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집에 갔을 때는 동명이가 교복 조끼를 잃어 버렸다고,

그래서 다시 그 옷을 사 주었다고 아내가 투덜 거렸다.

어디서 잃어 버렸냐고 물어 봤더니

춤 연습 하면서 벗어놨는데 없어졌단다.

그런데, 이건 적당히 둘러 댄 말인듯 하다. 어떤 학생이 요즘 옷이 없어서

가져 갈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자기가 어디다 놓고 왔는지 모르는 것이다.

버스에 놓고 내렸거나, 어디다 두고 장난 치고 놀다가 잊고 왔거나...



동희가 옷을 잃어 버렸다는 말을 엄마 한테 했고,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동명이 때문에 열받았는데,

큰 놈까지 옷을 잃어버렸다니, 더 열받아서, 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다음에

결국에는 또 새 것을 사 줘야 한다고 투덜거렸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선 아내는,

뭔가 큰 사단이라도 난 듯이 법썩을 떨었다.

왜냐고 물어봤더니 동희가 낮에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그 통화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대충 들은대로 구성해 보면...

 

"엄마가 선생님 한테 전화했어?"

"무슨 소리야? 엄마가 뭐하러 선생님한테 전화하냐? 그렇게 선생님과 친하지도 않다."

"엄마가 내 옷 잃어 버린 걸 다 소문낸 거 아냐?"

"야, 이새끼야, 네가 뭐 잘하는게 있다고 소문을 내겠냐?"

"아이씨, 뭐야, 난 전학 갈거야."

"가든지 말든지 네맘대로 해라!"

 

아내가 추정하기로는

아마도 어디다 둔 옷을 주위의 친구나 선생이 찾아서 그걸 담임 선생한테 준 모양이고,

(옷에는 이름을 새겨두었으니 찾을 수 있겠지)

그걸 전해 준 선생님은 당연히 애들앞에서 쪽을 팔리면서

옷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열받은 동희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가 그걸 알렸냐고

난리를 친 게 아닐까?

 

그러고는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 놀러 갔다가 돌아와서는 새벽에 대전으로

내려왔다. 오늘 전화해서 그 뒤쪽이 어떻게 되었던 거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선생님이 조끼 안입었다고 입고 다니라고 한 모양인데, 이 자식이 끝까지 듣지도 않고서는 엄마한테 화풀이로 전화를 한 거지. 만만한게 뭐라고.."

"그래서 옷은 어떻게 되었는데?"

"뭘 어떻게 돼? 못찾았으니까 다시 사줬지."

"............"

 

잃어버리거나 찾지 못하는 것은 다시 사주면 안된다.

제대로 챙기든지, 아니면 어디서 만들어 오든지 하도록...

도무지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다.... 요즘 애새끼들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0/18 13:10 2004/10/18 13:10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sanori/trackback/54

  1. 삐딱 2004/10/18 15: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옛날에도 그랬어요. ㅋㅋ 전 신발도 잃어버려 담임샘이 사 주고...옷도 잃어버리고...잘 챙기면 그게 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