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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일 인터뷰]“노동운동 위기 기업별노조 탓”

[현장-의견] “노동운동 위기 기업별노조 탓”

금속노조신문  제52호
교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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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에 만난 사람 교수선언의 주역 경남대 교수 임영일 =


“앞으로 ‘민주노조 총단결’이라는 구호는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업장단위의 복수노조가 시행된다면 말이죠” 경남대에서 만난 임영일 교수의 말이다.

진보적인 학자들이 노동현안에 대해 성명을 낸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거나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의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성명을 낸 일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발표한 ‘호소문’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정부와 사용자에게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그리고 탄압중단이나 해결촉구의 내용이 아니라 조직적 과제 실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산별전환 방침을 갖고 온 힘을 쏟고 있는 조합 간부들에게 힘을 주고, 조합원 여론 형성에 도움 줄 것을 찾아보자는 의견 제기로부터 시작하게 됐는데 시간의 촉박함과 조직과정의 허술함으로 인해 논란을 빚었다”며 좀더 확인과정을 거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중앙일보는 명의도용이라는 극한 표현을 썼으나 총회에서 결정했고, 메일을 보내 확인토록 한 것”이라며 “이번 주내로 재차 최종 확인작업을 거쳐 27일쯤 다시 낼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한 다음 날인 22일 111명의 진보학자들이 재차 서명한 호소문을 다시 발표했다.

‘저지투쟁’은 잘 해야 현상유지

“노동운동의 위기는 여러 측면이 다 있지만 주요한 측면이 뭐냐인데 기업별 조직체계를 두고 혁신작업의 효과를 과연 기대할 수 있느냐 그것이 가능하냐를 판단해보면 핵심은 기업별노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며 현 노동운동의 위기를 기업별노조로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산별은 우리 스스로 결의함으로써 가능한 것이기에 산별전환으로 돌파구가 열리면 노동정세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 이후 노조운동은 사실 수세적, 방어적 운동을 해왔고 이를 반전시킬 계기가 바로 산별노조라는 얘기다. “방어적인 ‘저지투쟁’은 성공하더라도 ‘현상유지’이고 더 나빠지지 않을 뿐이지 더 얻거나 희망을 주는 투쟁이 아니다. 이제 저지투쟁에서 벗어나 공세적으로 노동의 요구를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정규직 문제와 산별에 대해서도 임 교수는 단호했다. “비정규법안 저지, 노사관계로드맵 저지 투쟁은 진정성이 없는 투쟁이다. 비정규직이 50%를 넘어서게 된 건 어제오늘 갑자기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기업별 틀내에서 안주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한 게 오늘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꼬집는다.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도 산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구조속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교섭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조합원들의 요구를 담은 내용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산별, 지역별로 진행된 내용을 모아 전국적 틀로 정리하는 것이 사회적 교섭이므로 지역, 산업단위의 교섭과 협약이 축적된 것이 있어야 전국적 협약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죠”

“기업별노조 회사 장사될때만 유효”

산별전환후 조직체계문제가 쟁점이 될 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얘기되고 있는 과도적으로 3년동안 기업지부 인정은 당분간 인정하더라도 ‘과도기’에 대한 내용은 절실히 필요하다”“지역과 기업지부를 한 틀 속에 묶고 기업지부의 재정과 인력 일부분을 지역에 반드시 파견하고, 회의 등 지역단위의 일상적인 체계와 활동을 함께 해야 이후 전망논의도 가능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규모가 큰 노조의 경우 솔직히 큰 일 벌어질 거 없을 거다. 근데 고용문제만 보더라도 기업별노조는 회사가 장사되는 동안만 살아남는 정도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노조없이 비정규직으로 살게 될 내 후세의 삶과 노동운동의 미래를 생각하면 ‘나 몰라라’며 할 문제가 아닌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산별전환한다고 바로 꿈같은 미래가 펼쳐지기보다는 당장은 힘들 수도 있는데 금속의 산별노조 완성은 이미 금속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운동의 향배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고, 노사관계를 결정짓는 한판 승부”라며 금속노동자의 결단과 승리는 정말 중요하다고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또 강조한다.
 

2006-06-28 0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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