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으로 모자랄 여자 이야기

  • 등록일
    2004/09/01 08:48
  • 수정일
    2004/09/01 08:48
  • 분류

이거 출판사가 어디더람. 그기서 퍼내는 씨즌잡지가 있는데 그기서 광고를 보았더랬고

박완서 선상님이 발문 써주신 걸 알구는 꼬옥 읽어보구 싶었더랬고

책의 존재를 알자마자 울 외할무이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졌고

책에 대해 잊고 있는 동안에도 이 생각은 무럭무럭 자라나 급기야는 다달이 10만원 모아

중고라도 노트북을 숭디에게 사주고 주말마다 대여해서 할무이 인생을 속타로

적어내려가야지 그러나 대체 언제 사서 쓰냐 이러다가 이 책을 딴 책 찾다가 우연히 발견,

읽구 나서는 난 울 할뮈의 손녀니까 들은 거 고대로 안 적고 쪼깨 나중에 내가 적어도 그것은

위대한 구비문학이 되지 않겄는가 생각을 해보았다.

 

할머니들은 누구나 사연이 구구절절하고, 그래서 신세한탄조가 지배적이고, 응석쟁이다.

난 단 한 분의 할뮈라도 잊혀지는 게 두렵다. 절대 영구장대히 죽은, 살은 모든 사람을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울 할뮈 인생은 내가 잘 알고 있어야잖겄는가,

난 울 옴마 인생도 거진 모르니께로. 울 할뮈는 내가 알아줘도 넘들은 누가 알아준댜.

이러코롬 책이 나왔지만 요런 기회없이 속속 죽어버리는 할마씨 할배들은 어쩔 것이여.

한도 끝도 없는 이야그지만... 만날 스러져가는 것들을 그냥 냅두라믄서 이리 집착한댜.

혹시 나야말로 쿨하게 살려는 인종인 것이여? 그거이 아녀ㅠ_ㅜ 기록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다구.

하기사 그랴서 시를 안 쓰려니께 기억조차 안 하더만. 기록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어.

그리고 영원히 살고 싶어. 영원히 모든 걸 기억하고 싶어. 슬퍼. 뭐여 이거 시방...

 

할뮈들은 노래를 잘 하신다. 나와는 음계의 차원이 다르므로 나난 잘 이해 못한다.

글쎄 책에 나오는 할뮈맹시롱 울 할뮈도 노래 지어 부르는 거 있지 캬캬

 

"울 손녀 딸이 날 보러 왔네~"

 

아하하 웃겨서 기절할 뻔 했다. 앞으로도 많이 지어달라 해야지.

나도 길 거니면서 노래를 쫌 지어부르는데 음이 영... 페스티쉬 아닌 창작곡의 경우

곡이라 하기 욕나오는... 어째 그게 안 된댜.

 

남편한티 뚜드리맞고 쎄빠지게 일하고 아 놓고 키우고 치닥거리하고 하이고마...

그거사 다 알아서 쭐인 것 같더만 그거 빼면 할뮈들 인생에 뭐가 남을까?

아따 시방 또 일반화의 오류 범해불고 지랄이여. 각 할뮈들의 말씀 듣고도 정녕 고땀시로 말이 나오당가?

 

넘으 인생에 뭐 남나 따지지 말고 스스로를 생각해 보란 말가. 글타.

할뮈들 앞으로 워째 살고 싶은신겨?

울 할뮈는 거진 6년간 계속 죽고 싶어하셨다. 뭐 당연도 하지만... 그러다가 최근 기운 쫌

차리신 것도 같고. 내가 몇 년간 주입한 장밋빛 미래가 효과를 보는 듯도 하고.. 흐흐

할뮈 위해서라두 공부해야 혀! 대체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 북돋아 주는 것들이 얼마나 많냐?

 

 

으읍 참 시끄럽다... 미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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