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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와 손학규의 이상한 축구 시합

 

 

김근태와 손학규의 이상한 축구 시합
두 대권 주자, 승부가 ‘안 날때까지’ 단합 축구... 2대2 무승부
2005-06-18 21:10 최한성 (marunnamu01@dailyseop.com)기자
전후반 각 15분인데 하프 타임은 10분. 그리고 인저리 타임은 최소 7분 이상.


이상한 축구 경기가 열린 가운데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킬러본능이 패배의 위기에 빠졌던 경기도를 구했다.

손학규 지사는 18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경기도청 친선축구대회’에서 1대2로 뒤지던 후반 종료 직전, 천금(?) 같은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어 친정인 복지부의 승리를 무산시켰다.

김근태-손학규 두 예비 대선주자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이날 경기는 초반 중원을 장악하기 위한 양팀의 압박전술로 시종 팽팽하게 진행됐다.

▲ 이날의 ‘극적이고 싶은’ 경기에서 양팀 공격을 이끈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손학규 경기지사. 최소한 몸 푸는 장면은 유럽 프로리그에 못지 않다.ⓒ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김 장관과 손 지사는 각각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청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전반 15분 내내 공격을 주도했으나, 번번이 상대 수비에 막혀 0대0의 균형을 깨는 데엔 실패했다.

10분간의 하프타임이 끝난 뒤 시작된 후반전. 손학규 지사가 체력적인 문제로 벤치를 지키는 동안 김근태 장관은 화려한 플레이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후반 1분 경기도청 중원에서 패스를 받은 김 장관은 우측을 파고들던 같은 팀 공격수에게 논스톱으로 공을 연결해 찬스를 만들었다. 이에 다급해진 수비수가 골라인으로 공을 걷어내면서 코너킥을 허용했다.

복지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완벽한 세트플레이를 선보이며 팽팽하던 0의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코너킥에 이은 헤딩슛으로 시원한 첫 골을 만들어 낸 것.

그러나 복지부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체력저하로 기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경기도청과는 달리, 복지부 선수들은 더욱더 기세를 올리며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김근태 장관은 공간패스를 받아 30여미터를 단독드리블, 상대 골키퍼와 1 대 1로 맞서는 상황을 연출하는 등 추가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첫 골이 터진지 3분여가 지난 후반 4분, 복지부팀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팀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골 찬스를 엿보고 있던 김 장관에게 공이 연결된 것이다.

김 장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왼발 슛을 날렸다. 공은 상대편 골대를 향해 빨랫줄처럼 날아갔으며, 왼쪽 포스트를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스코어는 2대 0.

양팀 벤치에선 일제히 “김근태! 김근태!”를 연호했고, 이 소리를 들은 김 장관은 쑥스러운 듯 미소띤 얼굴로 자기팀 진영으로 돌아갔다.

▲ 보건복지부 축구팀의 부동의 원톱인 김근태 선수가 2명의 경기도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패스 할곳을 찾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손학규 지사가 만든 각본 있는(!) 드라마

이때까지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보건복지부를 향해 웃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16개 광역시·도 대항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기도청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후반 6분경 상대 골대를 살짝 넘기는 위협적인 슛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긴 경기도청은 3분 뒤 1골을 만회하며 본격적인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 연이은 슛에도 불구하고 추가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심판이 추가시간을 7분이나 줬으나 허사였다. 경기도청의 패배가 점점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손학규 지사가 다시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심판에게 선수를 교체하겠다는 사인도 보내지 않고 그라운드에 뛰어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후반 24분, 복지부 진영에서 막판 공세에 열을 올리던 손 지사의 발에 공이 걸렸다. 손 지사는 상대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선 상황에서 왼발슛을 날렸다. 그러나 빗맞은 공은 힘없이 골키퍼의 앞으로 굴러갔다.

이때 이변이 생겼다.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던 보건복지부팀 골키퍼가 공을 잡는 대신, 엉뚱한 방향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그 사이 ‘무서운 기세로 데구루루 구르던’ 공은 골망을 흔들어 극적이고 싶은 동점이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청 양측 벤치에선 순간 폭소가 터져나왔다. 손학규 지사를 배려한 예우성 수비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 축구경기 종반, 골을 성공시킨 손 지사가 힘이 빠져 운동장에 앉아있자 실질적으로 골을 성공시킨 복지부 골키퍼(노란유니폼)가 활짝 웃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2대 2로 경기가 끝난 뒤,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이 된 소감을 묻자 손 지사는 “만들어 준 골이었는데…”라며 환하게 웃어보였고, 경기전 2대 2 무승부를 예상했던 김근태 장관도 결과에 만족했는지 환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서 빠져나왔다.

김근태 장관과 손학규 지사는 이날 똑같이 공격수로 나섰으나, 플레이 스타일에 있어선 서로 대조를 이뤘다.

김 장관은 상대진영을 야생마처럼 휘젓고 다니는 안정환의 공격스타일을 선보였으며, 손 지사는 상대 문전을 어슬렁거리며 찬스를 엿보는 이동국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이날 김 장관은 한 박자 빠른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 그라운드에 모인 이들의 갈채를 받았으며, 손 지사는 무게감 있는 드리블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두 예비 대선주자, ‘상대방 추어올리기’ 눈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이날 축구회동 내내 덕담을 주고 받으며 우의를 과시,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두 사람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행한 인사말에서 ‘상대방이 큰일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지의 말을 해 여운을 남겼다.

손학규 지사는 “김근태 장관은 능력 있고 덕이 높아서 장관 취임 이후 우리나라 복지행정이 안정됐다”며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든든하게 잘 보필해 김 장관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큰 일꾼이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 18일 오후 2시경 친선경기를 앞두고 수원 월드컵 경기장 보조구장에 나란히 도착한 김근태 복지부장관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차에서 내려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의 친선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친선을 다지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그는 특히 “복지정책이 제대로 자리잡아 김 장관이 역사 이래 최고의 장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되면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손학규가 찌그러지겠지만, 그래도 잘 되길 바란다”고 말해 김 장관에 대한 진한 우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근태 장관은 “손학규 지사의 리더십에 따라 경기도 공무원들이 큰 활약을 벌이는 것 같다”며 “더 큰 성취와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손 지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 함께 파이팅을 외쳐달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손학규 파이팅’, ‘경기도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등의 구호를 선창, 자리에 모인 경기도청 공무원들과 보건복지부 직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2분경에 경기장에 도착한 김 장관은 손 지사와의 축구회동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묻자 “약 한 달여 전 우연히 만났을 때 제의를 했는데 성사된 것”이라며 “한 번 놀자고 해 모인 것”이라는 말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낸 손 지사도 거듭 경기도가 보건복지부를 초대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친목도모 외에 이날 모임에 다른 뜻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두 사람은 이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 하프라인에 서서 나란히 시축을 했으며, 서로의 사인이 들어간 축구공을 교환하는 등 서로의 우정을 재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우정에 화답하듯, 김근태 장관과 손학규 지사가 공을 잡을 때 상대편 벤치에서 "한 골 만들어 드려", "수비 좀 느슨하게 해" 등의 고함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 친선경기가 끝난뒤 경기도청 축구동호회 회원들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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