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뉴스]
그녀를 만나기 전 솔직히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저러고도 정말 행복할까’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KBS TV ‘
인간극장’과 여러 언론매체,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
지선아 사랑해’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지선씨(28)를 만났습니다.
이화여대 4학년 재학중이던 5년 전 음주운전자가 몰던 자동차와 충돌해 발생한 화재로 전신 55%의 화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녀. 끔찍한 사고를 당한 그녀는 죽음의 골짜기를 벗어나 ‘생명 연장’을 선물로 받은 대신 어여쁜 얼굴을 ‘반납’했습니다.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한 그녀. 눈썹을 그리고 분홍빛으로 눈 화장을 하고 입술에 발그스레한 빛깔의 립스틱을 발랐습니다. 하지만 거울 앞에 앉아 몇 시간씩 꽃단장을 해도 예전 아름다운 얼굴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젊음’ 그 자체로 아름다웠던 ‘얼굴’이 사라져버린 지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지나가는 예쁜 사람들을 바라보며 문득 ‘나도 저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는 그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긴다’는 그녀 마음에 욕심이 하나 둘씩 기어올라와 자신을 괴롭힐 때마다 ‘덤으로’ 살고 있음을 떠올리는 그녀지만 가끔은 평범한 스물 몇 살 처녀로 돌아가 친구와 쇼핑하면서 예쁜 옷 입어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남자친구를 만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회사 다니고, 결혼해 아이 낳고 복닥거리며 살고 싶은 꿈을 꾸기도 한다고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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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쁜 반지를 하나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플하면서 깔끔한. 아무 의미는 없지만. 그냥 반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살짝살짝 눈에 띄는 예쁜 반지. 왠지 내 손에 어울릴 것 같지 않아서 사지도 않을 테지만. 아마 산다 해도 오래 끼지도 않을 테지만. 반지가 그렇게 어울리는 손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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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또 고백합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예뻤으면 좋겠다고. 낫고 싶다고….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거울을 보면서 ‘이만하면 귀엽다’가 아니라 서른 번 중에 한 번이라도, 아니 한번쯤은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저도 평범한 20대의 아가씨”라고 수줍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엄마’가 되고 싶은 꿈도 솔직히 고백합니다.
“지인들의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아이들의 엄마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 짧은 손가락으로 안아주고, 목욕시키고, 모유도 주고….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아이를 너무 불편하고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이 체력으로 아이를 얼마나 오래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빠르게 꽉 잡아줘야 할 텐데. 내 손으로 아이를 놓치는 일이나 생기지 않을까. 커가면서 세심하고 정교한 일들을 요구할 텐데 내가 얼마나 잘해 줄 수 있을까.”
그녀는 사실 아이 낳는 것도 걱정이라고 합니다. 온통 짜깁기하듯 피부를 이식한 배가 얼마나 늘어나 줄지 그것부터 고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적어도 두 아이를 낳고 싶은 꿈을 꿉니다. 또 한 명은 입양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꿈이 쉽게 이뤄질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이를 갖고 싶은, 엄마가 되고 싶은 꿈을 살짝 드러낸 게 조금은 민망한 듯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그냥, 한번쯤 이런 걱정해야 인간다울 것 같아서요. 그래서 걱정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걱정은 아이라고 갖고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 그전에 결혼부터 하고 말이에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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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얼마 전 작은 꿈을 하나 이루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가족의 도움 없이 ‘나 홀로’ 미국 시애틀에서 어학연수를 한 그녀가 오는 9월
보스턴 대학교에서 재활상담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뭔가를 새롭게 배울 수 있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그녀. 14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으면서도 삶에 희망과 꿈을 내려놓지 않았던 그녀입니다.
세상은 그녀에게 끝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바닥에서 희망을 찾았고 그 희망이 힘이 되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녀는 인생 밑바닥을 경험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소리로 말합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올라갈 일만, 시작할 일만 남아 있다”고 말입니다.
누군가 “예전의 모습으로 사고나기 전 그 자리로 되돌려준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되돌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그녀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 사경을 넘나들며 ‘덤으로’ 얻은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당당하게 고백했습니다.
“지금 이 모습이라도 기쁘고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아니 훨훨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저러고도 정말 행복할까”하는 생각이 쏙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행복’이 거짓이 아닌 ‘진실’임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기사제공=
흥국생명 세상엿보기 / 김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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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곱창'님은 "이지선씨가 당시 느꼈을 심리적 절망과 그것을 극복한게 참 대단한 일이라는 점을 환기 시키고 싶은 마음에 올리는 것이니 이해바라는 마음임"이라는 설명을 함께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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