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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3
    야마모토 나오키
    뎡야핑

야마모토 나오키

와 흥분된다 신난다

 

저는 오늘 아침 야마모토 나오키는 스토리로 읽는 작가가 아니쟎아. 이 작가의 세계는 뭘까. 아직 이해는 안 가지만. 일단 모르는 단어를 스킵하며 읽으니 잘 모르겠는 거 아닌가? 아니다 만화가 전개되는 구조가 너무 낯설어. 사실 뭐라고 말할 만큼 꼼꼼히 읽지 않았잖아? 이해가 안 되지만 뭔가 대단한 것 같아 라고 말하기에도 아직은 이른 단계다. 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하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검색해 봤는데 이런 좋은 대담글이..!! <레드>라는 작품을 그리고 있다는 얘긴 들었었는데 완전 잊고 있었구나. 일본 적군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에로 만화가가!!!!!!

  

출처 : http://cafe.naver.com/mscbook/6781

  
 

전설의 크x레x의 원작자님과 기리노 나오씨의 대담입니다.





문학계 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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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만화를 문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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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수단은 다르지만 소설과 만화 사이에는 공통항이 있다.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 플롯, 등장인물이나 정경을 묘사하는 법 등등. 소설가와 만화가가 만나 상대방의 문제의식을 묻는 이색 대담.
『레드 1969~1972』로 1970년 무렵 격동의 시대를 거침없이 그려나가는 야마모토 나오키. 동시대에 활동한 연합적군 및 아사마 산장 사건에 줄곧 관심을 가져온 기리노 나쓰오. 두 창작자의 눈에 비친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은?

▶ 기리노 나쓰오
1951년 가나자와시 출생. 세이케이 대학교 졸업. 1993년 『얼굴에 흩날리는 비』로 에도가와란포상 수상. 1998년 『아웃』으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1999년 『부드러운 볼』로 나오키상, 2003년 『그로테스크』로 이즈미교카상, 2004년 『잔학기』로 시바타렌자부로상, 2008년 『도쿄지마』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 야마모토 나오키
1960년 홋카이도 출생. 와세다 대학교 졸업. 고이케 가즈오 극화학원 3기 수료생. 1984년 『나의 푸른 하늘』에서 야마모토 나오키라는 필명을 사용하며 데뷔. 모리야마 도[森山塔], 도야마 모리[塔山森]라는 필명으로도 활동했다. 주요 작품에 『블루』, 『고마워』, 『빌리버스』, 『프래그먼츠』 등이 있다. 현재 잡지 《이브닝》에 『레드』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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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연합적군의 시대인가 ■


기리노_
『레드』를 읽기 시작한 건 지인에게서 ‘이거 재미있어요’라고 추천받은 일이 계기였어요. 연합적군 사건에 대해서는 저도 예전부터 흥미를 느꼈거든요. 사카구치 히로[坂口廣]의 노래집에서 시작하여 몇 번인가 자료를 찾아 읽은 적도 있고요. 야마모토 씨는 왜 이 시대를 소재로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야마모토_
『레드』는 1969년부터 1972년까지를 무대로 한 픽션이므로, 등장인물들과 연합적군이 그대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합적군의 구성원들이 쓴 책이나 수기를 재미있게 읽은 일이 계기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대개는 (경찰에) 붙잡혀서 무너지던 날이 짤막짤막하게 기록된 글이기 때문에 사상적으로도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는데요. 그것을 아는 상태에서 읽었는데도 무척이나 흥미를 자아내는 이야기였거든요. 누가 이걸 만화로 그려주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편집자를 만날 때마다 얘기했죠. ‘그 시대는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그릴 건 아니지만.’(웃음) 제 본업은 애초부터 에로만화라서, (그런 건)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기리노_
그런데 결국엔 직접 그리게 되셨군요.(웃음)



야마모토_
그러게 말입니다. 술자리에서였던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를 한창 하던 중에 편집자가 그러더군요. ‘그럼 야마모토 씨가 직접 그리면 되잖아요.’ 그렇게 돼서 그만…….



