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순간 2009/05/11 22:31

'착한소비'에 반대한다

 

오늘 한겨레 신문 경제면에 '세계 공정무역의 날'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착한 커피, 착한 옷 그리고 착한 소비 - 최근 공정거래 무역제품이 등장하면서 함께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제품 생산과정의 투명함과 공정성을 감안한다 해도 엄연히 자본주의 시장속 상품에 '착한'이라는 선악이 대조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더군다니 '착한 소비'라니, 솔직히 기가 막히다. 그러면 그 외의  소비는 '나쁜 소비'이고 '나쁜 소비자'인가?

 

자칭 '착한 소비'는 그러나 경제적 빈곤층에겐 턱없는 일이다.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하는 것들은 값싼 원료를 사용한 저가 상품보다 한참 비싸다. 다른 것을 덜 소비하면 된다고? 결코 의지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 상품을 지불할 돈을 갖고 있는 자, 그가 결국 '착한 상품'의 주인공 즉 착한 소비자가 된다. 좋은 제품을 갖고 착하기까지 하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거꾸로 말하면 불량한 제품을 구매하고 나쁜 소비자까지 되는 셈이다. 

 

나도 좋은 제품을 사고 싶다. 소위 친환경 제품들, 인간과 지구의 공존을 고려한 제품들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 소비의 기준은 거의 '가장 값싼'  것들이다. 왜냐고?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직시하라. 국경일도 쉬지 못하고 하루에 10시간 반을 일하지만 월급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그 돈으로 기본생계를 유지하고 대출금도 조금씩 갚아야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태권도 학원도 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아껴쓰고 대부분은 가장 저가의 상품들만 선택하게 된다. 몰라서가 아니다. 알고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되먹지않은(!) 윤리적 잣대에 화가 난다. 왜냐면 나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이들 역시 많을 테니까. 단지 그런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고 해서 '나쁜  소비자'로 몰리고 싶지는 않다. 자본주의 경제구조속에서 빈번하게 자행되는 아동, 여성등에 대한 노동착취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세계 공정무역 또한 돈으로 도덕성까지 점수매기는 자본주의 방식까지 포기하지는 못한 걸까?     

 

'착한'이라는 표현에 반대한다. 모든 사람이 '돈'의 있음과 없음을 떠나 자유의지로 그런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때 '착한'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이다. 그 전엔 현재의 공정거래무역제품 정도면 무난하겠다. 물론 생산부터 유통과정까지 얼마나 공정한지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이름에 걸맞는 공정한 상품이길 기대하며 혹시나 조금이라도 피흘리는 노동이 있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경제적 부담없이 자유롭게 나와 내 아이가 노동착취 없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이렇게 억울하게 욕먹기전에 빨리 오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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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22:31 2009/05/1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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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소비'에 반대한다 삭제 Trackback from 2009/05/13 07:52

    사포님의 [] 에 관련된 글. '착한소비'에 반대한다 | 지금이순간 | 2009년 05월 11일 22:31 오늘 한겨레 신문 경제면에 '세계 공정무역의 날'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착한 커피, 착한 옷 그리고 착한 소비 - 최근 공정거래 무역제품이 등장하면서 함께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제품 생산과정의 투명함과 공정성을 감안한다 해도 엄연히 자본주의 시장속 상품에 '착한'이라는 선악이 대조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더

댓글

  • 앙겔부처 2009/05/11 22:59 ADDR EDIT/DEL REPLY

    공정무역의 주요 공략 대상이 소비 패턴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서 쓰는 말 아닐까요?
    근데 모든 사람을 운동 대상으로 삼기는 불가능하다고해서 배제/차별하는 단어를 쓰면 안 되는 거고... 운동을 잘 하기가 참 어렵네요.

  • 참함소비! 2009/05/11 23:04 ADDR EDIT/DEL REPLY

    악함자두?

  • 포포 2009/05/12 16:01 ADDR EDIT/DEL REPLY

    이스라엘에 군사자금을 대기 위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반복적인 행동이 결국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 폭탄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누군가는 투쟁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누군가는 소비를 통해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단지 그 뿐 아닐까요.

