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추석...

from 나홀로 가족 2005/09/19 22:04

17일...

 아침부터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눈을 떴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귀찮아서 그냥 더 자다 보니 빗소리에 깨어난다.

8시 반에 일어나서 혼자 밥을 챙겨 먹고 빈둥빈둥 논다. 나머지 세 식구는 11시 반쯤되어서야 겨우 일어난다. 신정동에 가니까 당연히 꼴찌다.

여자들은 부침개와 나물과 제수음식 만들기. 남자들은 송편 만들기..해마다 변함없는 작업의 되풀이다. 송편 조금만 만들자거나, 아예 차례에 쓸 거 조금만 사고 말자고 해도 어머니는 그러지 못한다. 다섯되는 족히 되는 떡을 만들어서는 찌자 마자 한봉지씩 싸준다.

저녁 먹을 즈음에 네 형제의 부부가 모여서 술을 마셨다. 소주 다섯병 샀는데, 그거 다먹어치우고, 오가피와 맥주까지 마신다.(우리 집에서 이정도 술 마셨으면 대단한 거다) 술 한잔 마시면 여자들의 목소리만 가득 들리고, 남편들 험담이 대부분이다. 장남이라 동생들 흉을 볼 수도, 제수씨들 말을 자를수도 없고 해서 적당히 혼자 슬그머니 빠져서 잠이나 잔다.

재곤이는 고향으로 못갔다면서 왔고, 해마다 명절마다 찾아오는 형기 형로 형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

 

18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옆에 동생 하나만 잠들어 있다. 술 마시고선 뿔뿔이 흩어졌단다. 둘째동생네는 집으로, 셋째와 넷째 제수씨는 셋째네 집으로, 그리고 우리집 식구 셋은 찜질방으로 갔단다. 그리고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잔건 형제들 셋이었던가...

아침에 한팀씩 슬금슬금 모여들고, 남자들은 집을 나섰다. 형제 넷에 동희 하나 더 붙였다. 아버지는 수술 이후에 아예 다른 집으로 나서지 않는다. 네 집을 돌면서 차례 지내고 , 차례 지내고 먹고,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3시가 넘었다.

어머니와 형제들 넷 이렇게 다섯이서 점백짜리 고스톱 쳐서는 막내 동생이 딴 돈으로 애들 치킨과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하고선 저녁을 먹는다.

집을 들러서 의정부 처남한테 가서는 또 술을 마신다. 술 마시자 마자먼저 자는 건 어디서나 산오리의 특기이고...

 

19일....

아침 먹고 차한잔 마시는데, 시누이 올케간에 서로 자식 험담에 끝이 없다. 동명이와 동갑인 그집 아들놈은 동명이보다는 몇 수 위의 사고를 치고 다니는 모양이고, 아내는 동명이땜에 속상하다는 얘기를 맞장구를 쳐가면서 해댄다.

동희와 산오리는 빨리 집에 가자면서 아예 밖에 나오고...

집에 오자마자 동명이는 친구 만나러 간다고 놀러가고, 동희는 잠자고,아내는 운동가고.. 산오리 혼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서는 소진로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저녁 먹고 방 청소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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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9 22:04 2005/09/1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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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추석 - 거짓말

    Tracked from 2005/09/26 17:03  delete

    산오리님의 [2005년 추석...] 에 관련된 글. 지리산에서 내려오던 날이 바로 추석이었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여동생이 혼자 있다. 친척들은 며칠 전부터 내려와 음식장만하고 추석에 차례지

  1. 머프 2005/09/20 11: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고생하셨네요..
    '오리표'송편 너무 먹고 시펐는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