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가는 길에 얼굴 좀 보자 했더니,

스머프, 술라, 가문비 님이 나왔다.

갑자기 내맘대로 만나자 했으니 리버미 님은 약속 있다고 안나왔다.

소주 한잔 마시고 광화문에서 버스를 탔는데,

언제나처럼 졸려서 실컷 잤다.

깨보니 원당 못미쳐서 조금 더 가서 내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잠들었다.

 

깨어 보니 이제 일산 신도시 어디쯤 인거 같은데, 전혀 모르겠다.

방향도 모르겠고, 어느 동네인지도 모르겠다. 하튼 집은 지나친게 분명하다.

버스가 서길래 후다닥 내렸다.

그리고 길 건너서 택시를 타고 가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구, 가방을 놓고 내렸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 보니, 나를 내려준 버스가 저 앞 1백미터 앞에서 신호대기하고 있다. 열나 뛰었다. 그 버스를 따라 잡기 위해서...

근데, 어쩌랴 버스는 곧 출발했고, 내 눈에서 멀어져 사라졌다.

버스가 서 있던 곳까지 와서 막막해 졌다.

'이걸 어쩐다냐? 내 물건이야 책 두어권 잃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출장갔다오느라고 회사 서류도 들어 있는데.... 어쩌나?'

 

택시를 타고 쫓아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자리에는 빈택시도 안오는 곳이었다. 마구 손을 흔들다가 반대편에 빈택시가 보여서 온몸을 흔들고, 뛰면서 발광을 했더니 휙 유턴을 해서 내앞에 와서 섰다.

"아저씨, 저 앞으로 지나간 버스 좀 따라가 주세요"

기사 아저씨 아무말 없이 간다. 조금 가니 신호가 가로막았다.

신호 지키면서 어떻게 따라가지?

좌회전해서 따라가는데,버스는 보이지 않고, 앞으로 옆으로 다른 차들만 가득하다.

 

영화에서처럼 마구 달려서 저 앞에 가는 차를  따라 잡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일 뿐인 모양이다....

 

신호도 위반하고, 곡예 운전을 하고, 그래서 한참을 가다 보니 버스가 두대 앞서가고 있다.

"저 버스중에 한대 일 거예요.."

뒷버스에 달라 붙었는데, 아니었다.

앞에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서자 택시를 버스 뒷꽁무니에 세운다.

잠시 주춤했더니, 기사아저씨는 빨리 가서 타야 한다나...

뒤에서는 노선 확인도 안되니까 앞으로 세워달라고 했다.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 앞에 택시를 세웠고, 택시비 던져주고는 후다닥 버스로 올라탔다.

다행이 사람들 별로 없고, 뒷중간 쯤에 앉아 있어서 그자리에 가방 그대로 있었다.

가지고 또 후다닥 내렸더니, 택시가 그냥 그대로 기다리고 있다.

 

그택시 타고 집으로 다시 왔다.

 

술먹고 차 안에서 잠자도 물건은 잘 챙겨서 내리는데, 어제밤은 혼났다.

그나마 바로 가방 찾아서 다행이지, 잊어버렸으면 회사에 와서 쪽 다팔고 한판 난리를 칠 뻔했다..... 휴-우....

 

술마시고 차 안에서 잠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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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5 11:27 2005/01/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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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양 2005/01/05 11: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크하하-
    "그래서 영화는 영화일 뿐인 모양이다...." 압권!!
    그래도, 결국 택시를 타고 추격하여 가방을 찾았으니, 해피엔딩의 결말이네요~ ^^

  2. hi 2005/01/05 12: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구 달렸다가 영화에서처럼 차 뒤집어지고 사람 튕겨나가고 폭발하고 그랬으면 어쩔라고 그러셨어여.... ㅡㆀㅡ;;;

  3. 자일리톨 2005/01/05 13: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히야... 택시비 엄청 나왔을 것 같은데, 암튼 심야의 추격씬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해요~~:)

  4. 바다소녀 2005/01/05 14: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흑흑 어쩌다 그러셨어요.
    읽는 사람은 재밌지만요. ^^

  5. 하얀모카 2005/01/05 16: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은 버스를 추격하셨죠.
    전 전철을 추격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 전철타고 인천역으로..
    눈 앞에서 다시 그 전철을 놓치고.. 그 때 생각이 납니다.

  6. sanori 2005/01/05 17: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양/마자요, 가방 찾아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hi/영화의 주인공은 그 와중에도 살아 남잖아요. 저도 영화주인공처럼 살아 남을 것이라 믿었지요, 근데, 못가더라구요.
    자일리톨/일산바닥이 좁아서 택시비는 얼마 안나왔어요. 손에 땀을 쥐기도 했지만, 보이는 버스가 내가 내린버스아니면 어쩌나 하면서 불안해 했지요
    바다소녀/재밋어요?
    하얀모카/그래서 놓고 내린 물건은 찾았어요?

  7. rivermi 2005/01/05 20: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코미디드라마의 한장면을 보는 것같아 넘 웃겨요
    그런데 전철은 정말 더 웃겨요^^;;; 본인들에게는 아찔했겠지만..쩝..지송~

  8. neoscrum 2005/01/05 23: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침이 아니라 저녁이라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전 예전 고등학교 때 아침에 등교하다가 버스에 책가방을 놓고는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내렸다가 종점까지 쫒아가서 두시간이나 지각한 적이 있었어요. 흐... 선생님은 거의 미친놈 쳐다보듯이 보더라구요.

  9. antiropy 2005/01/06 19: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히려 영화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