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동현

from 나홀로 가족 2005/07/27 09:10

일요일, 암으로 아산병원에 입원중인 친척 형님을 문병가려고

신정동으로 가서 부모님과 둘째동생, 그리고 조카 두 놈을 태우고

부모님 집을 나섰다.

앞서가는 동현이의 종아리가 매맞은 자국이 선명하다.

맞은 날이 며칠 지났는지 이제는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걸 본 할머니가 가만 있을리 없다.

 

"동현아! 그거 누가 때렸노?"

".............."(동현이는 대답을 안했고.)

"내가 좀 때렸다."(동현애비의 퉁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왜 애를 때리냐고 할머니는 물었지만,

애비고 자식이고 뚜렷한 대답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문병을 하고선 동현이 손을 잡고선 다녔는데,

무엇때문에 그놈이 나한테 부탁할게 있었다.

"왜 맞았는지 알려주면 해줄게..."

"싫어 물어보지마."

"그럼 안해준다..."

"그럼,말할테니까 비밀로 해줘!"

"알았어."

"담배피다 들켰어..."

"허거!!! 어떻게 아빠가 알았대?"

"더이상 물어보지마!"

"얘기좀 해봐!"

"싫어! 자꾸 물어보지마!"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서는 갑자기 그생각이 나서는

혼자서 실컫 웃었다.

그놈 참 맘에 드는 놈이라니깐.. 우리 동명이 보다 좀 낫지 않을라나...

 

넘 재밋어서 집을 나서기전에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그놈 참 당돌하네..."

 

우리 동명이는 이미 범생이가 되어 가고 있는데,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이놈 동명이는

큰아빠 맘에 쏙 든다...

 

바로 요놈이다.

 

- 으~씨... 비밀이라 했는데, 비밀 못지켜 어쩌지?

   미안하다, 동현아! 큰아빠한테 비밀은 없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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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7 09:10 2005/07/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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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uffs 2005/07/27 09: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리 딸이랑 동갑인데 담배라니 에구 깜짝이야. 그런데 그 매운 걸 어떻게 피웠을까요? 얼굴에 장난끼가 가득하네요^^

  2. 삐딱 2005/07/27 09: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허걱...담배라길래 고등학생인 줄 알았드만....얘가 몇 살이래요?

  3. sanori 2005/07/27 10: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뻐꾸기 / 반가워요..저 놈이 뭘 알고 피웠겠어요? 아빠 피는 거보고 호기심에 해 봤겠죠...
    삐딱 / 초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잘 모르겠네요.. 조카들 몇 놈 되니까 몇학년인지, 몇살인지 구분 못하겠네요... 예전에 나 어릴적에도 친척아저씨들이 우리집에 오면 '어느기 큰놈이고?'이렇게 물어보는게 서글펐는데...가끔 보는데,6명의 형제를 어떻게 구분할수 있었겠어요...나이먹어보니까 이해 되요..ㅎㅎ

  4. 야옹이 2005/07/27 10: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호기심이 대단한 아이네요..ㅋㅋ

  5. 깨굴 2005/07/27 13: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근데 왜 애덜끼리 비교를 하고 그러세욧!!!

  6. sanori 2005/08/01 21: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야옹이 / 어릴때 호기심이 커서 재산이겠죠?
    깨굴 / 여럿 있으면 비교도 되더라구요..

  7. 미류 2005/08/03 20: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땐가, 아빠가 피우다가 재털이에 놓은 걸 슬쩍 피웠더랬는데~ 물론 호기심에서... 맛이 드럽게 없길래 딱 끊었었죠. 흠, 그러고 보니 7년여를 금연했던 거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