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6/07/16

4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7/16
    이사왔습니다.(9)
    너나나나
  2. 2006/07/16
    조선일보와 한판
    너나나나
  3. 2006/07/16
    우리 동네
    너나나나
  4. 2006/07/16
    공원의 정자
    너나나나
  5. 2006/07/16
    애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너나나나
  6. 2006/07/16
    발달
    너나나나
  7. 2006/07/16
    아침부터 한바탕
    너나나나
  8. 2006/07/16
    티격태격
    너나나나
  9. 2006/07/16
    건망증(1)
    너나나나
  10. 2006/07/16
    산모 건강 신경 쓰기
    너나나나

이사왔습니다.

후...땀이 나네요.

 

원래 딴 데 블로그가 있었는데..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슈아, 다섯병 등 총 2명)의  열화와 같은 성화를 못 이겨서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방에 옮기자 생각하고 글을 몽땅 날랐습니다.

 

글을 겨우 다 나르고 뿌듯해하면서

 

블로그 홈에 들어갔는데요...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새로쓴 포스트에 제 글이 도배가 되어 있더군요.

 

아..이거, 참.

 

여기 계신 많은 분들께 사과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해요.

 

전 글 새로 쓰면 블로그홈에 그렇게 뜨는 지 정말 몰랐습니다.

 

 

...

 

 

 

앞으로는 이사 같은 거 안 다녀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일보와 한판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 실례합니다~계십니까?"

 

저는 후덥지근해서 웃통을 벗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서 티를 찾아입고 나갔습니다.

 

"아이고, 쉬시는 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날 누군진 몰라도 참 고생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 요즘 저희가 너무 힘들어서요,

이거 받으시라고요..."

 

그 아저씨는, 꽤 젊어보였는데

한 손에는 우리 아파트 각 동호수를 적은 표를 들고

또 한 손에는 롯데상품권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눈치빠른 저는 바로 감잡았습니다.

 

"참나~아저씨, 또 오셨네요, 자꾸 이러시면 안되잖아요"

 

"아니, 저희가 요즘 많이 힘들어서요.."

 

얼핏보니까, 아파트 동호수 적은 표의 몇 군데에는 v표시로 체크가 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주차장에서 얼마짜린진 모르겠는데

어떤 느끼하게 생긴 아저씨가 상품권 세장 줄테니까 동아일보 보라는 걸

정중하게 거절한 적이 있었고

 

주선생님은

집에 찾아온 역시 동아일보 아저씨에게

죄송하다면서 그 신문 안본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동아일보예요?"

 

"아니요, 조선일보요..."

 

"아...조선일보?"

 

여기서 갑자기 몸에 열이 확 올랐습니다.

 

"아저씨, 저는 조중동은 매우 문제가 많은 신문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이런 식으로 상품권 돌리면 공정거래위원회 신문고시에 걸리잖아요

그러면 아저씨 다니는 신문사 지국, 몇 배로 돈 물어내야 돼요..."

 

이렇게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얘기했어야 하지만

그새 흥분한 저는 덜덜덜 떨면서 간신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저씨...지금 이거.... 공정거래위원회에다 찔러도 되죠? ...아니면 언론노조에다 찌를까요?

돈 이거... 천만원 벌금이예요...천만원.

그리고 ...조선일보라고 하셨죠? 저 그 신문 경멸하거든요? 빨리 가세요..!!"

 

완전히 산후우울증걸린 남자한테 잘못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 이런 일 좀 겪어보셨나 봅니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말합니다.

 

"저 한테 무슨 유감 있으세요?"

 

"누가 아저씨한테 유감 있대요? 아...빨리 가세요~!"

 

놀랍게도 저는 그 와중에도 

진짜로 공정거래위원회에다 찔러봐야,

가난한 신문사 지국만 손해보고 신문사 자체는 꿈쩍도 안할 거라서

그렇게 되면 신문사 지국하는 사람들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착한 마음을 읽었는지, 그 아저씨 더 세게 반격합니다.

 

"그리고 증거 없으면 안 걸리거든요?"

 

"그럼, 아저씨가 저한테 상품권 줄테니까 신문보라고 했다는 확인서 한장 써주실래요?"

 

아..말도 안되는 요구입니다. 점점 제가 밀립니다.

 

"당연히 안 써주죠. 아무튼 저한테 유감 없죠?"

 

"유감 없어요..그러니까 1402호 표시해놓고 다른 사람한테도 여긴 들르지 말라고 해주세요~"

 

"그러죠, 뭐.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왜 이렇게 화를 내~~"

 

여전히 씩씩대는 저한테 주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냥 좋은 말로 해도 되잖아..요즘은 저러다 나중에 애한테 해꼬지할까봐서도 나는 화 못내겠던데.."

