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 만에 겨우 한권의 책을 읽었다.

지난 겨울(인가 봄인가?)에 단공주가 버너 코펠 빌려가고선

그거 늦게 줬다고 미안하다면서 선물로준 책이다.

 

요즘 책과도 거의 인연을 끊고 살아서

아침에 화장실에서 두어장씩 읽어서 겨우 끝냈다.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3천여키로미터를 종주하는

기록이다.

끝까지 종주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와 둘이 가다가, 나중에는 혼자서,

또 아내가 차로 태워다 주면 그 부근에서 하루 이틀씩,

이렇게 종주하는 기록을 적었다.

산길을 걷는 기록이야 별 게 없겠지만,

그 중간에 애팔래치아 트래킹의 역사를 넓고 깊게

서술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어느 지역 탄광에서는 불이 나서 그 지역이 모두

불타 없어진 아픈 역사들 같은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나라에서 백두대간 종주라고 해봐야 겨우

몇백 키로미터에 한두달이면 끝날 거리이지만,

미국이라는 땅덩어리가 정말 넓고 커서

수천키로의 산길을 몇달간에 걸쳐서 걷는 다는건,

그리고 그런 길이 있다는 건 행복한 것이다.

 

어렵다거나 힘들다거나 엄청난 모험을 했다거나

이런 얘기이지만,

읽다 보면 그것보다는 웃음이 저절로 나오게끔 하는

글쓰기의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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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6 22:12 2009/08/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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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8 00: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를 부르튼(?) 숲..ㅋㅋ 이 아저씨가 쓴 거의 모든것의 역사라는 과학책이 재미있어서 드린 책이랍니다. 책을 종주하듯 음미하셨다니 다행.^^

  2. 떠도는꿈 2009/08/20 10: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몸에 근육만 키우지 말고 마음도 같이...
    책 읽는다고 다 지혜로워지는 건 아니더라만
    그래도 안 읽는 것보다는 낫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