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김**박사가 운하프로젝트를 하면서 압력이 있었다는

야그를 아고라에 올린 이후에 이 직장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물론 여러가지 걱정들을 하게 되는건 당연하다고 볼수 있고,

또 우리의 밥그릇이 달려 있는 직장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는 것도 당연한 거라 본다.

(이게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게 우습지만

그렇게  까지 된 거에는 권력자들의 한마디에 따라서

어떠한 논리적 설명도 없이 기관이 없어질수도,

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가지가 잘릴수도,

또는 별상관없는 다른 기관과 통폐합이 될수도 있다는

논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또는 타당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힘의 논리에 따라, 높으신 분들의 생각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몸으로 느껴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김** 박사가 양심선언을 한 이후에

(양심선언이라는 노동조합에서도 잘 표현하지 않는다마는..

언론이 그렇게 써서 별로 적당한 대체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이곳 직장의 일부 동료들의 싸늘한 말은,

"너만 양심있냐? "

"왜 우리를 영혼없는 과학자로 만드냐?'"

이런 거였다. 도대체 김** 박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양심 없다고 얘기했냐,

아니면 영혼이 없다고 얘기했냐? 정부가 영혼없는 과학자로 내몰지 말라고 했다고

자신들에게 영혼이 없다고 얘기한것처럼 받아들이는 이 뒤틀린 상상력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노동조합(지부)에서 성명서를 하나 만들어서 상집회의를 거쳐서 올렸다.

김 박사를 무능하다고 욕한 박 석 순 교수를 왜 연구원에서는 한마디도 못하냐?

정부와 직장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말라...뭐 이런 내용의 성명서였다.

그게 저 아래 있는 글이다.

그런데 그담날인가 그 운하 연구팀의 팀장 이란 사람이 찾아와서는

노동조합의 성명서 올려 놓은거 좀 빼 달란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노동조합에서 성명서 내렸고, 바꿨으니까

내용이 달라진거라고..

근데, 그 성명서 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거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구글에서 이런저런 이름 넣어보니까  나오더라는 거라나..

그래서 그 성명서 지웠다. 조합(지부)에서 내린걸 어떻게 고집 부리면 올려놓겠냐..

어쨌거나 그놈의 검색을 통해서 알지 못하던 직장의 사용자들도 산오리의 블로거

있는거 알게 되었고, 기분나쁘게 사찰(?)을 받게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노조(지부)가 사용자의 요구를 들어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성명서 이렇게 내리거나 바꿔 줬고,

플랭카드 내걸겠다고 쬐끄맣게 만들어서 현관앞에 걸었다가

그것도 사용자들의 집요한(?) 요구에 아예 떼어 줬다.

그리고 또다른 성명서도 발표하지 않았다나 어쨌다나...

 

이번에는 공공연구노조가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아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는 데 또 태클이 들어왔다.

사용자들이 연서명으로 직원들에게 뭔가 호소하는 글을 만들어 돌렸고,

직원들은 또 난리(?)가 났다.

 

기자회견 총회 거쳐서 하냐?

우리 지부 서명 몇명이나 했냐?

왜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리냐?

구조조정 들어온다는데 소나기는 피해야 할거 아냐?

노동조합이 책임질래?

 

머이런 것들은 항상 있어온 것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넘어갈수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익을 볼수 있다는

불안감이 넘쳐 나는데, 이런 사고까지 쳐 놓으면 높으신 분들에게 찍혀서

도저히 헤어날수 없을 거라는 충격을 하나 더 얹어 준 것이다. 사용자들이...

 

그 과정에서 가장 기분 나쁜 것들은,

노동조합의 핵심 간부라고 하는 사람들과 좀 친하다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전화를 해 대는 것이었다.

산오리는 핵심간부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르지만,

산오리한테도 두통의 전화가 왔다.

두 사람 다 산오리가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이다.

노동조합 얘기 하지 않으면서도 친하게 잘 지내는 사람들이다.

그 전화 받고 나서는 앞으로 얼굴 보기도 싫어진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부장과 사무국장은 하루종일, 아니 연휴내내 전화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부장 열 받아서 어제 기자회견 하고 들어와서는 게시판에다

사과하라고 마구 글 올렸다.

그 기자회견에서도 사용자들의 요구많이 받아 줘서 배려해 줬단다.

댓글의 수준은.... 짜증을 넘어 2MB 수준도 안되는 것들 많다.

같은 직장에 근무한다는게 부끄럽다..

 

가다 가다 엉뚱한데로 가고 있나 보다.

그동안 언론에서나 일반 시민들이 '철밥통'이라고 얘기하는 게

과장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무차별적인 자기 불만 정도라고..

근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그런 논란이 일어나고

사용자들이 하는 일이나 익명의 토론을 벌이는 것을 보면

기관의 정당성이나 자신들의 존재 이유나 이런 것들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고,

그저 이런 시기에는 소나기나 피해야 한다.

그래서 바깥에 아무소리 나가지 않게 조용히 있어야 한다.

윗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구조조정 당할 것이다...

이런 논리만 살아 남았다.

 

그래도 자랑스럽지는 않다 하더라도,

함께 다니는 직원들이 부끄럽지 않았고,
또 함께 해볼 만한 사람들이 많다고 자부도 했고,

그런 직장이었건만,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정말 회의가 밀려 왔다.

함께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있다는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 세상은 어릴적부터 죽을때까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힘센 사람들에게 아부하고,

그래서 목숨을 연명하는 것만이 최고라고

가르치고, 배우고, 세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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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13:22 2008/06/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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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8/06/10 17: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게요... 어릴 적부터 죽을 때까지 뭔가 잘못된 가치관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닌지 갑갑합니다..

  2. 산오리 2008/06/10 17: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나마 610항쟁때도, 또 오늘날의 촛불이 희망이 된다고 믿는데, 그게 또 얼마나 갈수 있을런지..ㅎㅎ

  3. 바두기 2008/06/11 01: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글의 내용(?)을 떠나서 이렇게 장문을! 쓴 것을 보니 산오리형도 엄청 열받았을 것이라.. 그냥 내지르세요..화통하게!

  4. 산오리 2008/06/12 08: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열좀 받았지요..ㅎㅎ

  5. 연부네 집 2008/06/12 13: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열받지 마세요. 고막 터져요.

  6. 곰탱이 2008/06/12 14: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을 읽는 저도 엄청 열 받는군요... 참 이럴 땐 어찌 해야 하는지... 제가 이럴진대 산오리께서는 어떠실지... 그 양반들 촛불집회에 델꼬 가서 자유발언 시키면 딱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