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인가 아내는 저번에 병원에 가서 무슨 수술을 했는지 계속 물었다.

그건 수술이 아니고, 그냥 심장검사였다고 몇번이나 말해도

'그때 수술이라면서 보호자로 나를 부르지 않았느냐?'면서 계속 수술이름을 대라고

강요한다.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보험약관을 보여주면서까지 여기에 해당되는게 없느냐고 물어도 검사였다는 대답만 들었다면서 검사라고 강조했다.

 

 



며칠이 지났나?

이번에는 아내가 생명보험이나 종신보험은 병원에 입원해도 이것저것 따지고 보상안해주는 것이 많으니까 아예 화재해상보험에서 취급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하겠단다. 그런데 남편인 산오리는 그 보험에 들 수가 없단다. 그래서 내가 왜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교통사고를 무려 5번이나 냈다는 것이다. 나는 교통사고를 낸 적도 없고, 그래서 당연히 보험으로 처리한게 없는게 그건 또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자기가 사고를 내고 보험처리 했는데 차 보험이 모두 산오리 이름으로 들어 있으니 그럴수 밖에 없단다.

그래서 사고는 자기가 내고, 사고의 혜택(?)은 남편이 받게 되었다면서 웃었다.

그리고는 그거 화재보험사의 본사에 얘기해서 상해보험을 들었다면서 인감증명이랑, 신분증 카피 해 오라고 했다.

 

지난주에 소백산 산행을 간다고 며칠전에 얘기했더니,

앞으로는 '놀러갈때면 미리, 반드시 얘기해라'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 고 했더니 여행자 보험을 아내가 들어주겠단다.

귀찮게 무슨 여행자 보험이냐고 했더니, 앞으로 어디서 사고가 나든 무슨 일이 나더라도

돈이라도 받아서 '살아있는 사람이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이번주에는 홍성의 온아무개씨 집들이와 오서산 산행을 가겠다고

토요일 오전에 서울의 어느 결혼식에 가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차안에서 당장 보험아줌마에게 전화를했다.

미리 말하라 했더니 당일 되어서, 그것도 토요일날 얘기하면, 어쩌냐고 잔소리까지 덧붙여 가면서...

보험아줌마가 토욜이라 출근을 안했는지 어쨌는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에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내 휴대폰으로 오전에 전화해서 번호가 남았다)

아내가 전화했으니까 아내한테 전화해 보라고 하고선 끊었는데,

그 저녁에 여행자보험을 들었는지 어쨌는지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오늘 저녁에 팀원과 같이 퇴근하다가 물었다.

"요즘 집에 가면 00이 엄마가 좋아 해요?"

"하이구, 아주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왜요?"

"안들어 와도 좋으니까 아예 나가서 살라구 해요. 월급만 보내주고..."

"글게 말이예요. 나이 좀 들면 아줌마들은 마찬가지인가 봐요."

 

아내들에게

40대 남편들은 그저 '돈'으로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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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7 23:39 2005/03/0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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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소녀 2005/03/08 00: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올라올때가 되었는데 어인일인가 했었어요.
    남편들은 40대 아내가 뭘로 보일까 궁금해요.

  2. kuffs 2005/03/08 08: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한테는 섭하게 들리겠지만-보여주는 것 만큼 보는 게 아닐까요?

  3. 자일리톨 2005/03/08 19: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돈으로만 보인다는 건 너무 많이 나가신 듯 싶구요~~^^;
    요즘 세상이 하 수상한지라 보험이라는 놈도 점점 더 많아지는 듯 싶네요.... 에효~~

  4. gribeun 2005/03/09 11: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 저도 요즘 보험들라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진지하게 생각 중이에요. 무슨 보험을 들어야 하는 건지. 과연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되는 건지. >.<

  5. 개울 2005/03/09 11: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소통의 부재가 어디서부터 온 건지... 답답하네요. 남편들에게 40대 아내는 뭘로 보일까요?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말하면 아내는 남편을 '돈'으로 보고, 남편은 아내를 '아이 엄마'로 보지는 않는지. -_-;

  6. sanori 2005/03/09 13: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다소녀 / 아내가 뭘로 보이냐구요? '돈과 자식만 밝히는 사람'으로 보이죠.
    kuffs / 섭한건 없어요. 20년동안 서로에게 보여 줬는데, 뭘 또 보여줘야 하나요?
    자일리톨 / 글로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지요. 돈에 관한 얘기만 찝어내서 쓰다보니, 약간 오버한 것처럼 보이나 보네요.

  7. sanori 2005/03/09 13: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gribeun /보험 들어서 미래 준비 되겠어요? 보험 안들고 대충 되는대로 살면 좋겠어요...
    개울 / 소통의 부재이기도 하지만, 일상이기도 하죠. 그런데,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부부간에는 '별로 할 말 없다'고 하더라구요. 항상 많은 말을 한다고 해서 소통이 잘되는 것도 아니구요, 말 없어도 그저 편안하게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8. azrael 2005/03/09 16: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산사람은 살아야죠..근데 죽은 사람은...죽으면 그만인데...그쵸..?

  9. 정양 2005/03/10 11: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

  10. sanori 2005/03/10 17: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azrael/산 사람 살려고 보험드는 거잖아요. 근데, 죽는 대상이 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기분나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