 

음...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앞으로는 화를 안 내야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우리 동네

 "야~여기 참 좋다"

 

처음 주선생님과 이 동네에 왔을 때

주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옆에는

임대 아파트가 잔뜩 들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유독 많습니다.

우리가 처음 여기 왔을 때에도

여기 저기서 휠체어들이 막 다니고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곳을 보면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여기 집 값 안 오르겠다"

 

그런데 우리 주선생님은

너무 자연스럽게 여기 참 좋다고 하셨습니다.

 

역시 소외 받는 사람들에 대한 본능적 연대감 같은 걸 갖고 있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야 주선생님과 똑같이 생각하고 말은 잘 합니다.

몸에 체화된 상태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노력 중입니다.

 

그 날 이후로 이 동네에 살면서

참 여러가지 광경을 봅니다.

 

공원에는 장애인과 노인 전용 체육시설이 있습니다.

운동장에서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여서

크리켓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할머니 한 분과

그 분의 장애인 딸과

그리고 그 딸이 난 아이가 함께 산책하는 걸 봤다고

주선생님이 와서 얘기해줬습니다.

 

장애인 딸을 가진 부모 상당수가

딸에게 불임 수술을 해주는 게 현실인걸 감안하면

그 할머니, 진짜 훌륭하신 분입니다.

 

예전에, 미루를 임신했을 때 한 동안

"우리 애는 어디 이상 없겠지?"하는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어느날

주선생님이 해준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 사라졌습니다.

 

"있잖아. 광진구에 정립회관.. 거기 문제 있어서 사람들이 농성하고 그러잖아.

내가 아는 사람이 거기 갔다가 중증 장애인 한분 하고 얘기하는데 그 분이 그랬대.

자기는 자기 부모님한테 참 감사하다고.

그래서 조금 의아해하면서 감사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부모님이 자기를 지우지 않고 나아주지 않았냐고... 그래서 참 고맙다고 하더래..."

 

 

...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공원의 정자

얼마 전에 한참 날씨 좋을 때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좀 걷다가

애를 안고 다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곧 앉을 만한 데를 찾았습니다.

 

저만치 정자가 보이더군요

할머니 세 분이 그 정자에서 돗자리를 깔고

 

두분은 누워 계시고, 한 분은 앉으셔서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고 계셨습니다.

 

"아이고, 꼬맹이네~"

 

할머니들은 저희들을 굉장히 반겨주셨습니다.

 

여자들 넷이 만나니까 참 할 얘기가 많더군요

 

할머니들은 예전에 아이 일곱, 여덟씩 키우셨기 때문에

좀 처럼 잊어버리지 않는 각종 육아의 지식을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다가 한 할머니는 또 누워서 주무시고

또 한 할머니는 계속 주선생님한테 말 걸어주시고

미루는 한바탕 싸대서, 기저귀 갈아주고..

그리고 지나가던 아이와 아이 엄마가 그 정자에 합류해서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정자가 얼마 전에 부숴졌습니다.

누군가 포크레인 가져와서 단박에 박살을 냈습니다.

 

우리 아파트 복도에서 보이는 정자가 있던 자리에는

기둥 박아 놓느라고 시멘트로 발라놓았던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할머니들은요?

 

그 할머니들은 이제

그 정자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 화장실 앞 벤치에 앉아 계십니다.

 

돗자리를 펼 수도 없고 누워 있기도 힘들고

우리가 놀러갈 수는 더더욱 없는 곳입니다.

별로 자세가 안 나옵니다.

 

공원의 주인은 그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애용했던 정자를 부술려면

사람들이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소외됩니다.

 

아파트 들어와서 다섯달 쯤 살다가

엘리베이터에 입주자 대표자회의에 참여할 동대표를 뽑는다는 공고가 났었습니다.

 

거기 나가볼까 생각했었는데

조건이 '6개월 이상 거주하신 분'이어서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좀 더 알아보니까

법에는 아파트 소유자만이 입주자 대표자회의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더라구요

 

저 처럼 전세 사는 사람은,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더라도

입주자 취급을 안합니다.

 

실제 공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자를 부수기 전에 의견을 묻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는 인간들이 많습니다.

 

빨리 그 정자를 누가 부쉈는지

부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공원 근처의 주민이 의견을 말할 기회 같은 건 정말 없는 건지 알아봐야 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애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미루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끄~응~"

"영~차"

 

며칠 전부터 미루를 들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애를 들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요양중이라는 이야기

역시 애를 들다가 등쪽에 심하게 담이 걸렸다는 이야기 등

흉흉한 소문이 주변에서 들려옵니다. 

