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6/01/14

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14
    복수는 나의 것> 범인은 '양극화'?
    HelterSkelter
  2. 2006/01/14
    정신지체 1∼3급 24명 “회사 만들었어요”
    HelterSkelter
  3. 2006/01/14
    탄생에서 소멸까지 ⑪ - MP3]70대 할아버지에게도 사랑받아요
    HelterSkelter
  4. 2006/01/14
    좆도 모르는 놈들이 대통령 조롱
    HelterSkelter

복수는 나의 것> 범인은 '양극화'?

중남미에서 일찍부터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 도입된 결과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외국계에 넘어갔으며 살인적인 구조조정에 실업률은 언제나 두 자리대라는 평가는 좀더 연구해 볼 필요

 

복수는 나의 것> 범인은 '양극화'?
[양극화를 넘어 ⑤] 영화 속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극과 극
텍스트만보기   박일한(news) 기자   
날이 갈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는 노동뿐만이 아니라 주거와 교육 등에도 뿌리를 내리며 공동체를 갉아먹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와 함께 '양극화를 넘어'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양극화해소연대는 지난해 9월 전국 136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한 사회·경제 개혁 추진을 위한 연대기구다. 이 글은 기획 다섯번째로 영화 속에 나타난 양극화 이야기다. <편집자 주>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영화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조만간 개봉할 영화 <홀리데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자살한 탈주범 지강헌의 이야기다. 제작사 측은 "영화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야기를 통해 양극화 현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심화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1988년의 탈주범 이야기를 모티브로 빌려왔다는 얘기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 영화였던 <나의 결혼 원정기>와 <너는 내 운명>에서 농촌총각 만택(정재영)과 석중(황정민)은 우즈베키스탄이나 필리핀으로 신부를 찾아 떠난다. 처녀들이 떠난 가난한 농촌 총각의 문제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반면, 같은 시기 도시에선 <작업의 정석>에서 보여주듯 펀드매니저 민준(송일국)처럼 잘 나가는 '능력 남'들이 돈 있고 매력 있는 무수한 여자들을 두루 만나면서 최적의 상대를 찾는 '작업'을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모두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현상이 이뤄놓은 풍경이다.

양극화의 처참한 형태를 보다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연작 첫 번째로 유명한 <복수는 나의 것>이다. 영화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실업문제, 가족 동반자살, 유괴, 장기매매 등 양극화로 치달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모습을 매우 생생히 그린다.

이 영화를 통해 양극화의 사회 경제적 상황을 좀 더 생생히 지켜보자.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간단하다. 청각장애자인 류(신하균)는 누나(임지은)의 신장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괴를 감행한다. 돈만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리라 결심하지만 아이는 물가에서 놀다가 실수로 물에 빠져 익사한다. 중소기업 사장인 아이 아버지 동진(송강호)은 납치범이 자신의 딸을 죽였다고 판단, 복수를 감행한다.

성실하고 열린 젊은이 류는 왜 '착한 유괴'에 나섰나?

▲ <복수는 나의 것>에서 류(신하균)은 중소기업에서 성실히 일하는 노동자이며 누나를 아끼는 착한 청년이다.
영화에서 류는 매우 착하고 순진한 청년으로 묘사된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누나를 끔찍이 사랑하는 성실하고 여린 젊은이다. 그런 류가 왜 유괴를 감행했을까.

먼저 누나의 신장수술이 급하다. 회사에서 돈 1천만원을 받고 잘린 후 누나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병원 측은 누나에게 맞는 신장이 없다며 무작정 기다리란다.

시간이 촉박한 류는 장기매매알선업자들을 찾아간다.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몸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공중 화장실 벽마다 붙어있는 장기매매알선업자들의 광고 문구를 보고 류는 누나의 신장을 구하러 나선다.

그런데 장기매매업자들은 돈 1천만원도 모자라 류의 신장까지 내놓으란다. 누나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류는 무조건 허락하고 자신의 몸뚱이를 맡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누나 신장을 주겠다던 사람들은 돈과 자신의 신장만 훔쳐가고 사라져 버렸다.