기리노_
그리게 됐다고는 해도, 당시의 자료를 모으고 취재를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야마모토_
그렇죠. 할 수 있는 한은 당시 그대로를 그리고 싶거든요. 요즘은 편집자가 하는 말도 안 듣고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 일이 많습니다만, 『레드』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편집자 두 명과 팀을 이루어 자료나 사진을 모으기도 하고 작품에 대해 스스럼없는 의견을 듣기도 합니다. 힘들긴 하지만 무척 즐겁게 하고 있지요.



기리노_
『레드』에 묘사된 1970년 무렵에 대학생이었던 저로서는 당시를 청춘시대로 잘 기억하고 있는데요. 작품에도 당시의 분위기가 굉장히 잘 그려져 있어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더군요.



야마모토_
그런가요? 사실, 줄곧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왜 스스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느냐면, 1970년대라는 시대를 그리기가 무척 어려울 거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의 상점가나 차, 옷차림, 머리모양 등은 사람들도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자면) 번거롭기도 하고요.


▶ 연합적군은 ‘얼짱’들이었다?

기리노_
아사마 산장 사건 당시(1972년) 야마모토 씨는 몇 살이셨나요?



야마모토_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삿포로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곧바로 일어난 사건이었어요. 2월 6일에 스키 점프 70미터급 경기에서 일본 선수가 금·은·동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온통 흥분한 상테에서 약 2주 후, 그러니까 2월 19일에 연합적군이 아사마 산장에서 농성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괌에서 요코이 소이치[橫井庄一] 씨가 발견된 때(1월 24일)도 그 즈음이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역사적인 사건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네요.



기리노_
아직 전후(戰後)의 기억이 남아 있는 시대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저는 그때 스물한 살이었어요. 이런 얘기를 했다가는 빈축을 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사마 산장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들은 무척 잘생겼더군요.



야마모토_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날씬한 데다, 머리도 한참 안 감아서 천연 포마드를 바른 거나 마찬가지였지요.



기리노_
실제로는 상당히 꾀죄죄하고 냄새도 지독했을 것 같습니다만,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모습은 절박한 느낌이 있어서 상당히 멋있었던 것 같아요.



야마모토_
그러고 보니 기리노 씨의 『도쿄지마』에도 모리 츠네오[森恒夫]를 꼭 닮은 인물이 나오는군요. 도중에 리더가 되는 사람 말입니다.



기리노_
유타카 말씀이군요. 별명도 모리 사령관(森軍司)이니 만큼, 이미지가 조금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모리 츠네오나 요시노 마사쿠니[吉野雅邦] 같은 사람의 얼굴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얼짱’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어요.



야마모토_
우에가키 야스히로[植垣康博] 씨 같은 경우는, 체포당할 때의 사진이 가장 멋있죠.(웃음) 지금도 스킨헤드 스타일을 견지하는 멋쟁이 아저씨이긴 하지만요.



기리노_
우에가키 씨하고는 만난 적이 있으신가 보군요.



야마모토_
원래는 잡지 취재차 뵈러 갔는데, 그 후에도 몇 번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기리노_
그 시절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려주시던가요?



야마모토_
다행히 우에가키 씨는 그런 편이었어요. 이왕 물어본 김에 적극적으로 얘기해 주자 하는 느낌이었지요. 원래부터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식의 성격이라서요. 실은 그래서 살아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더 이상 들추고 싶지 않다는 분도 계시지요. 개중에는 우에가키 씨가 하시는 일에 비판적인 분도 계시고요.



기리노_
사카구치 씨의 노래집(『변치 않는 길』)에도 사카구치 씨가 실명을 드러내고 노래한 일에 대해 분노하여 항의한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야마모토_
그렇군요.