 

안 그래도 최근에 근처 스포츠 센터에 가서 요가를 시작했는데

여기 요가는 완전 스파르타식에 밀어붙이기식 요가라서

몸이 아주 뻐근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남자는 저 혼자라서

요가 갔다 올 때 마다 정신력 소모가 좀 큽니다.

 

이런 데다가 미루까지 무거워지니

이게 참 보통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미루는 우리가 자기를 들 때마다

몸을 뒤로 확 젖히면서  

환상의 C라인을 선사합니다.

더 무거워집니다.

 

주선생님께서 너무도 시의적절하게 제안하셨습니다.

 

"인제 미루를 누워서 재우는 걸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이 말씀 직후

주선생님은 마구 울어대는 미루를 안고 2시간 동안

자네 마네 실랑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어떤 아이들은

젖먹고 좀 놀다가 피곤해지면 칭얼대기 시작하는데

그때 공갈젖꼭지를 물려주면 한참 빨다 잔다고 되어 있길래

그대로 해봤습니다.

 

공갈젖꼭지는 뱉어내길래

대신, 깨끗하게 씻은 제 왼쪽 새끼 손가락을 구부려 입속에 넣어봤습니다.

긁힐까봐 손톱은 안 넣습니다.

 

이게 지금 굉장히 효과가 좋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발달

10년 전 쯤에는 역사는 발전한다고 믿었었습니다.

 

요즘엔, 사람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에 전쟁 직후의 아프카니스탄에 갔을 때,

'부르카'로 온 몸을 가리고 다니는 여자들을 봤었습니다.

 

70년대 말만 해도

긴 파마 머리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던 그곳에서

저는 아주 지독한 역사의 후퇴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미루는 아주 열심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선생님과 저의 관심사는

미루가 과연 엄지손가락을 언제 입속에 넣느냐였습니다.

 

이 과정이 참 어렵습니다.

 

손을 입으로 가져가긴 하는데, 주먹을 통째로 입에 넣을려고 합니다.

한 일주일 넘게 이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일주일 동안, 주먹이 엄청나게 큰데, 입은 더 엄청나서

그 큰 주먹이 입속에 들어가는 걸 가끔씩 보여줬던 학교 때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끔찍했습니다.

 

그러다가, 미루는

손가락 중에 엄지 손가락말고, 그 다음 손가락을

입속에 넣고 빱니다.

 

주먹을 쥐는 법도 달라졌습니다.

엄지손가락을 네 손가락 안쪽에 넣어서 쥐더니,

며칠 전부터는 바깥 쪽으로 내놓고 쥡니다.

 

이런 걸 발견하는 제 눈썰미도 참 대단합니다.

 

사실은, 주선생님이 발견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미루가 엄지손가락을 빨기를 기원하면서 가끔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니~손 빠라~" "쪽쪽~쪽 쪽 쪽" (응원구호에 대한 설명은 이 글 끝에)

 

 

그리고 결국

우리의 응원에 힘을 얻은 미루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빨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은 이 장면을 기록해야 한다면서

옆에 있던 캠코더를 들었습니다.

테잎이 다 돼서 더 이상 녹화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미루는 딱 3초만 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꼬마는 느리지만, 아주 열심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응원구호에 대한 설명>

축구선수 박지성이 네덜란드에서 뛰던 시절,

그 동네 사람들이 박지성을 응원했다던 '위~송 빠레' 를 응용하여 우리가 만든 구호

남자 중에는 이 구호를 아는 사람이 좀 있을 듯함

엄지손가락을 빨라고 응원해야 하는 판에 대충 '손을 빨라'고 외쳤으므로, 그다지 정확한 구호는 아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침부터 한바탕

싸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전 자고 있었습니다. 주선생님께서 저를 깨웁니다.

 

"지금 몇 시야?"

"응..6시 거의 다 됐어.."

"어..그래"

"있잖아...나, 짜증이 나 죽겠어.."

"..왜?"

 

젖량이 많은 데다,

밤새 생긴 젖 때문에 가슴이 퉁퉁 불은 주선생님은

 

한달만 더 지나면 일도 나가야 하고 하니까

미리부터 유축기로 젖을 짜놓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유축기랑 젖병이랑 소독을 해놓고

새벽에 저 잘 때 일어나서 젖을 짤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유축기 중 가슴에 닿는 깔대기 부분에 기름이 잔뜩 묻어 있었나 봅니다.

