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알엠님의 [시사회 초대] 에 관련된 글입니다. 

가족에 관한 얘기는 사실 부담스럽다. 내 가족을 비롯하여 주위의 어느 가족을 들여다 봐도 얼추 행복한 가족은 없어 보인다. 겉으로 들여다 보기에 돈의 부족함이 없고, 그저 웃는 모습만 보인다 할지라도 속으로 한 발짝만 들여다 놓으면 우울(?)하거나 답답한 모습이거나 가족 상호간의 지난한 투쟁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가족 얘기는 크게 관심을 두고 싶지 않은 화두이기도 하다. 사실 가족이란 게 거의 ‘본능’에 가까운 세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래서 어떠한 잣대로 재단한다 하더라도 움직이지 못하는 본능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특히 노동자를 착취해서 돈을 버는 자본가들도 가족을 ‘사랑’하고, 딸 같은 어린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성매매 하는 사람들도 자기네 가족은 엄청나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본능적인 가족사랑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가족으로 만들어야 할 것인지가 문제일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 가족, 내 자식, 내 부모를 향한 ‘무한한 사랑’(?)은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이 가족이라니까 그 기본이 바뀐다면 사회도 바뀌지 않을까?

 

다큐멘터리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인간극장’을 가끔 본 적이 있다. 보통 5부작으로 일주일 내내 하는데 그걸 맨 날 챙겨볼 수 없으니까 어쩌다 보는데, 눈물이 나올 때가 많다. 인간극장도 주된 내용은 가족 이야기가 많았다.

‘엄마’도 평범한 가족 얘기였다. 아니다, 이시대의 가족으로서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였다. 아내를 애들을 폭행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아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 왔을까는 짐작이 간다.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 남았고, 밝은 가족들의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다.


엄마의 얘기가 좀 부족했다. 제목이 ‘엄마’ 였고,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엄마라고 했는데, 그동안 엄마의 삶에 대한 얘기는 너무 적었다. 어린 6남매를 키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운 얘기라든지, 또 왜 그렇게 자식들에게 무관심으로, 매몰찬 모습으로 일관했는지, 이런 얘기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에 셋째 언니의 얘기는 너무 많았다. 물론 이즈음 ‘자기찾기’에 열중하는 여성상에 적절한 캐릭터였다고는 생각하고, 또 지금의 삶이 엄마로부터 영향을 받은 게 크다고는 하더라도 엄마에 비해서는 너무 얘기가 많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는데, 그로 인해 엄마는 술을 끊었으며, 생활이 달라졌는데, 그 부분도 엄마의 표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6남매 8남매를 키우는 엄마는 대체적으로 자식들에게 다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 딸들은 왜 그 시절에 엄마는 우리에게 그토록 다정스런 말 한마디, 따뜻한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투정을 부리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도 4남 2녀의 6남매를 겨우겨우 키우셨는데, 아직까지도 아버지가 옆에 계시면 자식들은 슬금슬금 피해서 도망가고, 엄마한테는 ‘누구네 엄마는 안 그랬는데, 왜 엄마는 우리한테 그렇게 말 한마디 따듯하게 해주지 않았느냐? 계란 한개 쪄주지 않았느냐?’고 투덜거리는 게 일이다.

영화에서 엄마의 말처럼 ‘정도 받아 봐야 줄줄도 아는데, 받지 않으니 줄줄도 모른다’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나는 이 말을 백번 천번 공감하고 동의한다. 우리 엄마도, 나도, 우리 형제들도 정말 ‘무정한’인간들이기 때문에...

부모자식간에 정주고 받는다든지, 서로 챙겨주고 하는 것도 최근의 일이라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평범하지 않은 가족상황으로부터, 그리고 그런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의 영향권에서 만들어진 가족 분위기와 정서와 생활..... 이런 것들이 아직도 ‘엄마’의 딸들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배어 있는 분위기와 자신의 생각(그게 본인은 지겹도록 싫다 하더라도)이 알게 모르게 끈질기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같이 상영했던 ‘봄이 오면’은 90대 할머니 두분의 잔잔한 자매사랑 이야기였다. 이 영화도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했다.


영화 마치고, 맥주라도 한잔 마시며 ‘알엠’님께 남은 얘기라도 들어볼까 했는데, 센터에서 같이 오신 분들과 함께 들어가셔야 한다고 해서 아쉬웠다. 서울까지 나가서 공짜영화 보게 되어서 알엠님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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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3 12:51 2005/03/0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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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닥거리...

from 나홀로 가족 2005/02/28 12:46

늦게 들어온 동명이한테 저녁 먹었냐고 했더니 먹었단다.

그래도 치킨 시켜 달란다. 치킨 시키라고 만원 주고 잠시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본다.

