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에 체력단련실이 설치 된지 꽤 몇달이 지났나?

옆 동료들이 같이 가서 운동하자고 끌고 가는 바람에 두어번 구경 갔는데,

수십개의 운동기구가 마련되어 있는 공간과 배드민턴이나 탁구를 할수 있는 공간으로 나누어 근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헬스클럽이나 체력단련장에 운동하러 가지 않는 이유는

하루종일 사무실이라는 답답한 공간에 앉아 있는데, 또 운동한답시고 그 답답한 공간에서

헉헉거리면서 땀빼는게 영 내키지 않아서 였다.

그래서 체력단련장에 운동 안간다고 했는데,

어제 아침걷기운동 못했고, 저녁에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체력단련장에 가서 걷기나  조금 해야겠다고 가서는 걷거나 달리기를 하는 기계에 올랐는데...

첨에는 중심잡기도 힘들더니, 조금 지나니까 걸을만 해서

30분쯤 걷고, 10분쯤 뛰고 나서는 뒤에 사람이 기다려서 그냥 내려왔다.

아이구야...

내려서긴 했는데, 계속 내 몸이 앞으로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도저히 멈출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의자에 앉았는데도 계속 앞으로 가고 있는게 아닌가? 귀잡고 맴맴 열바퀴 돌다 일어서면 중심잡을수 없는 것처럼 도저히 중심을 잡을수도 없고, 멈출수도 없이 계속 내 발이 앞으로 가고 있었고, 몸은 흔들리고 있었다.

햐... 이런 건 생전 첨이야... 이건 앞으로도 하고 싶지 않겠는걸... 가능하면.

 



2.

 

평화바람 회의 가야겠기에, 또 수건도 안가져 갔기에 샤워를 하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와서는 후다닥 샤워를 했다.

근데, 우짠일로 욕실 수건걸이에 수건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수건과 비누를 넣어놓은 작은 욕실수납함에서 빨아서 개켜놓은 수건을 꺼내서 물기를 닦았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애들이 쓰다가 수건걸이에 걸어놓은 재탕수건이 아니라, 빨아놓은 새수건을 쓰는게 집에서는 얼마만인지 기억이 없는 듯했다.

(물론 대전에서 혼자  살때는 나만 쓰니까 빨아서 새걸로 쓰긴 했지만..)

나와서 아내한테, "몇년만에 새수건 써 봤네.." 했더니,

아내는 "나도 마찬가지여, 애들이 한번만 쓰고는 계속 새걸 쓰니.."

애새끼들한테 자주 부탁한다.

"야, 새끼들아! 수건 하루에 한개씩만 써라!"

"아씨,,, 한번만 쓰면 냄새난단 말이야..."

하는 짓거리나 해 가지고 다니는 걸 보면 별로 깨끗하지도 않은 새끼들이,

아침저녁으로 샤워는 죽어라고 하고, 거기다 손한번이라도 닦은 수건은

두번다시 쓰지 않는 꼴이라니...

 

3.

 

평화바람 회의 끝나고서는 앉은 자리에서 치킨과 맥주를 시켰다.

시간은 11시가 넘어가고, 맥주를 보자 저걸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든데,

술 좀 쉬겠다고 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치킨 한조각에다 콜라 한잔으로 겨우 겨우 버텼다.

아.....

맥주 앞에 놓고, 그것도 이늦은 저녁시간에,

한잔도 마시지 않고, 입술에도 묻히지 않은 것은

몇년 만에 처음이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3/18 08:29 2005/03/18 08:29
Tag //

재수할때까지는 술도 담배도 안마시고 안피운 범생이가 대학 들어갔다면서

담배배우고 술 마시기 시작했는데,

담배는 2003년부터 끊었으나,

술은 더 많이, 더 열심히 마셔 왔다.

 

그런데, 술도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있었던 터에,

지난 2년간 너무 열심히 먹어치운 삼겹살과 소주가 똥배로 많이 몰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2월부터 술 쉬겠다고 했던걸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부터

딱 100일간만 쉬어보련다.

 



술 끊는 것도 아니고 잠시 쉬는 것인데,

담배 끊는 거 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 덕분에 장가도 가게 되었고,

술 덕분에 아내와 많이도 싸웠고,

술 덕분에 노동조합 전임도 하게 되었고,

술 덕분에 전철타면 인천이든 수원이든 전철 종점으로 가서는

돌아 오는 전철 없고, 통금까지 있어서 여인숙에서 자고 오기도 하고,

술 덕분에 버스타면 안양이든 오류동이든, 중산이든

별 쏟아지는 논밭 가운데 종점으로 가서는 

혼자서 터덜터덜 논길을 걸어 오기도 하고..

술 덕분에 소리 높여 싸우기도 하고,

술 덕분에 없던 용기(?) 부려서 못할 짓, 안할 짓도 하고,

술 덕분에 뜨거운 방바닥에 종아리 화상을 입기도 하고,

술 덕분에...

술 때문에...

가만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일도 있었나 보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지 않고, 못 드시는 탓에

'술친구 만들지 마라'고 항상 말씀하시지만,

술 빼 놓고 나면 참 할일 없고,

친구 될 일없는 노릇이었나 보다.

 

10살 무렵 시골에서 제사 쓴 음복술 청주 두어잔으로 완전히

정신을 잃고 보리짚삐까리에서 잠든 걸 시작으로,

술 마시기 시작할 즈음에 소주 반병 마시고는

온 음식점에다 먹은 것들을 게워 내는 바람에

음식점 손님들 구두에다 실례 많이 하고는 도망나가기도했는데,

이즈음 소주 한병을 마시고도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피나는 노력을 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4반세기를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니,

이게 중독이 만만찮은 건 분명하고,

밖에서 마시지 않은 날은 집에서도 마시고,

안팎으로 술을 해치우니 집에서 술 남아날 날이 없다니...

 

그래도 술 끊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석달열흘은 쉬어보련다.

 

그동안 술 먹자고 약속했던 두 친구와 술을 먹지 못해 아쉽다.

산기평의 지부장과 서울가서 소주 한잔 먹겠다 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 겠고,

술라는 6월인지 7월인지 어디론가 떠난다는데,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술한잔 하려다 결국은 못했다.

석달열흘 지난후에 꼭 마시자구...

 

으~

쓰고보니, 뭐 어디론가 멀리 떠나거나

아에 죽으러 가는놈 같네...ㅎㅎ

 

하튼, 어찌 되었건,

산오리는 술마시기를 당분간 쉰다..쉬어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3/14 22:19 2005/03/14 22:19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