닭백숙을 했었는데, 그때 썼던 집게를 제대로 안 닦아 놨었고 그 집게 그대로,

젖병이랑 깔대기를 끓는 물에서 꺼냈던 것입니다.

 

...

 

주선생님은 충격으로 쇼파에 누워 계셨습니다.

 

주선생님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제가 기름 때문에 받은 충격이 있었나 가만히 떠올려 봤습니다.

있었습니다.

 

두 달 전 쯤에 장인어른이 식사시간이 다 끝난 시간에 느닷없이 집에 찾아오시더니

삼겹살을 마구 구워드셨었습니다. 기름이 무지하게 튀었죠.

 

저는 그때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 오전에 스팀 청소기로 평소 잘 안하던 바닥 청소를 다 해놔서,

하루 내내 그 깔끔함에 뿌듯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 발바닥에 느껴졌던 삼겹살 기름은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주선생님은 발바닥도 아니고, 가슴에  

닭기름이 묻었습니다.

 

멀쩡하게 잘 있는 사람한테 누가 기름으로 범벅된 닭껍질을 턱 하니 올려놓은 거랑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것도 아침부터, 그것도 애한테 젖먹일 생각을 하며 가슴 벅차하는 순간에...

 

주선생님은 여전히 쇼파에 누워 계십니다.

아무래도...정신적 충격이 심한 모양입니다.

 

불러도 안 일어납니다. 

 

전 주선생님이 누워 계시는 동안 젖병 소독 다시 다 해놓고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던 집게는 그야말로 후회없이 씻고 또 씻었습니다.

빨래 돌리고, 밥 앉히고, 어제 밤에 미루 깬다고 미뤄놨던 설거지까지 다 했습니다.

 

그래도 안 일어납니다. 

 

깨우니까, "으..." 하고

신음 소리만 냅니다.

 

계속 깨우니까, " 나...20분만.."합니다.

 

평소에 더 자고 싶을 때는 주로 "10분만..."혹은 "5분만.."을 외치거나

좀 많이 자고 싶으면 "30분만.."을 외치는 데

특이하게 '20분'을 요구하는 걸 보니, 

정신적 충격의 강도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소독, 위생...이거 아이들 키우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티격태격

주선생님과 저는 아주 가끔 싸웁니다.

 

그래도 원칙이 있습니다. '5분 안에 화해하기'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이 원칙을 잘 지켜왔습니다. 

 

싸우는 거 말고, 평소에 우리는 자주 '티격태격'합니다.

 

이걸 싸운다고 하기엔 좀 그렇고

아무튼 이 '티격태격'에서 이기면 나름대로 꽤 뿌듯해집니다.

 

낮에 쇼파에 누워 있는 주선생님이 지쳐 보여서

제가 다리 안마를 해주었습니다.

 

다리에 손톱의 압박이 좀 세게 느껴졌나 봅니다.

 

 

"어? 손톱 자를 때 됐네?"

 

"아니"

 

"그럼?"

 

"자를 때 지났지, 나를 이렇게 방치하다니..."

 

 

티격태격 1회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집에서는 제 손톱을 주선생님이 자릅니다.

 

손톱이 다른 사람 보다 밉다면서,

자기가 잘라주면 이뻐질거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주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안마를 하도 안 해줘서 몰랐지..."

 

"......"

 

1회전은 시작하자마자 주선생님이 승리했습니다. 

 

 

곧 이어서 주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미루 손톱, 이거 봐.. 어떤 건 자르고, 어떤 건 안 잘랐잖아"

 

2회전이 시작됐습니다.

 

전날 미루 손톱을 제가 깎았는데

애가 움직이기도 하고, 또 이런저런 이유로

손톱 몇 개를 안 잘랐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분명히 주선생님한테 얘기했었습니다.

 

2회전의 승리를 예감한 저는 기세 좋게 힘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거 왜 이래. 내가 어제 얘기했잖아. 어떤 건 안 잘랐으니까 니가 보라고...난 분명히 얘기했어~!!"

 

주선생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조용히 좀 해...애 자잖아.."

 

"......"

 

2회전도 주선생님께서 승리하셨습니다.

 

그러나 조금 미안했던지 솔직히 고백할 게 있다면서 얘기합니다.

 

"나 저번에 미루 손톱 깎아 주다가 살 쪼끔 짤랐다~"

 

미루가 불쌍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건망증

저희 집에는 특이하게도

가스렌지, 전자렌지, 압력밥솥, 그리고 세탁기가 한 데 모여 있습니다.