돈과 신장까지 도둑맞은 류. 무엇을 할 것인가? 류의 여자친구인 무정부주의자 영미(배두나)가 먼저 유괴를 제안한다.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있다가 돈만 받고 돌려주는 '착한 유괴'도 있다며 류를 꼬신다.

"저 차(사장이 타고 있는 자동차) 한대면 너 월급 10년은 되겠다. 그 정도 돈은 쟤네한테는 껌값이지만 우리한테는 목숨이 달린 거야. 그런 자본의 이동은 화폐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이라니까. 유괴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니야!"

류는 결국 유괴를 결심하고, 유괴 대상으로 우연히 알게 된 중소기업의 사장인 동진의 딸을 선택한다.

유괴도 산업, 장기매매도 사업

▲ 영미(배두나)는 류에게 "세상엔 착한 유괴가 있고 나쁜 유괴가 있다"며 "누나를 살리기 위한 유괴는 착한 유괴"라고 설득한다.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화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영화에서 보여지듯 유괴 범죄가 급증한다고 한다. 가난의 막바지까지 다다른 사람들, 그들이 선택할 최후의 수단은 돈을 훔치거나 '돈 있는 놈'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남미다. 멕시코 등 이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 도입된 결과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외국계에 넘어갔고, 살인적인 구조조정에 실업률은 언제나 두 자리대 수치다.

이 지역에서는 납치산업이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로 납치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에서는 납치범이 사업가나 부유한 가정의 자녀를 납치한 뒤 최소한 100만 달러의 이상의 거액을 챙긴다고 전해진다.

부자 동네엔 '방탄차 개조' 전문업체가 성업 중이며, 유괴나 납치에 대비한 보험업, 경호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납치 경호원 이야기를 담은 <맨 온 파이어>나 납치 협상가의 이야기를 담은 <프루프 오브 라이프>같은 영화에서 생생히 목격할 수 있다.

불법 장기매매도 사실 빈부격차가 극심한 사회일수록 증가하는 현상이다. 장기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 것 없는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신의 몸뚱어리라도 팔려고 들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장기매매의 주요 원인이 이런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상황에 따른 것이라면, '장기의 자유판매를 허용하자'는 일부 자유주의 학자들의 주장은 공허한 말일 수밖에 없다. 자발적인 자유 판매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판매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카드 빛에 몰린 수백만의 사람들의 장기가 자유롭게 거래되는 세상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무차별 구조조정과 가족 집단자살, 이미 낯익은 이야기들

딸을 유괴당한 아버지, 동진은 복수를 결심한다. 그가 제일 먼저 범인으로 주목한 대상은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다 잘린 팽 기사다. 동진은 최근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팽 기사는 갑자기 나타나 복직을 요청하며, 동진 앞에서 할복을 시도했다.

"사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마누라 도망가고 애새끼들 굶어죽고 있습니다. 저 6년 동안 결근 한번 안 하지 않았습니까. 용접반 불량률 0.008% 나온 것 아시죠. 용접기와 한 몸 돼서 일신전기에 청춘을 바친 몸입니다."

동진은 "회사 사정을 잘 설명하지 않았냐"며 타이르지만 팽 기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다.

딸의 죽음을 목격한 후 동진은 팽 기사를 찾아 나선다. 경찰과 함께 빈민촌에 위치한 팽 기사의 집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그 곳에서 동진이 발견한 것은 팽 기사 가족의 충격적인 집단 자살 현장이다. 일가족 모두가 약을 먹고 죽어 있었던 것이다.

연일 사회면을 장식하는 가족 집단 자살, 카드 빛에 몰린 사람들의 도피성 자살 등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자살자가 1만3293명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36.4명, 39분마다 1명씩 목숨을 끊은 셈이다. 2000년 1만1794명, 2002년 1만3055명, 2004년 1만3293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

주목할 점은 이들의 주요 자살 동기는 실업, 신용불량자 전락, 사업 실패 등 경제적 이유라는 점이다. 이들의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진짜 범인은 양극화된 신자유주의적 현실?

▲ 동진(송강호)은 류에게 복수하면서도 "너, 착한 놈인 것 안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가해자는 류도 동진도 아닌 신자유주의일 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류와 동진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다. 류는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실직자며 부족한 의료 복지 제도에서 누나를 잃고 자신의 신장까지 도둑질당한 피해자다. 동진도 평생 열심히 살아왔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버텨내다가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까지 유괴당한 피해자다.