치킨배달이 오고, 동명이가 나가서 그걸 받더니 자기 방으로 그냥 들어간다.

동명이를 불러서 '먹을게 있으면 같이 먹어야지, 혼자 먹으려고 하느냐?'면서 한소리 했더니, '알았다'면서 치킨도 내오고, 컵도 가져오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도 꺼내서 마루에 앉는다. 동희도  불러서 같이 앉았다.

 

 



같이 앉은김에 산오리가 한 마디 했다.

 

산오리 - 야, 아빠가 권고 겸 강요 하나 하는데,  욕실에서 치약쓰고 나면 제발 뚜껑 좀

             닫아라!

동희 - 나는 항상 닫아 놔.

동명 - 나도 닫는데...

산오리 - 그럼 아빠, 엄마가 열어 두냐?

동희 - 좆까지마, 개새끼야!

(순간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그래서 )

산오리- (동희한테) 야, 너 뭐라 했냐?

동희 - ...............

산오리 - 야 이새끼야! 뭐라고 했어?

동희 - 아빠도 들었잖아.

산오리 - 그거 누구한테 한건데?

동희 - 동명이한테 했지...

 

열이 확 올랐고, 탁자에 있던 뭔가를 들어서 동희를 향해 집어 던지려다 그건 내려 놓았다. 그리고 신발장에 가서는 먼지털이개를 찾아 왔다.

산오리-야, 이새끼야! 너는 아빠가 여기 앉아 있는데도 그런 욕이 나오냐?

           학교 가면 선생앞에서도 그렇게 욕할 거고, 길거리에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그렇게 욕하나?

동희 -.....

 (이 새끼를 팰건지 말건지 그 순간에도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이새끼가 한마디라도

  잘못했다라든지, 그건 실수였다라든지 뭔말이 있었다면 말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거다.)

 

산오리 - 야 씹새끼야! 좆같은 새끼야! 그래, 개새끼야, 고작 동생한테 하는 말이 그따위냐? 나이 먹고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나 되는 놈이 고작 아빠 앞에서 그따위냐? 도대체 너 얼마나 잘났는데, 아빠가 방에들어가도 아는체도 안하고, 말 붙여도 대꾸도 안하냐?

개새끼야, 씹새끼야! 아빠는 욕 못해서 안하는줄 아냐? 이 씨팔놈아!, 좆같은 놈아!

 

그러면서 닥치는 대로 줘 팼다. 등짝이고 배고, 다리고 닥치는대로 패고, 먼지털이개 자루가 휘어서 성이 차지 않아서 실내화 슬리퍼를 벗어서 얼굴이고 목이고 줘팼다.

 

동명이 한테도 '너도 새끼야 먹을거 혼자 처먹을 궁리나 하고, 그래서 인간이 되겠냐?'고 하면서 한대 때리고....

 

다행이도 아내는 옆집에 커피마시러 간다고 없었다. 있었으면 또 잔소리가 많았겠지.

 

그리고는 경고를 했다.

"1. 앞으로 치약 뚜껑 닫아 놓는다.

  2. 현관에 들어오면 신발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다.

  3. 옷 벗으면 제자리에 걸어 놓거나 빨래통에 넣는다.

 

이거 안지키는 놈은 무조건 조 팰거다. 엄마는 말로만 떠들고 대충 지나가지만, 아빠는 지독하게 찾아서 끝까지 괴롭힐수 있다. 엄마, 아빠가 너네 뒤꽁무니 쫒아 다니면서 시중이나 드는 노예인줄 아느냐? 이거 할수 있겠지?"

 

두 새끼는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한참이 지나서 '치킨은 먹자'고 했는데, 동희는 일어나서 들어가려 한다.

"야 이새끼야 어딜가? 이거 먹고 가.."

다시 앉아서 입에다 집어넣는 시늉을 한다.

"보기 싫어 들어가 이 새끼야!"

 

그리고 동명이와 산오리는 둘이서 치킨을 열심히 먹는다.

한참을 먹다가 물었다.

"야! 너 왜 이렇게 많이 먹고 있냐?"

"그만 먹고 싶은데, 그만 먹으면 아빠가 또 '왜 다 먹지도 않을 걸 시켰냐?'고 할 거잖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만 먹어라! 먹기 싫으면..."

 

사람들은 애들 버릇없어 진다고 가끔은 때려야 한다는 말을 한다.

산오리는 그것도 자기가 크면 알아서 할 일이지 때린다고 되랴? 생각하고 거의 손대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식이라고 그저 애정이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정말 이 자식이 꼴보기조차 싫어진다.  

 

언제쯤 푸닥거리 했나 했더니 그것도 한 4년 되었나 보다.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산오리-2&id=53&page=1&s2=subject&s_arg=푸닥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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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8 12:46 2005/02/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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