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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still life> 지아장커 감독

씨네21에서 이미지 가져옴

 

 

외줄을 타는 인생.

 

 

앞부분의 15분정도는 늦게 도착한 이유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극적전개가 거의 없는 시종일관 평이한 네러티브때문에

앞부분을 놓쳐도 전체이야기를 따라가는데는 아마도 어렵지 않았던듯하다.

 

 

영화제목은 낯설었지만 지아장커 감독의 영화라는데 무조건 선택해버렸다.

어두운 극장을 들어서면서

많은이들이 "이게 무슨 재미야?"라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은 영화로

화려한 볼거리(스파이더맨3), 아름답고 전문적인 배우(조니뎁이 나오는 캐러비언의 해적3)

없이 2시간을 만들어내는 이런 류의 영화를 선택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꺼라 생각했다.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제2극장의 좌석은 얼추

들어차있는 듯했다.

 

 

중국의 현실과 현재의 한국.

장이모감독 왈 " 현재 중국을 가장 아름답지 않게 보여줄줄 아는 감독"이라는 평이

적당하다는 생각.

상하이나 베이징은 전세계의 자본이 넘쳐나는 투자로 선진국 도시를 빰칠만큼

멋드러지게 포장해두었지만 도시만 살짝 벗어나면 60년대 한국을 연상할만치

발전의 격차가 뚜렸한 중국.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빠른시일내에 발전하는 중국의 이면에는

누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영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인간들, 성실하고 충직한 국민들이

주는 감동..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평가는 사치다.

 

소수의 특권층은 대낮에도 한가롭고 여유롭게 춤을 추고

밤에는 멋드러진 교각의 야경을 즐기는 아름다운 삶이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인민들은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쓰러져가는

허름한 교각의 귀퉁이 또는 움막같은 텐트에서 임시거처를 마련하며

교각을 세우고 만드는 노동의 댓가로 받은 저임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몇백년을 거슬러 흐르던 아름다운 강과 산은 댐을 세운다는 명목하에

흉물스런 빌딩들과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을 처지에 있고

그안에는 빌딩을 허물어 일당을 받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고

가족이 함께 살아가기에 임금은 충분하지 못하며

살아갈 터전을 잃은 이들은 끊임없는 줄을 이루며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진다.

 

 

영화속 대다수 중국인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온전해보이는 가족은 없다.

가족은 해체되고 하루하루는 그냥 먹고만 살기에 급급하다.

10대의 소녀는 교육받는 혜택을 누리는 대신 하녀라는 직업을 택하거나

또는 성장하여 몸을 팔거나한다. 남성들 또한 노동을 팔거나 갱단의 똘마니가

되어 하루살이 목숨으로 연명하는 상황이 현재 중국인민의 삶의 일부다.

부부간에도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이혼이라는 극한을 선택해야만 하고

인간을 사고 파는 행위 또한 서슴지않고 행할만큼 인간성의 황폐함이 횡행한다.

자본가는 돈벌이만 생각하고 노동자의 손이 잘려가건 상관없다.

번쩍번쩍 빛나는 대리석 빌딩에 폼나는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라이프스타일이라면

아내랑 이혼이 대수이겠는가....부부가 돌아서 헤어지는데 서로 한번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설정은 내게 씁쓸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이었다. 

도시의 발전과 경제의 성장만큼이나 인민들의 삶또한 빠르게 빈민층으로

흡수되는 듯하다.

여느 자본주의 국가 못지 않은 일들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사회주의 국가 중국내에서

매일매일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재 중국의 현실이라고 지아장커는 얘기한다.

 

 

담배, 술, 차, 사탕

4개의 챕터로 나누어 보여주는데 "4가지만 있으면 살아간다"는 중국인민들의 소박한 삶은

결코 그것만으로 현재 중국인민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같다.

인간의 행복을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오래된 노동끝에 동지들끼리 모여 마시는 술한잔으로 하루의 시름을

달래는 그들에게 내일의 아름다운 미래가 보이기는 하는걸까?

오늘날 한국. 점점 양극화는 심해지고 돈없으면 교육조차 평등하게 받기 어려우며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

2만불 소득의 한국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의 행복지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잼나는 장면1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

먹고 살아가는 수준은 남루하지만 21세기 커뮤니케이션의 첨단 "핸드폰"은

누구나 하나씩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시종 늘어진 런닝패션으로 일관하는 주인공이 바타입의 노키아폰을 쓰는 상황은

왠지 엉뚱하게 느껴졌지만

핸드폰이 가진자의 전유물이 아닌 중국인민의 필수품이라는 사실은 현대화된

삶을 표면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인 듯하다.

확실한건 핸드폰 기업의 대단한 마케팅능력을 확인했다고나 할까...흐흠...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다수가 사용하더래도 가족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않거나

연락하지 않거나 이지만 말이다.

현대인의 고립을 핸드폰이 도와주거나 방해하거나...아니.. 인간의 고독은

제3의 대상이 아닌 인간들 자체의 문제인가보다.

 

 

잼나는 장면2

SF적 표현방법

일상적인 배경뒤로 갑자기 하늘에 UFO가 등장하는가 하면

조각상이 갑자기 불을 내뿜으며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은

황당 퐌타지였다.

현대적 중국의 생활방식을 드러내는 후현대화(postmodernization)라고

감독은 얘기했지만 장르의 파괴는 엉뚱하면서도 소킹한 방식이었다.

저렴한 제작비땜에 어쩔수 없이 유치찬란한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녹차의 맛>이라는 일본영화에서 느꼈던 단순한 형식이 주는

새로운 감흥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형식적 완성도는 높으나

깊이라고는 없는 내러티브를 지닌 헐리웃 영화들 보다는 훨씬

휼륭한 영화 제작방법이라고 생각되어졌다. 

 

 

 

평론가 정성일씨는 마지막 장면이 자신이 본 영화들중 최고라는 극찬을 했다.

그가 느꼈던 벅찬 감흥을 나또한 같이 느끼지 못했음에 살짝 좌절했지만

중국을 냉정한 시선과 현실적인 방식으로 보여줄줄 아는 지아장커 감독의

재능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위의 두가지 재미땜에 추천 한방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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