그런데 이들은 또한 가해자이기도 하다. 류는 유괴범이며, 고의적이진 않았지만 아이를 죽게 만든 원인 제공자다. 동진은 구조조정을 이유로 창업 공신인 팽 기사를 해고해 그의 가족을 집단 자살로 몰고 간 가해자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도대체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헷갈린다. 이들은 왜 서로에게 복수할 수밖에 없을까.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인 현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박일한 기자
영화는 결국 모든 인간을 피해자며 가해자로 만든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비판하는 듯하다. 모두가 무한 경쟁으로 모는 현실, 무엇이든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상대방을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진짜 범죄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영미가 도로변에서 홀로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외치던 "민중생활 파탄내는 신자유주의를 박살냅시다!"란 불온한(?) 구호는 어쩌면 감독의 진심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잘 알려졌듯, 이 영화를 만든 박찬욱 감독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다.
관련
기사
박일한 기자는 경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믹리뷰>를 거쳐 현재 <파이낸셜 뉴스>에서 경제 기사를 쓰고 있다. 영화를 통해 딱딱한 경제, 경영 이야기를 쉽게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저서로 <경제in시네마>가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신지체 1∼3급 24명 “회사 만들었어요”

간만에 훈훈

 

 

정신지체 1∼3급 24명 “회사 만들었어요”
인천 남동공단에 80평 아파트형 공장
이름은 ‘무한유엔아이’ 병원 폐기물용기 생산
김영환 기자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겨 너무 좋아요.”

정신지체 1~3급의 장애를 지닌 24명과 부모들이 인천시 남동공단에 회사를 만들어 17일 문을 연다. 남동공단 내 아파트형 공장인 테크노파크 건물 5층 80여평에 회사를 만든 이들은 이곳에서 병원에서 사용하는 폐기물 용기를 직접 생산한다.

이들이 평생 공동체가 될 회사 만들기에 나선 것은 자활작업장(보호작업장)이 있는 인천 남동복지관에 들어온 직후인 4년여 전부터다. 5년 동안 복지관 보호작업장에서 교육을 받으며 일을 한 뒤에는 복지관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일을 할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부모들이 나서 장애인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복지관에 들어가자마자 다달이 3만~5만원씩 적금에 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열어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면서도 장애가 있는 자녀에게 맞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드디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도움을 받아 의료 관련 폐기물 처리용기 공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또 이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은성물산(대표 최광섭)은 중국에 있던 금형시설까지 뜯어와 설치해줬다.

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죽을 때까지 같이한다’는 의미로 회사의 이름도 ‘무한유엔아이’로 정했다.

회사 대표를 맡은 부모 이강유(57)씨는 “우리 아이들이 웃는 얼굴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어머니들의 뜻이 모여 이 일을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하며 일반인과 같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사원 대표인 김대일(31·정신지체 2급)씨도 “일할 곳이 생겨 너무 좋다”며 “친구들과 평생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이 회사를 ‘희망사업 1호’로 선정해, 대기업과의 연계를 맺도록 하는 등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032)815-2365.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탄생에서 소멸까지 ⑪ - MP3]70대 할아버지에게도 사랑받아요

그렇다. 내게 필요한 것은 20기가가 아니라 30기가짜리였다.

 

 

내 안에 노래 있다, 500곡 넘게
[탄생에서 소멸까지 ⑪ - MP3]70대 할아버지에게도 사랑받아요
텍스트만보기   홍성식(poet6) 기자   
일상에서 쉽게 만나고 소비하는 것들일수록 그것의 원재료가 무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제품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무심히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공정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친숙한 제품의 탄생에서 소멸까지를 직접 제품의 입장이 되어 1인칭 화법으로 서술해보았다. 기획 열 한 번째 기사는 MP3다. <편집자 주>
▲ MP3플레이어는 워크맨의 손자이고, PMP의 아버지다.
ⓒ 코원시스템 제공
하늘엔 매연이, 땅엔 쓰레기가, 강물엔 갖가지 오염물질이 떠다니는 서울.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27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이 도시의 야경은 아름답다. 서른다섯살 노총각 회사원 민호 앞에 앉은 스물세살의 여대생 애인 혜인은 오늘 행복하다. 오빠가 기특하게도 자신이 원했던 것을 꼭 집어 선물했기 때문이다.

