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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공은 쉽게 쌓이는 게 아니다.. (8) 2006/01/27
  2. 설빔 - 양복 두벌... (5) 2006/01/27

주위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가능하면,

'그럴수 있지'

'그게 뭐 대수야?'

정도로 받아 넘기고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회의를 가려 하지 않는 것도

이런 노력 중의 일환이다.

괜히 한단계만 더 생각하면,

더 열이 받고,

뭔가 소리라도 질러야

직성이 풀리고,

그리고 나면 내 머리에만 열이 나니까

스스로를 학대하는  꼴밖에는 없다.

별다른, 거의 아무런 소득도 없이...



이런저런 내부 사정을 거쳐서 워크샾을 가는 사람을 찾는데,

우리 실에서는 산오리와 다른 팀장 한명 이렇게 두명이 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다들 무슨 무슨 일때문에 못간다고...

사실 우리 실장이 주관했거나,

실장이 강력하게 가라 했으면 그러지 않았겠지.

그것 땜에 열이 받아서 사무실에서 소리 한번 질렀다.

'어떤 놈 바쁘지 않아서 워크샾 가냐?(산오리는 사실 별로 안바쁘지만...)

 조직에서 하는 행사에 가야 되는 거 아냐?' 뭐 이렇게...

 

어쨌거나, 워크샾에는 가게 되었는데, 다른 팀장도 무슨 회의가 있다고 빠지고

우리 실에서는 나혼자 가게 되었다.

경영, 기획을 한다는 부서에서 연구원 발전을 위한 워크샾에 단 한명이 참가했다니..

조직이라고 참 재미있는 조직이다.

 

혁신이고, 발전이고, 무슨 세미나, 워크샾에서 강의 들으면

다 그소리가 그소리다.

'변해라!, 혁신해라!' 뭐 이런내용이다.

특히 삼성의 이건희는 단골로 등장하고,

요즘에는 이순신까지 등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생각없이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정부출연기관의 어느 인사가 강사로 와서

출연기관의 발전방향을 열심히 강의하고서는

(사실 그 내용은 그런대로 들을 만했다.)

잘 나가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삼천포로 빠졌다.

자기가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협상에서 노조는 선후배도 없고, 뭐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얘기했다.

강의 끝나고 질문시간이 있었으면 한마디 하려 했는데,

시간 없다고 그냥 끝나고 지나갔다.

그래서 기분이 갑자기 확 나빠져 있었던 터다....

 

강의와 토론, 발표문 작성 등이 끝나고,

뒷풀이겸 원장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산오리는 몇명 안되는 조원 가운데, 조원들에게 밀려서 조장이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조장들이 나와서 한마디씩 하라는 거였다.

우리가 1조 였는데, 이날 사회자는 맨 마지막조인 9조부터 발표를 시켰다.

조이름 설명하고, 이런저런 워크샾 감상 설명하고,

원장에게 점잖은 질문이나 건의 한마디 하는 것으로

진행해 나갔다.

산오리는 원래 그런거 잘 못하고, 하기도 싫어서

처음 시키면 만나서 반갑다고 하고, 노래나 한곡 하고 들어오려 했는데,

끝까지 가다 보니까 '잔소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그래서 내 차례가 되었는데, 사회자는 또 뜬금없이 산오리에 대한 소개를

장황하게 늘어 놓아서(그전에는 조장 소개 하면서 한명도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영 분위기 찝찌름 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싶은 말은 해야지 어쩌랴...

 

" 아까 어느 강사도 얘기했지만, 나이 40 넘어서 누가 강의하면 그게 설득이 되냐?

  나도 설득이 안된다. 특히나 이건희가 마누라와 뭐만 빼고 다 바꿔치라면서 변하라고

  하는 걸 무슨 교과서처럼 얘기하는데, 왜 마누라 바꾸란 소리는 안하냐? 아랫사람들만

  바꿔라 바꿔라 하면서, 수천년동안 변하지 않는 기득권, 특권의식 이런거 바꾸라고

  얘기하는 강사는 한명도 못봤다.

  그리고, 아까 노조에 대해 언급한 강사는 노조가 협상에서 선후배도 없고, 어쩌고 하는데,

  그런 선후배 찾고 아버지 같은 나이 찾으려면 뭐하러 노조 만들고 협상하느냐?

  그냥 원장님! 원장님! 하면서 고개 숙이고 처분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그런 생각은

  왜 못바꾸냐?

  원장한테 건의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는데, 노조 얘기 한김에 얘기하면,

  원장 취임후 두달 되어 가는데, 노조에서는 '그저 공무원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원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분위기 꽤나 싸늘해 졌겠지...)

 

  그리고는 지갑 꺼내서 노래가사 적어가지고 다니는 종이 꺼내서는

  조용필의 그겨울의 찻집을 부르고 들어왔다...

 

워크샾이 끝날 무렵에 한 직원이

"어제 말씀 시원하게 잘 하셨어요." 라고  말했고,

오늘 사무실에서 옆에 친구가 전해 들었는지,

"워크샾까지 가서 그렇게 말했어요?" 라고 말했다.

 

어제 오가면서, 그리고 토론결과 발표하는 중에도

'창랑지수'를 열심히  다 읽었다.

창랑지수의 결론은 '힘과 권력에 아부하라' 딱 이거였는데...ㅎㅎ

 

아부는 못하더라도,

대충 '그런거지' 라고 넘어가지 못하고, 떠들고는

나 스스로 열받는다는 데 있다.

이래서는 오래 못살지,...

 

내공을 쌓고, 그걸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시 새해를 맞아서,

내공 좀 제대로 쌓아야 하지 않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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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7 19:43 2006/01/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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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만에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옆 동료들은 당연히,

"웬 일?"

"오늘 어디 가요?"

이렇게 물어본다.

 

 



저번 제주도에 놀러 갔을때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신 양복 크기가 어떤거야?"

"몰라.."(양복의 크기는 어떻게 따지는 지도 모르는데..)

"대충 옷은 105 입는다고 했지?"

"어...."

"허리는?"

"34... 왜 양복 사려고?"

"여기 양복 싼게 있어서 살까 해서.."

"양복 입어보고 사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딘가 잘 안맞는단 말야.."

"........."

"사지마!, 양복 입고 다니지도 않는데..."

"알았어.."

 

그리고 며칠이 지났던가?

저녁에 아내가 양복을 불쑥 내밀면 입어보란다.

"양복 사지 말라고 했는데, 샀어?"

"우리 사장님 후배가 양복 장사를 하는데, 싸게 판다고 해서,  사장님이

 마구 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사? 사장님도 세벌이나 사고, 나도 두벌 샀지,

 회사 사람들 다 샀어.."

"어이구 대단한 사장님이셔..."

 

뭐 이렇게 해서 양복 두벌이나 생겼다. 양복값은 한벌에 10만원이란다.

그리고는 며칠 있다가 양복 위에 입는 외투까지 하나 가져 왔는데,

이번에는 외투까지 강매해서 또 하나 샀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사장은 거래처에 설 선물로 양복과 외투를 보냈단다.

 

아내 회사의 사장님 덕분에 양복을 두벌이나 얻게 된 산오리는

조금 부자유스럽고, 걸기적 거리지만,

당분간은 양복을 계속 입고 다녀야 할 거 같다.

왜냐?

본전이라도 뽑아야 할 거 같아서...

 

산오리는 설 선물로 양복을 두벌이나 받아서 행복한데,

여기 들르는 동지들께서도

선물도 많이 주고 받으시고,

부모님과

어린이들한테는 세뱃돈도 듬뿍듬뿍 주시고,

설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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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7 09:14 2006/01/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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