용에 거의 경악하는 것은 그동안 조-러 간에 추진된 일련의 내밀한 변화에 대해 그만큼 헛다리를 짚고 보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해 9월 푸틴-김정은 정상회담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대변화이다. 한국진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이 조약이 예상하던 수준보다 훨씬 더 높고, 다루는 범위와 차원도 양국 간 관계와 국제관계 전 분야를 포괄하는 전례 없는 수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조선이 ‘조-러 관계의 새로운 전성기’라고 하는 말의 의미가 실감된다. 한마디로 조선과 러시아의 관계는 과거 소련-조선의 관계보다 더 진정성이 강하고 내밀한 동맹관계로 격상되었다. 아니 혈맹의 100년 대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조약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외교형식으로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준 동맹수준이 아니라 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동맹을 명시한 조약이다. 조-러 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상호 ‘동지적 지원’을 약속하는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와 이렇게 수준 높은 내용을 조약으로 합의하지 못한다. 중국은 현재 좌고우면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방식으로 중-러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조선은 무조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더 강력한 조-러 조약으로 양국이 제국주의와 미국 일극 패권주의를 반대하며 새로운 다극화시대를 창조하는 전략국가 간 군사동맹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는 미국의 반대를 배척하면서, 조선을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 전략국가로 인정하는 차원의 조약을 처음으로 맺었다.

이 조약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합의로 조선과 러시아의 전쟁억제력이 최고의 높이에서 전례 없이 비상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이제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나라는 두 나라, 러시아와 조선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 같아졌다. 마찬가지로 이제 조선과 전쟁하려는 나라는 조선,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것과 같다. 이미 조선과 중국이 군사동맹 관계이므로 조선과 전쟁하려는 나라는 조선, 러시아, 중국을 동시에 대적하는 것과 같다. 알다시피 러시아, 중국, 조선은 모두 핵 전략국가이며 최대 군사강국들이다.

즉 미국이나 어떤 나라도 조선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한 모험적 전면전쟁은 곧 핵전쟁을 감수한 연합대전을 의미한다. 이제 나토의 러시아 내륙 공격도 조선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이는 유럽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초유의 ‘유라시아 차원의 세계 3차 대전’을 의미한다.

이 조약으로 미국의 대북 제재는 물거품이 되었다. 미국이 조선에 쓰던 경제제재의 협상카드도, 철 지난 레코드 같은 비핵화 논리도 파산했다. 미국을 보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 번 조약은 어떤 배경으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지구촌 차원의 전략적 의미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배경

서방 언론은 러시아가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라 보도하지만, 알고 보면 현실은 정반대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정책의 양상이 매우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다. 미국이 이전보다 더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세는 무리에서 젊은 사자의 도전을 받는 늙은 우두머리 사자의 신세와 같다. 늙은 사자를 두고 자기 살길을 찾아 배신하거나 마지못해 따르는 유럽의 처지도 가련하다. 소련 붕괴 후 미국이 지배하던 일극 패권의 지구촌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극화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의 일극 패권에 맞서 국제적 반제 반미 연대전선을 호소하며 전쟁을 각오하고 저항한 나라는 지구상에 조선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한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의 배경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말하지만,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에 굴욕을 감수하며 기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는 자기 나라의 추락을 추스르기도 힘겨웠으며, 조선과 맺는 과거 조-소 동맹조약은 1996년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조선은 변함없이 러시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러시아 국내 사정으로 당시 동맹 수준의 조-러 조약을 복원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으며 러시아가 반북(반조선) 정책으로 돌아서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상황이었다. 그러던 러시아가 2000년 푸틴의 등장 이후 푸틴의 개혁정책과 함께 재건되며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 2001년 푸틴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조로공동선언’과 ‘모스크바선언’은 오늘날 조러 관계 전성기를 낳은 초석으로 볼 수 있다. 푸틴의 조-러 관계에 대한 구상은 이미 이때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여전히 러시아는 미국의 대외정책 테두리 안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조선과의 협력을 두려워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당시 ‘6자 회담’의 틀로 조선 비핵화와 경제봉쇄로 압박했고, 러시아와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대 조선 전략에 사실상 동조했다.

