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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2
    발레오 노조가 없는 풍경
    뎡야핑

발레오 노조가 없는 풍경

  • 등록일
    2011/12/02 19:51
  • 수정일
    2011/12/02 19:51
  • 분류
    다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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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무실 근처에서 발레오 노조가 오랫동안 노숙 농성 투쟁을 했었다. 프랑스 대사관 앞, 저 모서리보다 약간 왼쪽으로, 자동차에 가린 공간에 자리를 잡고 먹튀 자본 발레오에게 해고당한 사람들이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계속 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처음에 날씨가 추워질 무렵에 일인시위를 하는 걸 보고 유인물을 받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발레오라는 프랑스 회사가 아무 이유 없이 폐업하고 하루 아침에 전원 부당해고당한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에게 해결을 요청하며 대사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한다. 안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프랑스 대사관에서 해결 의지를 보일리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느날부터 농성을 시작하는 것이다 점점 추워지는데. 점점 추워지는데 눈도 오는데 노숙하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출근하기 위해서는 항상 이 길을 지나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다. 가끔 커피를 사다 드렸는데 생각해보면 차가운 커피를 준 적도 있...;; 당시 내가 꽂혀 있던 안젤리난가 뭔가 하는 그 커피...; 어느날인가부터 부르스타에 주전자가 나타났길래 커피 사드리는 걸 관뒀다.

 

프랑스 대사관 앞 농성장과 경찰차가 눈에 익은 풍경이 되면서부터는 더이상 고통스럽진 않았다. 그냥 죄책감에 그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기 일쑤였다. 가끔 우리 사무실로 인터넷을 쓰러 오셨는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사무실에 있는 걸 들킨 기분이라 오실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환대하는 척 하면서 죄책감이 눌러붙은 마음에 항상 어쩔 줄 몰랐다. 들어오면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나갈 땐 안녕히 가세요 맨날 이것만 했음-_- 이름도 모르고.. 뭔가 말을 걸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다. 항상 그렇다 어디 농성장 가도 죄지은 마음에...ㅜㅜㅜㅜ

 

어느날부터 발레오 노조에서 우리 사무실에 인터넷 하러 오지 않게 됐고 어느날인가 농성장도 사라졌다. 농성장 사라지고 뒤에 찾아보니 보상받고 끝났다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회사가 적자가 나서도 아니다. 한국에서 영업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해고당한다니 무서운 일이다. 과연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이미 폐업하고 날라버려서 원직복직할 곳도 없는데. 그런데 끝까지 투쟁한 사람들은 보상(배상)받고 싸움이 끝났다. 그나마 노조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투쟁한 사람들은 아쉬움이 많이 남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사업하다가 튀어버리는 자본이 한둘이 아니었을텐데 책임을 요구하고 어느 정도 요구한 걸 이뤄냈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또 겨울이 왔는데 다른 농성장들은 어떨라나... 눈앞에 있고 없고가 마음이 쓰이는 데에 큰 차이를 만드는구나... 다 똑같이 마음 아픈 게 아니고 내 눈앞 농성장이 제일 마음 아팠다;;

 

발레오 까페에 올라온 투쟁 경과를 정리한 글. 발레오공조코리아 투쟁을 함께해주신 전국의 동지들에게...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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