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 보고 동희가 한과목을 망쳤다고 했을때만 해도 뭐 그려려니 했다.

입시 상담을 해준 학원 선생도 그정도면 잘 봤다고했고,

지원을 잘 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근데, 막상 발표가 났을때 언어영역이 2등급으로 드러났고, 가능성은 더 낮아져 보였다.

공과대학이나 다른 곳도 고민해 보라고 했지만,

의과대학을 가겠다고 했고, 학교에서 써 보라고 한 곳은 아예 부모한테 얘기도 하지 않았다.

 



낮춰서 쓴다고 지방의 의대 두 곳과 서울의 어느 약대를 하나를 썼는대도 모조리 떨어졌다.

예비후보자 번호도 한참 멀어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미 가군의 합격자 발표가 나자 마자,

동희는 재수를 결정한 듯하다.

 

다군까지 발표난 지난주말에 동희에게 말했다.

"1~2년이란게 인생에서 긴 시간도 아니다. 재수해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구경하고, 그렇게 맘 편하게 먹고 재수해라.! 재수할 학원도 좀 알아보고..."

"어......" (표정의 변화도 없고, 대답하는데 덧붙임도 없다... 뭔 생각을 하는지...)

 

다 떨어지고 나니, 가장 상심한 사람은 물론 동희겠지만, 표면상으로는 아내가 가장 상심이 크다. 금욜 밤에 술한잔 마시고서는 전화로 걱정과 푸념을 한참 늘어놓더니, 집에 와서도 애한테 몇마디 한 모양이다. (어제 낮에 점심 먹으면서 동희는 '엄마는 술마시고 좀 뭐라 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는 걸 보니...)

아내 회사 사람들이나, 신정동의 할아버지, 동희 삼촌들도 궁금해서 물어보고, 전화하고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해 아주 못마땅해 한다. 합격했으면 어련히 알아서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할 텐데, 연락이 없다는 것은 떨어졌다는 것일텐데, 뭘 그걸 물어봐서 더 짜증나게 하냐구....

 

산오리는 붙거나 떨어지거나 거의 남의 얘기 하듯이 잘도 중계 방송을 해 주는 편이지만(합격하지 못한게 무슨 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아내의 얘기를 듣고 보니  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블로그 친구들도 산오리에게 동희 학교 어떻게 되었냐구 물어보지 마셈! ㅎㅎ

(이미 중계방송을 다 해서 물어볼 것도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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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16:51 2007/01/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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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탱이 2007/01/29 16: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동희야, 힘내라^^ 화이팅!! 난 4수도 했다^^...ㅋ...

  2. 산오리 2007/01/29 16: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4수라니... 참 독하십니다... 실시간 덧글에 반갑..ㅎㅎ

  3. 당신의 고양이 2007/01/29 17: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험 같은 건 왜 있는지-_-
    시험이 여러 사람을 잡는 듯;

  4. 홍실이 2007/01/29 17: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에 의대들이 대거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서 6년제가 몇 개 남지 않아 경쟁이 더 극심해진 듯해요...

  5. 경심 2007/01/29 18: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산오리님 아드님이 저랑 같이 이번에 수능 보신 겁니까. 몰랐네.
    뭔가 기분이 이상해..

  6. 스머프 2007/01/29 19: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경심이 기분 이상한게 이해가 갈듯함...왜 이해가 가냐고 묻지는 말아주셈~! 인생이 다 그런거지 멀~ ㅋ

  7. 행인 2007/01/29 20: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따지고 보면 행인은 한 8수쯤 한 듯 싶네요... ㅎㅎ
    동희야 뭐 그럴 수 있고, 산오리님과 산오리님의 옆지기님~!!! 홧팅하삼~~!! ^^

  8. 산오리 2007/01/30 09: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당고...시험? 인생 살맛 나라고 있는 거죠..ㅎ
    홍실이...그렇다는 소문이..ㅋㅋ
    경심...떨어졌다니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그럴거 까지야 없죠.ㅎ
    스머프...이제 인생을 논하시니, 득도에 이른듯..ㅍㅍ
    행인...재수를 못하게 하는 법률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8수까지 하면서 여럿 속 썩였겠네요..ㅎㅎ

  9. 새벽길 2007/02/01 09: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재수하는 게 좋지는 않지만, 저도 재수했어요.
    교육에 아무 것도 모를 때에는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이랬는데, 지금도 그럴런지...

  10. 경심 2007/02/02 02: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떨어졌는걸요. 하아. 절대 한 번 더 시험치진 않겠어. 서울대를 뒤집어주리라..

  11. 산오리 2007/02/06 12: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새벽길....왠 재수꾼들이 이렇게 많은지..ㅎㅎ
    경심...한번 더 시험쳐서 서울대를 뒤집는건 아니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