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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5
    '등잔'과 함께 새해 맞이...(2)
    챈챈
  2. 2008/12/13
    엄마가 쓰는 시...
    챈챈

'등잔'과 함께 새해 맞이...

매년 반복되는 새해맞이...

뭐 특별한 게 있다고 연말 연초에는 유난을 떨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날짜가 바뀌는 것일 뿐, 달력이 넘어가는 것일 뿐,

그 마저도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오늘 다음 내일일 뿐인데...

 

올해는 새해 인사도 그냥 넘겼다.

안부를 묻기에는 아직 작년의 여진이 그대로 새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MB악법, 언론노조 파업... 그보다 더한 빈곤과 폭력이 지구 구석 구석을 상처내고 있는데...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조차 차마 건낼 수 없는 처참한 상황들이

마음을 더욱 무겁고 쓰리게 한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새해 인사 메일에 씌여진 시 한편이

그래도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다...

법구경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등잔

도종환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다

내가 밝힐 수 있는 만큼의 빛이 있는데

심지만 뽑아올려 등잔불 더 밝히려 하다

그으름만 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잠깐 더 태우며 빛을 낸들 무엇하랴

욕심으로 타는 연기에 눈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결국은 심지만 못 쓰게 되고 마는데


 

들기름 콩기름 더 많이 넣지 않아서

방안 하나 겨우 비추고 있는 게 아니다

내 등잔이 이 정도 담으면

넉넉하기 때문이다

넘치면 나를 태우고

소나무 등잔대 쓰러뜨리고

창호지와 문설주 불사르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은은히 밝은

내 마음의 등잔이여

분에 넘치지 않으면 법구경 한권

거뜬히 읽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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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시...

 

몇 년 전부터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 다니면서 시를 쓰기 시작한 엄마...

엄마가 무언가에 몰두하고 고민하는 것을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항상 새벽녁이나 되어야 가게문을 닫고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들던 엄마였다.

계속 적자 운영을 하던 가게를 어느 날 정리를 하더니...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의 한이었는데...

나는 엄마의 용기와 선택이 정말 기뻤다.

 

엄마는 그 좋아하던 고스톱도 끊었다.

엄마의 침대 머리 밑에는 학교서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펼쳐진  노트들과 종이들이 쌓여갔고...

엄마는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

 

가끔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엄마가 쓴 시를 읽어주겠노라고 한다. 하지만, 딸내미 앞이라 무척 쑥스러운가 보다.

항상 시의 의미를 느낄 겨를도 없이 단숨에 읽어버리신다.

나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칭찬은 별로 못해드리고... 낭송 못한다는 타박만 한다.

 

엄마가 30년만에 정말 엄마 인생을 살고 계신다.

가난한 농사꾼의 집 맏며느리도, 네 아이의 엄마도, 먼저 하늘로 간 남편의 아내도 아닌 진짜...

엄마의 인생을 만들고 있다.

 

난 딸이 아닌... 같은 여성으로서,

그런 엄마의 새로운 길찾기를 조용히 응원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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