'SS501'과 '더 빨강'의 최신 유행곡을 듣는 것은 물론, 녹음기능에 동영상까지 재생이 가능한 나. 평소 아무리 서로 좋아해도 '열네 살의 나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까'라며 고민하던 혜인의 걱정을 한번에 해결해준 근사한 선물이었다.

민호 역시 고민이 없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퀸'과 '제네시스'의 사랑노래를 녹음해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함께 들었던 첫사랑 미정과의 추억.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가 사람들의 손에서 사라졌던 것처럼, 애틋한 첫 여자와의 기억은 사라지고 뜻하지 않게 찾아온 꼬마 숙녀와의 만남.

하지만, 민호는 현실에 충실하기로 했다. 언제까지나 멀어진 젊은 날의 기억에만 기대 살 수는 없는 법. 지금의 어린(?) 애인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생일선물이 근사한 이탈리아풍 저녁식사와 나였던 것. 나는 세대차이라는 둘 사이의 간극을 좁혀줄 긴요한 매개물이 된 셈이다.

MP3 최초 개발국은 한국... 세계시장 40% 장악

떡볶이집 가래떡 만한 크기의 몸에 자그마치 500곡 이상의 음악을 담을 수 있는 나. 그래 맞다. 난 MP3플레이어다. 날 만지작거리며 민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혜인처럼 나 또한 내 주인마님을 올려다보며 8년 남짓 시간동안 지내온 나와 내 친구들의 삶과 그 삶 속 얽힌 갖가지 사연들을 떠올려 본다.

앞서 언급한대로 나와 친구들의 역사는 일천하다. 애초 1980년대 후반 독일의 음향 분야 과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했으나, 정작 우리들의 시조가 되는 큰형을 제품으로 완성시킨 건 한국 회사다. 1997년 세상에 얼굴을 내민 큰형의 이름은 엠피맨(MPman).

'MP3플레이어' 1호라 불러도 무방한 그 형은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이야기되는 '워크맨' 만한 크기였다. 지금 만들어지는 내 친구들보다 엄청나게 큰 몸피다. 그 커다란 덩치 탓에 별명도 '탱크'였다. 그 형의 뒤를 잇는 둘째 형의 이름은 '리오 300'. 이 형 역시 우람하고 컸다.

테이프가 늘어나고 몸집이 크다는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단점을 극복하고 CD에 가까운 깨끗한 음질을 재생하는 나 MP3플레이어.

'고음질 오디오 압축기술'이라 불리는 MP3는 음악 속에서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만을 압축해 재생한다. 초기 단계 내 형들은 건전지로 작동되는 것이라 재생시간이 짧았지만, 요사이 시장에 선보이는 친구들은 30분 충전으로 20시간 이상 음악재생이 가능하다.

▲ 초기의 MP3플레이어.
ⓒ 코원시스템 제공
뿐이랴, 초기에는 200~300MB에 불과하던 내 메모리용량도 최근에는 괄목상대할 만큼 늘어나 30GB(1GB=1024MB)를 자랑한다. 노래 한 곡의 평균 5MB이니 최대 600곡의 노래를 내 안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크게 플래시메모리형과 하드디스크형(HDD)으로 구분된다.

플래시메모리형은 날씬하고 작음 몸에 디자인이 세련된 것이 많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용량이 적다. 하드디스크형은 다소 큰 몸집이 단점으로 지적되기 하지만, 상대적으로 용량이 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나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음질이 최고"라고 평가받는 코원시스템은 내수용 플래시메모리형과 수출용 하드디스크형을 각각 40%와 60% 비율로 생산해 연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레이콤과 삼성전자 등 20여 개 회사가 나와 내 친구들을 생산한다.

전세계를 통틀어 나의 시장규모는 3700만대.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9억 달러다. 한화 5조원 규모의 엄청난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코원과 레인콤, 삼성전자 등 3사가 전체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메이저 제조업체로 거론된다.

