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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공개' 거부하다 부메랑 맞은 정부-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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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공개' 거부하다 부메랑 맞은 정부-여당
부동산 정책 '헛발질' 하는 이유.... 건설업체 이익 대변 일색
텍스트만보기   박수원(pswcomm) 기자   
"부동산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그저 식구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이나 한칸 장만하는게 목표인 이 땅의 소시민이지요. 그런데 요즘 잠을 못잡니다. 내가 10년 저축한 게 일주일만에 1억 오른 아파트 값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열린우리당 선거공약만 믿고 제가격으로 복구되면 사고자했던 아파트가 이제는 아주 멀리 가버렸으니까요.

참여정부 최대의 치적이 강남아파트값의 거품이요, 전 국토의 투기장화라니 말이 됩니까? 어째서 열린우리당은 아파트건설원가를 공개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를 잡을 생각을 않는지요. 분양가가 치솟으니까 다 썪어빠진 아파트가 10억이 가는 겁니다. 국민을 절망에 밀어넣지 마십시오. 열린우리당은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열린우리당은 판교 개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작성자 : 아줌마)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와 청와대 게시판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난하는 지지자들의 글로 도배되고 있다. 성난 민심에 청와대와 우리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17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관련 대책회의를 앞두고도 청와대와 우리당, 관련 부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왜 민심은 참여정부와 우리당에 등을 돌린 것일까.

"분양 원가 공개, 부동산 가격 폭등?"

▲ 한덕수 경제부총리(가운데)와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그 다음에는 가격을 내리라는 요구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

지난 15일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분양 원가 공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시장 원리' 보다는 건설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2004년 서울시가 공개한 상암동 아파트 분양원가는 분양가의 60.8%에 불과했다. 이는 도시개발공사가 분양을 통해 39.2%의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시인하는 결과다.

도시개발공사가 40% 가까운 폭리를 취한다면 일반건설업체들은 어떨까. "도시개발공사에 비해서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건설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99년 아파트 분양가 완전자율화 이후 서울시내 아파트의 분양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살펴보자.

서울동시분양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99년 604만원에 불과했지만, 2003년 분양가는 1082만원으로 1.8배 늘어났다. 그리고 2005년 현재 평당 분양가는 1409만원으로 99년에 비해서 2.3배 가격이 치솟았다. 평균물가상승률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증가세다.

땅값이나 임금 및 자재인상 등을 감안하더라도 한덕수 부총리의 주장대로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것은 원가 공개에 따른 가격 인하 요구가 아니라 '납득하기 힘든 폭리'에 있다는 사실을 숫자가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한덕수 부총리의 입장과 우리당 의원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고, 규제완화에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당 의원들의 면면은 이렇다.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관료출신으로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재경부 장관을 거치면서 아파트 분양가 완전자율화를 비롯한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했던 장본인이다.

그는 최근 부동산 폭등의 대책으로 "단기처방뿐 아니라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중장기적 공급확대 대책을 병행해서 마련해야 한다"며 공급확대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 분양원가공개를 반대했던 우리당 부동산 대책기획단 안병엽 단장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당 안병엽 부동산대책기획단 단장 역시 "규제를 완화해 주택을 시장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급 확대론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정통부 장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총선 이후 제3정조위원장을 맡으면서 분양원가공개를 원가연동제로 뒤바꾼 주인공이다.

분양원가공개가 논란이 될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분양원가를 공개해봤자 개인들이 이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고 잘못된 것을 분석하기도 어려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며 "원가공개보다는 원가연동제를 통해서 가격을 승인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어디 그 뿐인가.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불구속 기소가 됐지만, 건설회사인 한신공영 최용선 전 회장에게 총선 전후에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안 의원은 당시 돈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이 없는 돈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분양원가공개를 반대하는 등 건설업체 이해를 대변한 그의 행보에 의혹의 시선이 증폭됐다.

건교위 소속이자 제4정조위원장 정장선 의원도 분양가 공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건설경기를 위축시키고 집값을 폭등시킬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로 인해 집값이 폭등한다거나, 시장원리에 역행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시개발공사의 예에서 보듯 무려 40%가 넘는 건설업체의 과도한 이익실현으로 오히려 시장기능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격 폭등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열린우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분양원가공개가 원가연동제로 후퇴하면서 결국 판교 로또가 탄생했고, 그 결과 강남을 비롯한 주변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면서, "열린우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계속 건설업자를 대변하는 논리를 편다면 결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국민 85%가 지지하는 분양원가공개를 거부한 열린우리당이 결국 부메랑을 맞은 셈"이라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왜 분양원가공개를 들고 나오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2005-06-16 09:19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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