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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from 단순한 삶!!! 2005/05/30 19:09

국민학교 6학년 6월달에 나는 다른 가족들을 남겨두고 아버지 손을 잡고

서울로 왔으니까 이 학교의 졸업생도 아니다.

그런데도 다 친구 선후배들이고 동네 아재, 아지매이고, 형 동생들이니까

고향나들이 하는 셈 치고 이 초등학교 동창회에 두번째 갔다.

(졸업도 안했지만, 동창회원 목록에 올려 주기도 하는 걸 보면, 꼭 졸업장이 동창회원을

만드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니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먹고 노는 것은 당연하고,

그 와중에 산오리는 마음속에서, 꿈에서 그리던 선생님을 만났다.

 

4학년때 담임선생님이었던 김정자 선생님...

 


정년까지 무려 38년간 선생님을 하시다가 이제 조용히 쉬고 계시단다.

무려 35년도 더 흘렀는데, 얼마전에 우리를 가르치던 선생님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선생님을 지금까지 한번도 찾아 뵙지도 않았다니...

 

근데, 어쩌면 나는 선생님을 저 멀리, 환상속에서 계신 선생님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래도록 꿈속에, 상상속에 살아 계신 선생님으로 남겨두고 싶은...

 

 



선생님(1)

 

시험지 채점하느라 늦었던

국민학교 4학년 여름날

쏟아지는 소낙비에

빗물 콧물 삼키며

잘박 잘박 교문을 나서는 꼬마

귀한 비닐 우산도 없이

 

쫓아와 보듬어

장터바닥 비 새는 천막 아래

따뜻한 풀빵으로 콧물을 막아주고

 

하루 한번 다니는 버스에 얹으면서

쥐어준 당신의 비닐 우산

 

일년 내내 황톳빛 먼지를

맨발로 뒤쫓기만 했던

그 버스를...

 

초등학교 3학년

봄 소풍 가는 아들녀석

선생님 도시락 싸느라

밤새워 지지고 볶는

아내의 얼굴에

 

아스라이 겹치는

당신의 모습

<1997.4.>

 

선생님도 우리를 가르칠 그즈음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계셨다.

나환자촌까지 가정방문을 갔던 일,

소 먹이러 가는 아이들,

책보자기 매고 다니는 아이들,

합주반 지도하셨던 일

...............

 

나이 드셔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선생님의 체구가 자그마할 줄은 몰랐다.

 

"선생님! 옛날에도 이렇게 키가 작으셨어요?"

- 이걸 물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몇번 들었는데,  물어보지 못했다.

  (뜬금없기는......)

 

환상에서 현실로 살아오신(?) 선생님께 이젠 한번 찾아가서 더많은 얘기라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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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0 19:09 2005/05/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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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from 그림과 노래는 2005/05/30 17:05

보리밭 하면 이 시가, 그리고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보리밭  

         -박화목-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있어 발을 멈춘다

옛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이런 한가로운 노랫소리는 그저 딴세상의 얘기일뿐이고,

어제 고향에 내려갔다가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보리밭을 보자 마자

보리 베고 타작하던 그 지긋지긋한 일만  떠올랐다.

이 놈의 보리는 벼보다 베기도 엄청 힘들고, 타작하기도 더 힘들었다.

알갱이마다 달린 수염이 부러지고 날려서 얼굴과 몸안은 물론이고,

눈과 코 입안에까지 들어오면 정말 '까끄라워서' 환장할 만하다.

아무리 씻고 닦아도 온몸에 긁힌 자국들에서 생기는 가려움은 또 한일주일은 가야 조금 나아진다.

벼는 그래도 발로 밟으면서 타작하는 '가~롱, 가~롱'하는 기계라도 썼는데,

왜 이 보리는 타작도 도리깨로 했는지 모르겠다.

보리타작 할 즈음이면 살구가 제법 익어서 신 살구 먹던 기억은 그나마 행복한 기억일까?

 




보리를 벨 즈음이면 마늘도 이제 뽑아야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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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0 17:05 2005/05/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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