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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3
    엄마가 쓰는 시...
    챈챈

엄마가 쓰는 시...

 

몇 년 전부터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 다니면서 시를 쓰기 시작한 엄마...

엄마가 무언가에 몰두하고 고민하는 것을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항상 새벽녁이나 되어야 가게문을 닫고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들던 엄마였다.

계속 적자 운영을 하던 가게를 어느 날 정리를 하더니...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의 한이었는데...

나는 엄마의 용기와 선택이 정말 기뻤다.

 

엄마는 그 좋아하던 고스톱도 끊었다.

엄마의 침대 머리 밑에는 학교서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펼쳐진  노트들과 종이들이 쌓여갔고...

엄마는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

 

가끔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엄마가 쓴 시를 읽어주겠노라고 한다. 하지만, 딸내미 앞이라 무척 쑥스러운가 보다.

항상 시의 의미를 느낄 겨를도 없이 단숨에 읽어버리신다.

나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칭찬은 별로 못해드리고... 낭송 못한다는 타박만 한다.

 

엄마가 30년만에 정말 엄마 인생을 살고 계신다.

가난한 농사꾼의 집 맏며느리도, 네 아이의 엄마도, 먼저 하늘로 간 남편의 아내도 아닌 진짜...

엄마의 인생을 만들고 있다.

 

난 딸이 아닌... 같은 여성으로서,

그런 엄마의 새로운 길찾기를 조용히 응원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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