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버들이 대부분 떠났다.

   홍성의 학교로 두 처녀가 떠났고, 석태씨도 그 언저리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떠났다.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던 월녀씨마저 공부하러 가는 남편을따라 영국으로 곧 떠난단다. 월요일 일산이든 서울이든 보자는걸 너무 피곤하다고 화요일로 미뤘고, 서울에서 몇사람을 만나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놀러 다니기 편하고 좋았던 실버들이 사라지는 바람에 이제는 실버도 해산(?)위기다. 산오리는 어디로 빌붙어서 놀러 다녀야 하나?

영국으로 떠나는 월녀씨의 건투를 빈다. 이 아줌마 원체 발발거리고 바쁘게 돌아다니고, 손맛도 맵짜니까 어디서든 잘 살겠지...

 

2. 그 다음날 일산으로 놀러 온 술라와 술을 마셨다. 언젠가 그 날로 약속을 잡았다는데, 사실 산오리는 중간에 끼인 곁다리(?) 정도여서 약속날자마저 깜박 잊고 있었는데, 어쩌랴 생각해보니 그날로 약속을 했던걸....

소주 한병에 맥주 두어캔정도 마셨을 거 같은데, 취하긴 나혼자 다 취했던 모양이다. 중간중간에는 필름도 끊어졌고....

그보다는 그다음날인 어제가 더 싫었다. 하루종일 속이 쓰린데다 만나는 사람마다 술냄새 난다고 그러는데, 오전에 업무회의를 해야 했지, 오후에는 건교부 출장을 가야 했지...

점심과 저녁 두끼를 똑 같은 선지해장국으로 먹고 당에서 회의하고 집에 갔을때야 겨우 진정이 좀 되었던가... 컨디션 별로 일때는 술 마시지 말자!! 깨는데도 그리 더디니...

 

3. 수 삼년만에 처음으로 자전거로 출근을 했다. 시계가 없어서 몇 분이나 걸렸는지 모르겠는데, 더운날 자전거로 오면 타고 오는 동안에는 시원한데, 내리는 순간부터 한 30분은 땀이 계속 흐른다. 그래도 체육시설 있는데 사워장이 있어서 샤워하고 올라오니 기분이 좋다. 왜 그동안 자전거 타고 다닐 생각을 안했는지 모르겠다. 아내가 차 사주고 그 차로 애들 학교까지 실어주라고 하니까 그짓만 열심히 하느라고 그랬나 보다... 방학이라 학교엘 안가니까 그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학교를 가더라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다 닳아 가는 자전거 타이어도 바꾸고....

 

4. 2년 반동안 끊었던 담배를 두달째 피우고 있다. 주위에서는 당연히 끊었던 담배 왜 피냐고 묻는데, 산오리의 대답은 '너무 심심해서...'이다. 다시 피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가서 저녁에 술먹다 심심해서 피우기 시작해서 술마실때는 항상, 그리고 점차 평상시에도 피우고... 그렇게 되었다.

다시 담배피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루에 반갑쯤, 그리고 술마시면 한갑도 피우고....

술도 두어달 끊었다가 마시면서 오히려 내 수준을 넘어가는 경우가 늘고...

가끔 생각하기를, 술마시기 위해서, 담배피기 위해서 살아가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심하지 않게 살기 위해서, 심심하지 않기 위한 내공 쌓기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5. 지난주인지 이번주인지 모르겠다. 어느날 아침에 차를 몰고 시설안전기술공단 앞으로 지나오는데, 건물 앞에 공단직원들 대부분이 나와서 늘어서 있었다. 물론 아는 얼굴들도 많이 보였고... 그래서 '어디서 높은 분이라도 오시나보다' 하고선 들어왔다. 

그리고는 또 하루인지 이틀인지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옆에 누가 얘기하기를 시설공단 직원이 교통사고로 죽었단다. 그날 사람들이 나와 있었던 것은 장례식이었단다.

그리고 어제 강영구 전 지부장이 우리 연구원 앞으로 차를 타고 휙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길래 전화를 했다. 누가 사고를 당했는지 물어보려고. 그런 번호는 없단다...이양반은 전화도 잘 바꾼다...

아침에 자전거 타고 오다가 공단 앞에서 차를 세우고 내리는 홍성수 동지를 만났다. 이런저런얘기속에 그 얘기를 꺼냈더니 교통사고로 떠난 친구가 최현 동지란다... 최현최현최현..... 그렇게 젊은 당신도 순간에 가기도 하는구나...

 

6. 이글 쓰고 있는 도중에 한 팀원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서는 깜짝 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어떻게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얼마전 암수술 받고 회복중에 있다던 다른 팀원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병원 영안실이 갑자기 확 다가온다....

 

담배나 한대 피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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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10:00 2005/08/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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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얼굴

    Tracked from 2005/08/09 11:32  delete

    산오리님의 [삶, 그리고 죽음....] 에 관련된 글. 그러니까 7월 30일이었구나, 가족들과 함께 강릉으로 가는 막히는 길위에 있었는데 과기노조 이광오 동지가 전화를 했다. 시설안전기술공단

  1. 감비 2005/08/05 11: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광오 국장이 곽수석께 전화가 안된다고 하더니, 결국 연락을 못받아 최현 동지에게는 못가셨군요. 저도 강릉 거의 도착해서 연락을 받아 가지는 못하고 마음만으로 함께 했습니다. 삼가 최현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2. sanori 2005/08/05 11: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비 / 전화가 안된다구요? 문자 한번만 때려주면 될 것을...

  3. 삐딱 2005/08/05 14: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자전거 출근...멋졌어요. 근데 샤워하고 피켓시위하러 오지 않는 이유는 뭐래욧?

  4. 머프 2005/08/05 14: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음이 아파요...산오리가 담밸 다시 피우는게...ㅠ.ㅠ

  5. 뻐꾸기 2005/08/05 16: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자전거 탄 사진이 참 멋져서 산오리가 아닌 줄 알았어요. 근데 누가 찍었을까요? 그건 그렇고 심심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면 노는 조직을 새로 개발하심이 어떠하신지?

  6. 감비 2005/08/05 19: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죄송해요~~ 제가 직접 연락을 할 걸 그랬어요-.-

  7. sanori 2005/08/06 16: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삐딱/자전거 세워놓고 피켓시위 하려 했는데, 사람들도 많고, 또 땀도 나고...
    머프/다시 끊어 볼까요?
    뻐꾸기/피켓들고 시위하는 조합원들 앞에 막 도착한 모습이죠. 피켓시위하던 지부장이 직어준 사진이죠. 노는 조직 새로 만들어야죠..산오리같은 '나홀로 가족'들로요..ㅎㅎ
    감비/어제 오후에 시설공단들렀어요.1층에 빈소에 꽃한송이 놓고 박광림 지부장과 잠간 얘기하다 왔지요..사진 보니까 더 가슴아파요..

  8. 바람꽃 2005/08/07 18: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흠...산오리님이 알고 계시는 석태씨는 제가 알고 있는 석태형과 같은 분일까요?
    마르고 안경끼고...홍동에서 조금 더가서 청양에 계신분...아...예전에는 말랐었는데 7월에 만났을때는 보기좋게 건강해지셨든데...^^;

  9. sanori 2005/08/08 10: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람꽃/그쵸, 그 석태씨가 석태형이죠..ㅎㅎ

  10. azrael 2005/08/08 12: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지난주에 상가에 다녀왔는데..오늘 또 가야한답니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