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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아무 사이도 아닌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나를 너무 너무 못 견뎌했다. 다섯 살 가지고 세대차 운운하기 우습지만 그쪽은 그 비슷한 걸 느끼는 것 같았다. 나를 외계인 보듯 했다.
항상 록음악을 크게 틀어주는 데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항상 동아리방과 학교 주변을 어슬렁대서 술 마시고 싶으면 그냥 거기로 가면 됐다. 백열등 조명 아래 나름 잘 생긴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어느날 [화양연화] OST를 사서 자랑했더니 그 안에 들어있는 스틸 사진을 몇 장 달라고 했다. 단호박 모냥 거절했다. 그 씨디는 지금도 갖고 있다.
인기가 좀 있었는데 여자친구를 본 일이 없어 궁금했다. 어느날 누군가에게 여자가 필요할 땐 어디 클럽에 가서 원나잇을 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때 나에겐 너무 낯선 얘기였다. 나중에는 예쁜 내 동기에게 작업 걸었다 차였다.
역시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네 살 많은 선배랑 서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항상 둘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느날 그 선배는 죽었다. 그리고 다섯 살 많은 선배는 말그대로 그냥 사라졌다. 둘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뒤 몇 년을 두고 동기 몇 명은 그 사람을 찾으러 그 사람 고향에 가보고 싶어했다. 실제로 내려갔던 애도 있었다. 만났다고 했는지, 만났는데 비밀이라고 했는지, 흔적도 못 찾았다고 했는지,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십년 넘게 입고 있는 밍키가 그려진 티셔츠가 있다. 오늘 밍키를 입었더니 그 선배가 생각났다. 그 선배는 격렬한 거부감을 보인 내 성격, 내 물건 중 남은 건 이 옷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은 잘 기억도 안 난다. 놀랍게도 이게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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