 

직접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배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히히히~"

 

제가 밥그릇을 들고 압력밥솥 옆의 가스렌지로 가더니

밥그릇에 국을 퍼담고 있는 걸 보고

주선생님께서 날려주신 웃음입니다.

 

'오늘도 한 건 했군' 정도의 뜻입니다.

 

요즘들어 가뜩이나 건망증이 심해져서,

주선생님은 저를 '덤앤더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결국 한 건 한 겁니다.

 

저는 '뭘 이런 걸 가지고'란 의미를 담아서

살짝 미소를 날려줬습니다.

 

주선생님께서 한 마디 더 하십니다. "후라이팬 불 좀 끄지"

 

몇 분 전에 계란 후라이를 해서 접시에 담았었는데,

가스렌지 불을 안 껐던 모양입니다.

재빨리 불을 껐습니다.

 

주선생님, '그것까지 포함해서 한 건으로 쳐주지'라는 미소를 다시 보냅니다.

 

식사를 하다가 보니까

된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서 배추를 씻어놨는데,

그걸 도마 옆에 그냥 놔뒀습니다.

 

식탁으로 배추를 가져오는 걸 보고 주선생님이 또 묻습니다.

 

"된장은 어딨는데?"

"여기 있잖아.."

"이거...고추장 아냐?"

 

아...'한 건'으로 치기엔 너무 많은 플레이를 해버렸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지,

아니면 이게 말로만 듣던 주부건망증인지

암튼, 제가 어떤 짓을 할 지 한 치 앞이 예측 불가능입니다.

 

사실, 그 동안 참 많은 일을 했었습니다.

 

밥을 앉히기 위해 쌀을 씻은 다음

솥을 드럼세탁기를 열고 넣기도 했고, 

 

국 뎁혀 먹을려고 냄비를

세탁기 안에 넣기도 했었습니다.

 

쌀 씻어 놓은 솥을 압력 밥솥에 안 넣고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5분 넘게 불을 켜놓기도 했었습니다.

 

샤워하다가 샤워기 꽂는 데다가 칫솔을 꽂으려고도 했고

 

장보고 온 물건들은 남겨두고

그 물건 넣어 온 비닐만 냉장고에 넣기도 했습니다. 

 

...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안되니까

건망증이라도 있어야지..이게 제 주장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산모 건강 신경 쓰기

"나, 바베큐 폭립이 먹고 싶어~~"

 

주선생님께서 쇼파에 앉아

갑자기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뭉개면서 이야기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싶어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인물을 닮았습니다.

 

바베큐 폭립!

 

일단, 폭립인지 폭맆인지부터가 헷갈리는 음식입니다.

 

36년 평생 동안 먹어본 횟수를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음식입니다.

 

사실 33살 이전에는 그런 게 있는 줄 알지도 못했던 음식입니다.

 

"그거 먹고 싶어? 그럼 외식해야 되잖아~"

"아니"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오븐이 필요해~"

"오븐?..우리 집에 없잖아.."

"그럼, 전자렌지에다 넣어서 어떻게 하는 방법 없을까?"

 

주선생님, 얼마나 그게 먹고 싶었으면

전자렌지에게 오븐의 임무를 맡기려고 합니다.

 

"그건 안돼지~"

"그럼, 가스렌지 생선 굽는 데다 하면 안될까?"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저는 그냥 대답했습니다.

"방법을 찾아보자. 일단 마트 가서 사와볼께"

 

이 정도로 마무리가 됐다 싶어서 저는

쇼파에서 일어나 쓰레기를 치웠고

주선생님은 컴퓨터 앞으로 갔습니다.

 

한참 쓰레기를 치우다 뒤돌아보았습니다.

주선생님의 뒷모습 넘어로 보이는 컴퓨터 화면에는

 

아...

바베큐 폭립의 사진이 떠 있었습니다.

집요했습니다. 아까 제 대답이 무심했던 것을 알았나 봅니다.

 

결국 주선생님은

바베큐 폭립에, 한우 사골, 한우 도가니, 그리고 이름이 잘 안 외워지는 소시지까지

화끈하게 지르셨습니다.

 

이제 주선생님의 결정에 순응하고, 먹을 거리들이 택배로 오면 요리만 하면 됩니다.

 

산모의 건강이 최고라면서 계속 신경 쓰지 못했었는데

이제 자의반 타의반으로 신경 좀 쓰게 생겼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평소 같으면 못 먹을 것들이지만  이럴 때 돈 써야지 언제 쓰나 싶습니다.

 

근데, 요새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도대체 다른 산모들은 자기 몸을 어떻게 돌보는지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