러시아가 푸틴의 강대국 러시아 부흥을 위한 정치개혁 성공으로 국가분열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적 정비를 마치는 시기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의 축출을 위한 정변 문제에 개입하는 시기는 겹친다. 이후 미국은 돈바스 주민학살과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시도를 통해 러시아를 코앞에서 본격적으로 자극한다. 러시아의 대미전략이 더욱 강경해진 것은 이때부터다. 러시아는 특별 군사작전이란 이름으로 미국이 유도한 우크라이나 대리전에 응한다. 이후 러시아는 반서방 반제 반패권 기조를 확고히 정립한다. 이것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푸틴의 러시아의 명운을 건 결단이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대리전쟁 유도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말 그대로 근본적이며 전략적이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유럽 중심 전략과 결별하고 중국과 광대한 아시아와 손잡는 동방정책, 유라시아 극동 부흥전략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이러한 결심이 일시적 위기 타개책이 아니라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세기적 결단이며 일대 전환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푸틴은 초기부터 유럽의 일원이길 원했으나, 러시아를 버린 미국과 유럽이 초래한 결과가 오늘의 조-러 관계를 맺는 데 크게 일조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신냉전 전략의 목표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수명이 다해 무너져가는 미 제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무슨 큰 그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최후 ‘발악적이다’는 표현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래서 그 잔꾀와 호전성의 이중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전쟁처럼 잔인하고 도발적이지만 직접 나서지도 못하는 대리전을 선호한다.

미국은 지역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이이제이’(以夷伐夷) 전략을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으려는 얕은 수를 자주 쓴다. 미국의 도발적인 신냉전 정책의 결과가 러-우 전쟁이며,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와 대만이 이 신냉전 전쟁 위기에 놓여있다. 우크라이나 대리전에 젤렌스키가 있다면 동아시아 대리전의 돌격대는 윤석열 정부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있다.

조-러 신조약의 대담성과 진정성은 현재 이 조약이 러-우 전쟁 중 맺어진 것에 있으며, 더 나이가 한반도 전쟁위기, 나토와 러시아의 전운이 감도는 정황에서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국제정세를 보면 미국의 호전적인 신냉전 정책에 맞서는 당면한 조-러 양국의 긴급한 국가적 관심사는 전쟁 억제력이며 안보문제이다. 현대전에서 전쟁 억제력은 정치적 의도를 의미할 뿐, 억제력이 동시에 공격력을 의미한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력한다면, 조선은 한 참호에서 전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며 싸우는 전우의 관점에서 이를 대하고 있다.

“현 시기 조로 인민은 자주와 국제적 정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준엄한 투쟁의 한 전호에 서있다.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깊어지는 친선과 동지적 관계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건설을 다그치는데서 믿음직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되고 있다. (로동신문이 6월18일, 사설 “로씨야 련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뿌찐 동지를 열렬히 환영한다.”)

3. 2024년, 조-러 신조약의 주요 특징

2000년 2월에 맺은 과거의 조-러 조약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과 비교하면 이 번 조약의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1) 구 조약은 소련 붕괴 후, 양국 모두 어려운 국내 사정으로, 조약의 범주가 양국 현안에 주로 맞추어져 있었다.

2) 구 조약은 양국 관계 악화금지에 기초해서, 미래지향적 선린우호의 기본 관계 재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그 내용이 기본적이며 간단하다.

3) 이번 신조약은 전략 국가로 부상한 두 국가 간 지위와 역할에 기초하여 전개되고 있으며, 양국이 강력한 군사동맹에 기초해 각 지역의 전쟁억제력을 비상히 높이고, 양국이 미국 일극 패권에 반대하며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4) 신조약은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조선을 전략 국가 지위로 인정하는 것에 기초한 조약이다.

5) 신조약에는 종래 언급되던 러시아의 남북통일 지지 관련 조항이 사라졌다.

이는 신조-러 조약이 양국 간 맺은 최고의 안보 동맹조약이며, 양국의 전면적 경제, 기술, 문화발전 부흥전략이며,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수립을 위해 전략국가 간 긴밀한 국제공조를 도모하는 조약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조약이다. 조선이 주변 대국과 이러한 전략적 지위로 대외관계 조약을 맺는 것은 처음이다. 조약유효 기간도 5년 또는 10년 주기로 갱신하는 관례를 넘어 무기한이다. 조선이 푸틴대통령에게 조선 최고의 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하고 푸틴이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인 것의 의미도 상징적이다. 조약이라는 법을 넘어 양국 정상간 신뢰와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권주의적기도와 일극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며 국가들 사이의 성실한 협조, 호상 리익 존중, 국제 문제들의 집체적 해결, 문화 및 문명의 다양성, 국제 관계에서의 국제법 우위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를 수립하며 공동의 노력으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임의의 도전들에 대처해나가려는 지향을 확인하면서,” (조약 서문)

“쌍방은 최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쌍무관계 문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국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국제무대들에서 공동보조와 협력을 강화한다. 쌍방은 전지구적인 전략적 안정과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지향하며 호상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한다.” (제2조)

4.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몇 가지 구체적 내용

1) 쌍방의 안보 관련 조항

이 조항은 어떤 타국이 조선이나 러시아가에 대해 침략위협을 조성하는 경우, 즉각 공동대처해 이를 제거하기 위한 내용이다. 동시에 조선이나 러시아에 대한 침략이 개시될 경우, 즉각 정치, 군사적 물적 지원과 참전(파병)을 위한 조항이다.