기리노_
하지만 『레드』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은 곧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아직 살아 있는 인물이 많다 보니 사실은 꾹 억눌러둔 채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려나가고 계시다는 말씀인가요?



야마모토_
본심을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습니다. 물론 모르는 부분은 상상력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펜 가는 대로 그린다고나 할까요. 캐릭터가 멋대로 움직여서 뭔가가 일어나려고 할 때에는, 일어나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편입니다.



기리노_
실은 논픽션으로 그리고 싶었다는 말씀이군요.



야마모토_
그쪽이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기리노_
상상하여 그리는 쪽보다 더 재미있다는 말씀인가요?



야마모토_
예. 상상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리노_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대목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야마모토_
예를 들면, 산악 아지트에서 동료를 살해한 후에 우라묘기[裏妙義] 산을 넘는 대목이 있는데요. 캄캄한 암흑 속에서 구두 밑창이 다 떨어진 몰골로 톱날 같은 산등성이를 넘어 죽을 힘을 다해 내려와 보니, 눈앞에 ‘레이크 뉴타운’이라는 별장지대가 펼쳐집니다.



기리노_
아, 들은 적이 있어요. 가루이자와[輕井澤]에 있는 별장지대죠.



야마모토_
조그만 디즈니랜드 같은 호수가 있습니다. 멋진 산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우에가키 씨의 책에도 나오는 얘기입니다만, 전 머릿속에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떠오르더군요.



기리노_
머지않아 그 장면을 그리시겠군요.



야마모토_
그리고 싶지요.



기리노_
(독자가) ‘이거다’ 하고 생각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기는 소설가도 마찬가지입니다.


▶ 실패의 기록이야말로 재미있다

기리노_
우에가키 씨 말고도 만나신 분이 계신가요? 예를 들면 혁명좌파(연합적군의 전신)의 리더였던 가와지마 고[川島豪] 씨 같은 분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야마모토_
가와시마 씨는 십수 년 전에 병으로 타계하셨더군요. 실제로 뵌 분은 산장에서 마지막으로 도망쳤던 마에사와[前?虎義] 씨와 아오토[靑砥幹夫] 씨 정도입니다.



기리노_
어떤 분들이시던가요?



야마모토_
글쎄요. 아오토 씨 같은 경우는 원래 의대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의사 같은 느낌이 풀풀 나더군요.



기리노_
『레드』가 출간된 후에 당시 사건에 관련된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야마모토_
단행본이 나오고 나서 ‘죄송합니다. 이런 걸 그리고 있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몇 분은 이쪽에서 먼저 찾아뵙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괘씸하구먼!’ 하고 야단치는 분은 안 계시더라고요. 오히려 ‘이 에피소드 말인데, 실은 이러저러했어.’ 하고 가르쳐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그리기 전에 미리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은 것도 있었어요.(웃음) 아, 그런데 얼마 전에는, 운동에 참여했던 마지막 세대에 속하는 분한테서 『레드』를 그리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기리노_
그리지 말아달라는 이유는 뭔가요?



야마모토_
그분들한테는 실패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본인들로서는 그런 건 그리지 말아줬으면, 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기리노_
혁명에는 으레 실패가 따르는 법인데 말이죠.



야마모토_
그러니까요. 게다가 실패한 이야기 쪽이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기리노_
그렇죠. 야마모토 씨는 아사마 산장 사건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연합적군하고는 열 살밖에 터울이 안 지는 셈이군요.



야마모토_
그렇습니다. 연합적군의 핵심 구성원은 대개 단카이 세대였으니까요.



기리노_
저보다 조금 위네요. 게이힌[京浜] 안보공투는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잔뜩 모인 이미지였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강철 프롤레타리아트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솔직히 무서웠어요.



야마모토_
이미지만 놓고 보면 그랬겠지요. 대학을 그만두고 공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였으니까요.



