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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촛불문화제... 시와

 

봉은사에서 소리영상제 마지막 최종 점검 회의를 네시간만에 마치고... (-_-);;; 휴...

집에 오는 길에 정동에 들렀다.

7시가 살짝 넘었을 뿐인데, 벌써 해가 저문다.

아직도 습한 더위는 누그러지지 않는데, 곧 이 여름도 끝나가나보다. 

그래 얼마 전 입추가 지났지... 

 

벌써 5일째 단식농성을 하시는 팔당농민들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주변을 서성거리며, 잠시 앉아있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안면은 있지만, 이름은 모르는 사람들과 목인사도 나누고...

사람들 끝트머리쯤에 있는 목욕탕 의자에 걸터 앉았다.

 

이틀 전에 신부님 두분도 단식을 시작하셨다하고,

8월 15일에는 20여일 가까이 하늘 정원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이포보의 활동가들을

응원하러 시민들이 사생결당을 조직해서 찾아간다 하고...

(요즘 이런 저런 당들이 생기네... 하며 옆에 있던 8당 당원들이 웃는다. ㅎ)

함안보 크레인을 점거했던 사람들은 구속실질심사에서 당당히 나왔다 하고...

인터넷을 뒤져들어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소식들을 정동에 와서 접하고...

이런 곳에나 나와야지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는 현실...

 

눈 감고, 귀 닫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인 줄 알았는데,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두어도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만큼 언로들이 통제되어 있다.

 

그런 저런 생각들에 머리 속이 꼬여가고 있을 즈음에

아직 낙동강 순례영상 편집을 마치지 못했다는 것이 정신을 다시 깨운다.

찍은 영상들은 모두 녹취를 끝내고, 대충 이것저것 붙여보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순례가서 느꼈던 그 감흥이 안나오는 거다.

머릿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4박 5일 순례 동안 강이 들려준...

가슴 속에 콕 박힌 이야기들, 감정들이 있었는데...

그걸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은건데... 시간과 장소의 나열과 상황을 설명하는 건조한 말만 남아 있다.

며칠째 지지부진이다.

 

정동에 온 것도, 마음의 옷깃을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한시간 남짓이었지만, 정동의 기운을 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도, 내려 걸으면서도 머릿 속으로 영상 순서를 이리 저리 배열해봤지만...

이거다 싶은 건 안 잡히고, 며칠 째 체한 듯 얹혀있는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만 연신 난다.

배가 아프면서 고픈 이 지랄맞은 상황....

김과 김치에 밥을 우겨 넣으며, TV를 켰다.

스페이스 공감에 시와가 나와 랄랄라를 부른다. 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와...

이어서 dream과 하늘공원을 부른다.

 

"흙, 맨발로 걸어도 상처하나 주지 않고 

풀, 아무리 지쳐도 평화롭게 쉴 수 있는 곳"

 

시와 노래에 푹 빠져 있다가 정말 불현듯 잊고 있었던 강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강을 바로 앞에 두고 있지 않으면 잡히지 않던 그 느낌...

이 칙칙한 서울 하늘 아래서 컴퓨터를 붙들고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감정들이

시와의 노랫말과 선율에서 다시 살아났다.

시와는, 그녀의 노래는 '강'을 닮았다.

 

거짓말같이 시와의 노래가 모두 끝나고

하얀 종이 위에 강이 들려준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빨간 볼펜으로 휘갈려 씌여진 글씨들은 체계는 없었지만, 아주 괜찮은 편집구성안이 되어 있었다.

음... 이제 기쁜 마음으로 밤이 새도록 뭔가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와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그리고 정동에서 노숙 단식을 진행하고 계실 팔당 농민분들과 신부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과 평화의 기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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