  • 돌~ 2009/05/12 16:56 ADDR EDIT/DEL REPLY

    소득이 적어 값싼것을 찾을수 밖에 없고, 그러기에 값이 좀 비싼 공정무역 유기농 상품을 소비하지 못하게 됨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소비량을 줄여보면 완전 불가능한 일을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 sadsappho 2009/05/12 20:44 ADDR EDIT/DEL REPLY

    왜 우리는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말을 사용할까요?
    우리 모두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언어 속에 감춰진 권력관계 그리고 폭력에 대해서 말이죠
    저는 공정무역상품의 취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도들이 더욱 확대되고 소외감 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단지 소비자로서의 권리뿐 아니라 카카오를 생산하는 그들과 같은 한 노동자로서 착취 없는 노동에 대한 오래된 바램이기도 하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반대하는 건 '착한'이라는 표현입니다

  • 동치미 2009/05/12 21:35 ADDR EDIT/DEL REPLY

    '착한'... 별생각없었는데 정말 그렇네요 좋은거 배우고 가요 ^^

  • 자격지심 2009/05/13 00:00 ADDR EDIT/DEL REPLY

    저도 정말 별 생각없이 쓰던 말이었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군요. 좋은 거 배우고 갑니다

  • 바람꽃 2009/05/13 00:07 ADDR EDIT/DEL REPLY

    아무생각 없었는데...깜짝놀랐네요.
    퍼가도 되죠?

  • 포포 2009/05/13 11:48 ADDR EDIT/DEL REPLY

    누군가의 죽음이 숭고하다고 해서 살아남은 자가 뻔뻔해지는건 아니겠죠. 중산층들 착한 소비 실컷하라고 하세요. 전 용어에 별 상관하지 않습니다.

  • 바람꽃 2009/05/14 09:55 ADDR EDIT/DEL REPLY

    포포님의 '중산층들의 착한소비....' 동의하지 않네요.
    글쓰신분의 말씀처럼 내용보다는 용어선택을 지적하신 것처럼 용어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자본이 최고인 사회에서 공정무역을 비롯한 협동조합은 자본과의 싸움이 현장에서는 치열하다는 것이죠.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이 좋은 물건, 노동착취가 없는 물품들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계속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중산층들만의 착한소비라고 규정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전 중산층이 아닙니다. 배타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상호 부족한 부분을 애정으로 건강하게 지적하고, 서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고, 다시 고민해보고...그러면서 진보해 나가는 그런....

  • 포포 2009/05/14 14:45 ADDR EDIT/DEL REPLY

    일단 글의 흐름을 보시면, 사포님은 공정거래상품이 경제적 빈곤층에겐 턱없이 비싸다고 하십니다. 저는 이 주장에 동의합니다. 어쨌건 어느 정도 구매력이 있는 사람이 그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이들이 누구일까요? 아마도 자본가계급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 운동이 기본적으로 중간계급의 운동이라고 샏각합니다. 깨끗한 티셔츠를 사자고 한다거나, 피묻은 운동화를 신지 말자고 하는 말에는 적어도 내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담겨있습니다.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산층들 착한 소비 실컷하라는 말에는 그분들이 (그 운동만이라도) 잘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는데 써놓고보니 야유가 됐네요. 그 운동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중간계급적이라는 것이지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닙니다. 중간계급이란게 무슨 치부인가요?

  • 바람꽃 2009/05/15 02:03 ADDR EDIT/DEL REPLY

    공정거래무역상품이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이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비싼건 사실입니다. 구입하고 싶어도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선 꿈도 꿀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요. 저도 한때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침에 눈을 뜨면 절망적으로 내일먹을 양식을 걱정하기도 했었지요. 어른은 못먹어도 제 아이에게 만큼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였더랬습니다. 지금도 풍부한 생활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는 공정거래무역으로 들어온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두번 먹을거 한번먹고, 줄이고 줄여서 내가 소비하는 것이 제 3세계 노동자들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공정거래무역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모순 또한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전 머물지 않을 거란 믿음을 갖고 싶습니다. 한국의 협동조합이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시련을 격어야 하고, 질 좋은 상품을 비싸지 않는 가격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며 좀 멀기는 하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포포님의 의견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좀 아쉬운건 까칠하네요. 치부는 또 멉니까? 계급에 대해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꼭 그렇게 까칠하게 층을 나누어야 되는 건가요? 그리고 야유 맞거든요. 같은 의미라도 설득하는 것과 야유하는 것은 차이가 있으며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울컥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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