“쌍방은 공고한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 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 (제3조)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 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제4조)

위 문구를 양국의 안보 문제에 관해 ‘협의 의무’를 명시했었던, 2000년 조-러 공동선언과 이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또 이 조약과 한미방위조약과도 비교해보자.

"조선 또는 러시아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 (2000년 조-러 공동선언)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정이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

한국 국민은 한미방위조약이 철통같다고 맹신하는데 착각이다. 미국은 전쟁이 발생해도 자동 개입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한국과 협의 할 뿐, 개입은 미국의 정치적 선택 사항이다.

새 조약에서 특이한 것은 8조이다. ‘제도’가 의미하는 군사제도이며 이것은 양국 간 공동 군사훈련과 연합 군사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 (제8조)

2) 양국 관련 국제적 협력 조항

“매 일방은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 영토의 불가침,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와 타방의 기타 핵심 리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그러한 행동들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 (제5조)

제5조는 사실 일반적 조항인데 남북관계가 올해부터 조선-한국 간의 적대적 국가관계로 변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즉 한국이 조선의 통일 상대가 아니라, 조선과 적대적 제3국 지위로 전환된 조건에서 러시아는 이제부터 한국을 제3국 범주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기존의 남한과 맺는 협약 중 조선의 핵심이익을 침해하거나 적대하는 협약이나 정책을 폐기해야한다.

“쌍방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부터 출발하여 유엔과 그 전문기관들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테두리 내에서 쌍방의 공동의 이익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도전으로 될 수 있는 세계와 지역의 발전문제들에서 호상 협의하고 협조한다.” (제7조)

현재 조선은 조선의 자주권을 가장 침해하는 나라를 미국으로 보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적 정책에 대해 더 이상 두둔하거나 중립적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며, UN에서도 반대한다는 선언이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은 러시아다. 조선이 올해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으며 머지않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이른바 기존의 ‘남북 등거리 외교’를 포기한다는 뜻이며, 한국의 30여 년 북방정책의 파산을 의미한다.

3) 양국 간 다방면 협력 관련 조항

양국 간 기타 분야의 협력 조항은 전 방면에 걸쳐 구체적이다. 조약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이 평양방문 직전 로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밝힌 것을 보자. 기고문에는 “국제관계를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하며 이를 위하여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한다.” 는 문장이 있다. 이는 양국 간 달러를 통한 결재를 중지하고, 조-러 간에 자국통화 혹은 현재 브릭스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국제통화(유닛UNIT)을 통한 새로운 무역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미로 보인다.

“쌍방은 식량 및 에네르기 안전,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의 안전, 기후변화, 보건, 공급 망 등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분야들에서 증대되고 있는 도전과 위협들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제9조). 쌍방은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분야들에서의 협조의 확대발전을 추동한다. (제10조) 쌍방은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강화하며 환경보호, 자연재해방지 및 후과제거분야에서 호상 협력한다. (제12조)

이것은 러시아가 미국의 집요한 수십 년 대조선 경제제재 둑의 한축을 무너뜨렸으며 미국의 대조선 경제제재가 물거품으로 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도 러시아를 뒤따르며, 미루어 둔 중국의 동북3성 개발,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 개발, 동북아 조,러,중 공동합작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광대한 토지, 풍부한 광물과 가스 전력, 넘치는 에너지로 이 지역의 고도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5. 조-러 신조약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세상이 설마 정말 이렇게 돌아가는 것일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 지 좀 되었다. 필자는 오히려 이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뿐이며 실상은 더욱 속도가 빠르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이 빠르게 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의 신냉전 전략 편승해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한반도 전쟁 발생 시 한국은 필연적으로 조선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싸워야한다. 한국의 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조만간 한미 연합군사 훈련처럼 조-러 공동 군사연습을 보게 될 것 같다. 소련붕괴 후 30여년 만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포위환은 뚫리고 한국이 주변대국에 포위되는 양상으로 역전되고 있다.

한국은 남과 북이 협력하면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이익을 완전히 놓쳤다. 남북 합의를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 번영 전략은 완전히 파산했다. 반세기 이상 미루어두었던 동북아시아 조,중,러 공동 개발번영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무모함을 탓하는 것이 더는 무망한 일이지만, 민주당도 지나간 버스를 잡으려고만 하고 국제정세를 무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국가 안보전략과 국가 운영전략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지금 위기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한 여러 국가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지금 국가전략을 중지시키고 수정하지 않으면 국가 존망이 위태로운 수준의 심각한 위기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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