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 뜯기다..

from 단순한 삶!!! 2005/05/18 12:40

날씨가 더워진 탓에 목욕탕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일주일에 두번씩 가다가 이즈음에는 일주일에 한번도 못가나?

어제 오랜만에 목욕탕엘 갔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넣으려다 보니까 신발을 한번 닦아야 할 거 같았다.

아저씨를 불러서 신발 닦아 달라 했더니,

그 아저씨, 신발을 들어보고서는 '왁스한번 하셔야겠네요..' 한다.

순간, 왁스? 그거 얼마인데요? 하는 생각이 스쳤는데, '알아서 해 주세요'하고서는 목욕을 했다.

 

목욕이 끝날 즈음에 옛날 생각이 났다. 70년대, 80년대 그즈음에는 어디가서 다방에라도 앉아 있으면 구두 모으는 사람이 나타나서는 됐다는데도 그냥 구두를 벗겨 갔다. 그리고는 멀쩡한 밑창을 바꾸거나 바닥에 고무판을 덧붙이고서는 만원인지 2만원인지를 더 달라고 했다. 그래서 싸우기도 하다가 그냥 뜯기기도 했던....

 

으-씨, 왁스인지 뭔지 했다고 또 돈좀 뜯으려 하겠구나. 설마 뜨네기도 아니고 목욕탕에서까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목욕탕을 나오면서 신발을 달라고 했다.

"아저씨 얼마예요?"

"8천원이요."

"뭐라구요?"

"8천원이요, 이거 왁스칠 한번 해 놓으면 물기도 스며들지 않고.....@@#$$%$.."

"아저씨! 이 신발 얼마나 한다고 구두 닦는데 8천원이나 받아요? 글구, 제가 이 목욕탕 자주오는 단골인데, 뜨네기도 아닌데 이렇게 바가지나 씌워요?"

"그게 아니고,...왁스는.....@#$$%"

"아저씨 같으면 3만원짜리 신발 8천원주고 닦겠어요?"

"5천원만 주세요..."(하튼 금새 꼬리를 내린다.)

"너무하는거 아네요? 지난번에 구두 닦아봤더니 잘 닦으시길래 여기까지와서 구두 닦아 달라고 했는데, 어째 그래요?"

"5천원만 주세요..."(으씨... 더 안내려갈 모양이다.)

 

5천원을 주고 나왔다. 구두 닦는데 2천원인데 3천원을 뜯겼다. 돈의 크기가 문제라기 보다는 기분이 정말 드러웠다.

 

근데, 그런건 처음에 얘기할때

"그거 얼마예요?" "관두세요!"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당할때는 그런말이 나오지 않는다. 참 신기한 노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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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12:40 2005/05/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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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프 2005/05/18 13: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샌 구두 닦는데 2500이던데...
    그돈 아까워서 못닦고 그냥 휴지로 쓱쓱~ 닦고 다니는뎅...
    전문가에게 닦고 다면 기분은 좋더라구요~
    (산오리 같은 짠돌이도 돈주고 구두 닦는것에 놀랐음..ㅎ)

  2. 바다소녀 2005/05/18 13: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 한꺼번에 글 너무 올리지 말기. ^^
    전 아직 구두 한번도 안 닦아 봤어요.

  3. 풀소리 2005/05/18 13: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옛날 어떤 선생이 사람을 알려면 구두를 보면 안다. 구두는 마음의 표상이다. 뭐 대략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난 그 얘기 들은 이후구두를 닦지 않습니다. 정 지저분하면 먼지 정도 털고 ㅎㅎ

  4. sanori 2005/05/18 14: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프 / 산오리한테 '짠돌이'라 한 사람은 그동안 없었는데... 요즘은 짠돌이 좀 하려 하는데, 잘 안되네요..
    바다소녀 / 점심시간 낮잠 안자고 열심히 썼구먼요...
    풀소리 / 구두의 깨끗함과 마음의 그것과 비례하는게 아니었어요? 산오리는 그소리 듣고 마음의 지저분함이라도 가릴까 해서 돈주고라도 열심히 닦고 다니는데..ㅎㅎ

  5. azrael 2005/05/19 17: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운동화가 편하고 좋지요..ㅋㅋ

  6. sanori 2005/05/19 18: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azrael/ 운동화는 왜 그리 발이 더워요?

  7. 감비 2005/05/19 20: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게요, 스머프님은 어찌하여 산오리님을 짠돌이라고 생각하셨을까? 인심 좋지, 술값 잘내지, 당비나 후원금 이런 거 열심히 내지(몸은 더 열심히 뛰고), 뭐가 짠돌이래유?ㅋㅋㅋ..

  8. sanori 2005/05/20 08: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비 / 갑자기 왜 이러셔유??? ㅎㅎ 꼭 술한잔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