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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9/01
    산모는 배고프면 안된다.(3)
    너나나나
  2. 2006/09/01
    주부의 증거3(4)
    너나나나

산모는 배고프면 안된다.

"상구, 나 갑자기 핑 도는 게 어지러워..."

 

주선생님이

미루가 보채는 걸 달래다가

포기하고 저한테 옵니다.

 

"그래? 그럼 니가 저녁 준비 마저 할래?

내가 미루 재워볼께.."

 

미루 달래는 게 너무 힘들었나 싶어

저는 주선생님과 역할을 바꾸었습니다.

 

"우당탕~"

 

부엌에서 일하던 주선생님이

포도씨 기름이 담긴 병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기름이 와락 쏟아졌습니다.

 

"괜찮어~?"

 

나중에 말하는 걸 들어보니

오전 11시에 밥 먹고 아무것도 안 먹어서

허기가 진 상태였는데,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더랍니다.

 

그러니까 배가 고파서 정신이 나간 겁니다.

중간에 간식을 먹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안 챙겨준게 실수입니다.

 

육아휴직 하고 처음에는

주선생님이 가끔 너무 배가 고프다면서

정신없어 하는 게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런데 산모는 수시로 배가 많이 고픈 모양입니다.

특히, 모유수유하고 나면 무지하게 배고픔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제가 평소 열심히 간식을 챙기다가

너무 열심히 한다 싶어서 하루쯤 간식을 안 줬는데

 

그 날 주선생님은 마구 울어버렸습니다.

간식을 안 주는 게 그렇게 서러웠답니다.

 

그 사건 이후 저는 정말 열심히 간식을 해줬습니다.

 

각종 빵, 과일 같은 걸 사다가

탁자 위에 항상 쌓아놨습니다.

 

계란도 삶아놓고,

고구마, 감자, 옥수수도 삶아 놨습니다.

 

감자나 고구마 삶은 건 두세번 먹었는데도 남으면

으깨어서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두유, 우유 같은 마실 거리들도

냉장고에 채워놓고 떨어지지 않게 했습니다.

 

그렇게 안 하면 또 울 게 틀림없었습니다.

 

저의 부단한 노력으로

두번 다시 주선생님이 간식 때문에 우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잠시 방심한 탓인지

허기로 인한 어지럼증이 또 발생한 것입니다. 

 

어찌어찌 해서 겨우 저녁밥을 차려 먹고

밥이 좀 부족했던지 계속 배가 고프다고 해서

빵하고 사과를 사다 줬습니다.

 

미루도 재운 다음

주변이 평화로워지자, 주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까 나 밥 먹고 나서 상구 밥 먹을 때 

나는 미루 젖 줬잖아..

그때 밥통에 밥 조금 남은 거 있길래

젖 먹이고 나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구가 갖다 먹어버리더라..."

 

빵하고 사과 안 사다줬더라면

또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이런 때 잘 먹여야지,

안 그러면 두고두고 서운하단 소리 듣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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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증거3

마사지 수업을 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갔습니다.

 

식사가 나오고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문득 앞에 놓여 있는 숙주나물무침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거 숙주나물이지?"

"응"

 

예전에는 콩나물하고 숙주나물을 구분 못해서

몇 번이나 "야, 이 콩나물 무침 맛있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넓은 아량으로 저를 품어주신

주선생님께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말을 했습니다.

 

"가만있어봐..이건 당근이네..

숙주나물은 데쳤을거고..

이건 안 데치고 그냥 채만 썰어서 넣었나?"

 

주선생님 귀찮을텐데 대꾸해줍니다.

 

"그런 것 같은데..어차피 안 익혀도 당근은 먹잖아.."

 

"이건 부추냐, 실파냐..부추구만.."

"그래, 부추 맞네.."

 

"근데, 왜 파는 안 넣었지?

무침하는데 마늘은 당연히 들어갔고, 파도 넣어야 하지 않나?"

"그러게, 이 집에선 안 넣나보네.."

 

"간장은 안 넣고 소금으로 간 한 것 같고..

당근 사 놓고 별로 쓸 데가 없었는데 이거나 한 번 해 먹어봐야겠다.."

 

예전에 식당에 가면

무슨 반찬이 나오든 그냥 먹고 나오면 그만이었는데

요즘은 반찬 하나하나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밥상에 대한 저의 관찰력이

점점 예리해지고 있는 겁니다.

 

옆에서 퍼져 잔 미루 덕에

맛있게 밥을 먹고 개운한 기분으로 식당 밖을 나왔습니다.

 

주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이야~맛있게 먹었다."

 

제가 말했습니다.

"이야~한 끼 때웠다~"

 

저는 밥을 맛있게 먹은 것 보다는

이렇게 해서 한 끼를 또 무사히 해결한 것이 훨씬 기뻤습니다.

직접 안 차리고 밥 먹은 게 기뻤습니다.

 

주선생님 잊지 않고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오~~주부의 자세~~"

 

이제 확실히 주부가 돼 가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은 모시조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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