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동명이가 공부를 하겠단다.

그래서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가고, 학원에서 자습하다가 수업하다가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시쯤 된다.

아내는 동명이가 집에 들어오는 거보고, 먹을거라도 좀 챙겨주고 잠들었다가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집을 나서는 동희를 또 챙겨줘야 하는 수퍼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산오리가 좀 거들어주고 싶은데, 산오리는 12시를 넘기지 못하고 잠들고, 5시에 일어나 운동하러 나가니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동명이가 새벽 1시나 1시 반에 들어오도록 공부를 한다는 건 무리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아침에 학교 갈때나 주말에 학원에 데려다 줄때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 놈이 대학을 가겠다고, 그것도 법대를 가겠단다.

그러면서 어느날 하는 말이

- 아빠, 00대 법대 들어가면 차 사줄래?

=가능성 있는 야그를 해라, 자샤... 들어가면 사주지... 근데 법대 가서는 뭐하게?

- 검사 해야지.

= 헉,, 검사는 아무나 하냐? 근데 왜 갑자기 검사?

- 멋있잖아.. 그리고 내 아들한테도 검사 아빠가 필요해.

= 그건 또 뭔 말이냐?

- 아빠가 검사라고 하면 누구도 무시하지 않거든...

= ...... (아이구 하튼 좋은 건 배우고 다닌다)

 

검사되겠다고 공부한다는 놈이 가만히 놀건 다 놀고, 할 짓은 다 하고 다닌다.

이런 저런 핑계대고 학원 빼먹기도 일쑤고, 친구들과 몰려 다니는 것도 여전하고,

옷 사달라, 카메라 사달라, 해 달라는 것도 많다.

 

그래서 이놈과 요즘은 논쟁(?) 이 심하다.

= 야, 너는 공부하겠다면 공부를 하고, 그렇지 않고 놀겠다면 노는 것으로 확실히 방향을 정해라.

- 아이, 공부해서 법대 갈거라니까...

=그렇게 공부하겠다고 하는 건, 엄마한테 보이기 위한 거 밖에 안되는거 같은데, 공부하는 걸 안보여줘도 되니까 그냥 놀겠다고 하는 건 어떠냐?

- 아빠는 왜 아들을 안믿어? 공부하겠다고 하고,,, 또 열심히 하거덩... 이번 중간고사에서 모든과목을 1등급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두고봐..

= 아이구 자식아! 다른 친구들은 전부다 시험지 백지를 낸다더냐? 아직도 아빠의 약속은 유효하다. 니가 학원때려치우고 공부안하면 과외비와 학원비 다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졸업하고 나면 그거 줄테니까 혼자서 독립해라!

- 싫거든....

= 그럼 짜샤...공부한다고 학원비 다대주고, 논다고 노는거 다대주고... 사는거 다 사주고... 그건 부모를 우롱하는 거야, 이렇게 가다가는 언제까지 너 밑이나 닦으라는 거야?

- 아빠, 아빠는 자식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거 아냐?

= 책임은 고등학교 졸업할때 까지만 지면 되 임마. 그 이후에는 네가 알아서 해라.

- 그건 안되지..

 

어쨌든 진전은 없고, 이 수준에서 맴돈다.

 

그러다 보니 이즈음에는 슬그머니 이 자식도 미워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공부는 안될거 같아서 그냥 하고 싶은거 하고 놀고, 그다음에 자기 맘대로 알아서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나이 먹어서도 부모가 책임져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공부한다는 것도 부모한테 '보여주기' 위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그냥 공부라도 하고 있겠다는 게 속편한 노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 먹어 갈수록 점점 골칫덩어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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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5 12:38 2007/04/2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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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7/04/25 15: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ㅋ. 동명이가 공부한다는데 믿어주셔야죠. 중간고사의 성적을 보고 다시 한 번 말씀해보심이^^

  2. 뻐꾸기 2007/04/25 16: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운동시간을 저녁으로 돌리고 새벽에 아이들을 전담하심이 어떠하신지..... 거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실천하시길 바래요.

  3. 염둥이 2007/04/25 16: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차를 먼저 사 주세요. 동명님이 아마 싹 변할걸요.

  4. 당신의 고양이 2007/04/25 19: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부모 노릇하기 넘 힘들어요. 자식 노릇하기도 힘들긴 하지만 ㅋㅋㅋㅋ 애들은 정말 애물단지-ㅅ-

  5. 산오리 2007/04/25 22: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인 / 1학년 성적이 거의 바닥인데, 1등급이 말이나 되겠어요? 3-4등급만 되도 해달라는 대로 해 줄수 있을 거 같지만.....거의 불가능이죠..ㅎㅎ
    뻐꾸기...훌륭한 제안인데요...문제는 엄마의 자식올인땜에 안될거 같은데요...아빠가 새벽밥 챙겨주겠다고 하면 믿을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염둥이...아마도 공약이 공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서 별로 걱정을 안하는데, 지금 차를 사주라니요...미워요
    당고...그니까 당고님은 '애인님'으로 백만배 만족하시고, 절대로 애새끼는 낳지 말기를 진심으로 빌고 싶어요..ㅎㅎ

  6. 거한 2007/04/25 23: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엄청 찔리는 애새끼.

  7. 산오리 2007/04/27 09: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거한 / 그걸 아니까 다행이네요..ㅎ

  8. chesterya 2007/04/27 21: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거한님과 같은 애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