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것도 시들해 졌나?

게을러 진게 틀림 없다.

 

간만에  읽은 이 책은 시인 네루다와 그의 우편물을 전해주는

우편배달부 마리오에 관한 얘기다.

그 배경에 칠레의 아옌데의 집권과 군부쿠테타가 자리잡고 있다.

정치적이 배경이야 어쨌건,

시인의 메타포에 빠진 마리오가  사랑에 빠진 베아트리스를 얻기 위해

시인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그리고는 어설픈 메타포로 구애를 하고...

 

베아트리스 어머니인 과부 로사부인이  시인에 와서 마리오가 자기딸의 마음을 뺏았다면서

마리오가 썼다는 시를 읽어준다.

 

'벌거벗은'  당신은 그대 손만큼이나 단아합니다.

보드랍고 대지 같고 자그마하고 동그랗고 투명하고

당신은 초승달이요 사과나문 길입니다.

'벌거벗은'  당신은 밀 이삭처럼 가냘픕니다.

'벌거벗은'  당신은 쿠바의 저녁처럼 푸릅니다

다신 머릿결엔  메꽃과 별이 빛납니다

'벌거벗은'  당신은 거대하고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여름날의 황금 성전처럼

 

이어진 두사람의 대화는...

"네루다씨, 즉 우체부 그 작자가 내  딸이 홀딱 벗은 걸 보았다구요"

"로사부인, 시의 내용이 꼭 실제 상황이라고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무거운 시대에 살면서도,

시인은 시인대로, 우편배달부는 배달부대로 낭만과 메타포를 즐기고,

과부와 딸은 싸우면서도 시인과 배달부에 공감해 가고..

 

무거움을 해학으로 풀어내고,

시가 사랑을 이루게 하고,

시가 폭력을 몰아낼수 있으리라 믿었던

네루다의 소망이 가득 채워졌으나,

실제로 네루다는 군부폭정의 시대에 힘겹게 세상을 떠났다고....

 

남미는 볼수록 서글프고, 아름답고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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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9 21:53 2008/10/1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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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일 포스티노...

    Tracked from 2008/10/20 11:43  delete

    산오리님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 민음사] 에 관련된 글. 이 글은 산오리 님의 글과 별로 관계가 없는, 무늬만 관계가 있는 글이 될 듯^^.... 한때 시(?)라는 걸 쓰지 않고서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고 바로 수첩에 끄적였던 것이 생각났다... (이때부터 또한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았나 싶다^^) 그러한 끄적임이 이제는 사라져

  1. 2008/10/20 19: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 가방 안에서 숨쉬고 있는책이 <네루다 시선>입니다. 근데 저에게는 너무나 어려워 읽고 또 읽고..그래도 뭔 말인지 당췌..^^
    아무래도 정서가 넘 무딘 사람인가봅니다..

  2. 산오리 2008/10/21 10: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도 네루다 시를 읽어볼까 하는데, 넘 어려우면 포기해야 할라나요?ㅎ

  3. 달군 2008/10/22 02: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루다 좋았어요. 저도 작년에 첨 봤는데.. "충만한 힘"밖에 못봤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반가워서 :) 저 소설도 보고 싶군요. 일포스티노 원작인가?

  4. 달군 2008/10/22 09: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달군/내용으로 봐서는 원작소설인 모양이네요..ㅎㅎ 영화도 함 보고 싶네요.

  5. 떠도는꿈 2008/10/22 15: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책을 읽으면 마음이 설레면서도 밝아질 것 같아요.
    이 책도 빌려주세요.

  6. 산오리 2008/10/22 17: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떠도는 꿈/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