몸집큰 '탱크형' 워크맨부터 영화도 보여주는 PMP까지

이동하면서 음악감상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소니가 개발해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워크맨은 내 조상 격이다. 자고로 음악이란 근사한 오디오 기기를 갖추고 집에서만 듣는 것이라는 인식에 일대전환을 가져온 제품.

워크맨은 그 탄생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1978년 소니는 녹음기기 생산부서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다. 더 이상 이익 창출이 어렵다는 경영진의 판단 앞에 이들은 악전고투의 노력을 경주했고 그 결과물로 손바닥 크기의 녹음재생기를 내놓았다.

소니의 회장 모리타는 이 제품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마침내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대박 신화를 이뤄낸다. 이 제품이 바로 워크맨. 워크맨은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혼자만의 고독에 익숙한 뉴욕의 여피족과 입시와 주입식 교육에 찌들어 있던 한국의 중고교생들에게도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지금으로 20여년 전인 1980년대 이야기다.

한국에서 나와 내 친구들이 사랑받는 건 민족적인 기질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노래 듣고 노래 부르는 것을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즐기고(당신 주위의 노래방들을 보라), 주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신만 가지지 못하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한국인의 성정. 그런 배경이 '엠피맨'이라는 내 큰형을 만들었고, 거리를 각종 MP3플레이어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만든 게 아닐지.

워크맨이 내 조상이라면 나의 가장 진화된 형태는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다. 음악재생 기능과 보이스레코더 기능은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고, 이미지를 볼 수 있으며, 텍스트를 읽는 것까지 가능한 이 기기는 나의 진화가 과연 어디까지 가닿을 것인지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요사이는 PMP도 상용화단계에 이르러 지하철을 타면 나를 가진 대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코원 홍보실 측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시한 'A2'라는 PMP는 40여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한 달에 1만여대씩이나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개가 물어뜯어도 멀쩡한 한국 MP3의 맷집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만만찮은 수준이란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나 역시 그렇다. 게다가 내 친구 하나는 튼튼함까지 갖춰 세계의 네티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지난 연말. 미국의 한 네티즌이 개가 물어뜯어 완전히 파손되기 직전의 상태까지 간 내 친구 하나의 사진을 전자기기 전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다. 그 사연이 놀라웠는데 완파 직전까지 간 내 친구가 멀쩡히 작동했다는 것. 이 제품은 한국의 MP3플레이어 제조사가 만든 것이었다.

이 게시글과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내 친구의 튼튼함과 품질에 찬사를 보냈고, 이 사연은 태평양을 건너와 한국의 신문에까지 보도됐다.

▲ 최신형의 MP3플레이어.
ⓒ 코원시스템 제공
마지막으로 세상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 하나를 풀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사람들은 보통 나를 사용하는 이들이 10~20대 학생들뿐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주고객층은 그들이 맞다. 하지만, 전혀 의외의 사용자도 없지 않다. 코원 고객센터를 자주 방문한다는 70대 할아버지 이야기는 진정한 음악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내 친구들을 4대나 소유하고 있는 이 할아버지는 딱 한번 짧게 소리를 들어보는 것만으로 기기의 종류를 알아 맞추는 마니아. 제품 하나 하나의 특징을 너무나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기에 고객센터 직원들도 이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것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가끔씩은 고객대기실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루종일 음악에 빠져있다는 이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소설가 장정일이 <아담이 눈뜰 때>에서 서술한 바 있는 '뮤직 러버(Music Lover)'를 떠올리게 한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그 음악을 재생해주는 기계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춘 백발의 노신사. 예술을 그 자체로 아끼는 할아버지의 낭만적인 삶을 닮고싶은 직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사람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내 친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이것 봐라. 혜인이 민호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낀 채 같은 노래를 듣고 있다. 리처스 샌더슨(Richard Sanderson)의 '리얼리티(Reality)'다. 어젯밤 민호가 다운받아 내 몸에 저장한 곡.

민호가 영화 <라붐>의 삽입곡인 이 노래에 빠져있던 중학생 시절. 혜인은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아기였다. 그 막막한 시간의 간극을 내 몸 속에서 울려나오는 음악이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나이 차이 많은 연인들을 이어주는 사랑의 타임머신 역할을 하게 된 오늘. 'MP3플레이어'로 태어난 내 운명이 자랑스럽다.
관련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좆도 모르는 놈들이 대통령 조롱

기왕 하는 김에 좆도 모르는 놈 4명도 실명화했으면...

 

 

X도 모르는 놈들이 대통령 조롱
 옛날 같았으면 전부 구속됐을 것"
천정배 법무장관, 12일 밤 일부 보수 논객 '맹비난'
텍스트만보기   최경준(235jun) 기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판적 칼럼을 써온 보수논객들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천 장관은 12일 "X도 모르는 놈들 4명인가가 일부 신문에서 돌아가면서 말도 안되는 칼럼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날 밤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가 잘못하는 것도 많지만 언론이 노 대통령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이같이 말했다. 특히 천 장관은 이날 작심이라도 한 듯 격한 표현으로 노 대통령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하고 있는 칼럼니스트들을 비난했다.

"대통령을 그렇게 인격적으로 깔아뭉갤 수 있느냐"

천 장관은 "난 노빠가 아니다"면서도 "(보수 논객들이) 정책적인 비판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모욕을 주고있다"며 "최소한의 양식은 갖춰서 비판해야지, (대통령을) 어쩌면 그렇게 인격적으로 깔아뭉갤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천 장관은 장시간을 할애해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옛날(권위주의 시절) 같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다"는 등의 발언이 터져나올 때는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천 장관의 성토는 더욱 구체화됐다. 천 장관은 "어떤 헌법학자라는 사람은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헌법학자인가, 기본적인 소양이 안돼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보수주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도 서울대를 나왔지만, 결국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상고 나온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이 상고 출신이기 때문에 보수언론으로부터 맹목적인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천 장관은 일부 기자들을 향해 "(신문사에서) 왜 그런 사람들을 자르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방우영, 김병관, 홍석현 등 신문사 사주에게 그런 사람은 잘라야 한다고 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 99.9%는 검사들이 떡값 먹은 것으로 알아"

이에 앞서 천 장관은 지난해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외부에서는 검찰이 '삼성 봐주기'를 했다고 비판하지만 공소시효 완료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천 장관은 "내가 삼성쪽 변호사였다 하더라도 (검찰의 공소 내용에) 완벽하게 반박할 논리를 여러가지로 내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검찰 수사가 미흡했지만 법리적으로 보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은 DJ 정권 때 세풍 수사를 하면서 전부 밝혔어야 했다"며 "내가 직접 요청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특검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런 수사결과가 나왔지만 국민들의 99.9%는 검사들이 떡값을 먹은 것으로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천 장관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해 "두 사람이 대화한 것을 녹음했는데, 그것보다 정확한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며 "그러나 준 사람도 아니라고 하고, 받은 사람도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200∼300만원이 현금으로 오간 것을 어떻게 밝혀내서 처벌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천 장관은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며 "법무장관에게 특검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제대로 했지만 기소가 안될 경우에는 보완대책이 마련돼 있지만, 수사가 제대로 안된 사건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장관 "표현이 과했지만 정당하지 못한 비판 많은 것은 사실"

한편 천 장관은 13일 낮 한 측근과 오찬을 하면서 전날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조금 과한 표현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천 장관은 보수논객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여전히 굽히지 않았다.

이 측근은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천 장관의 발언은 표현이 다소 과하기는 했지만, 참여정부 들어서 정당하지 못한 언론의 비판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조선·중앙·동아 등에 칼럼을 쓰는 일부 학자들은 실제 입장을 떠나서 글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며 "진짜 보수주의라면 다행이지만 이건 보수도 아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측근은 "천 장관의 발언에는 정치적 의도나 계산은 없었다"며 "장관은 '노빠'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대통령을 보호하자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이 거론한 '특검 요청권'에 대해서는 "요즘 뜨거운 사건이 많았는데, 기소할 수 있는 것을 기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장관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사건' 수사는 잘하고 있지만 최근 'X파일' 사건 등은 장관의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법무부, 검사 인사에 일반 국민 의견 수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