기리노_
무리하면서까지 프롤레타이트가 됐던 거죠.



야마모토_
하지만 사실 아저씨니 뭐니 해도 겨우 20대 전반 아니면 중반 정도 되는 젊은이들이었어요. 개중에는 10대 소년도 있었고 말이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직 애들이었죠. 그래서 『레드』에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등장인물의 나이를 적어넣고 있습니다.



기리노_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요. 제 마음대로 아저씨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은 청년들이었군요.(웃음) 제 주변에도 친구 오빠인데 직업혁명가였던 사람이 있었어요. ‘오빠 무슨 일 하셔?’라고 물으면 ‘숏카쿠(職革)야.’라고 대답하곤 했죠.



야마모토_
숏카쿠요?



기리노_
쇼쿠교카쿠메이카[職業革命家, 직업혁명가]의 준말이이에요. 공장에 들어가 노동을 하면서 동료들을 조직(org)하거나 하는 거죠. 야마모토 씨는 실제로 연합적군 구성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거나 책이나 자료를 읽으실 때 공감하셨다거나, 아니면 갭을 느끼셨다거나 한 적이 있으신가요?



야마모토_
생각해 보면, 역시 나하고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랑 같은 세대 사람들은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쪽이 다수파였던 데다, 저 자신 역시 운동하고는 연이 없었으니까요. 정치 쪽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베트남전쟁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까닭을 이해할 만도 하죠. 저도 그때 대학생이었다면 참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솔직히, 직접 몸을 던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시대에나 젊은이들은 뭔가 소란이 일어나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을 갖게 마련이죠. 그 느낌은 저도 압니다. 전쟁이나 혁명이 일어나서 온 세상이 뒤집히면 좋을 텐데 하는 느낌 말이죠.



기리노_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특히 1970년 무렵에는 실제로 베트남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미군이 기치조지[吉祥寺] 근처까지 놀러오기도 하고, 재즈 다방에서 여자를 꼬시는 광경이 일상적이었으니까 말이죠. 지척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데다 같은 아시아 국가가 미국에 제멋대로 유린당한다는 공포가 슬금슬금 고개를 쳐들었어요. 게다가 우리가 누리는 번영이 전쟁에 가담한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부끄러움도 느꼈고 말이죠.



야마모토_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보면 역시 가장 큰 동기는 베트남전쟁이었던 것 같아요.



기리노_
당시에는 ‘미국은 베트남에서 손을 떼라!’고 적힌 팻말을 걸고 매일 통근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주오선 전철역이었는데, 그분이 혼잡한 차량에서 플랫폼으로 끌려나오는 광경을 본 적이 있죠. 정말이지, 가슴이 찡했어요. 얼마 전에 돌아가신 것 같더군요.



야마모토_
그런데 요즘은 다른 나라의 전쟁에 대해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무언가 의견을 내놓는 일이 전혀 없는 것 같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멘털리티가 변한 것 같아요.



기리노_
(그때는) 일본도 전쟁에 가담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 ‘말발 센 사람’이 살아남던 시대

야마모토_
당시의 풍조 가운데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집단 내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대단한 인물로 쳤던 것 같아요.



기리노_
확실히 입심으로 승부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입심이 이긴다고 해봤자 결국에는 남을 헐뜯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는 식이었지만요. ‘프티부르주아’니 ‘좌익모험주의’니 하는 식으로, 지어내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바꾸어 말하면 얌전한 사람이나 상냥한 사람은 지게 마련이었죠.



야마모토_
왠지 2채널 같은데요.



기리노_
조금 비슷하죠. 그런데 (그들은) 나가타 히로코[永田洋子] 씨처럼 상대와 얼굴을 마주한 채로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짜고짜 캐묻는 식이었어요. 와카마쓰 고지[若松孝二] 감독의 영화 『실록·연합적군 아사마 산장으로의 길』에도 그런 느낌이 잘 나타나 있죠.



야마모토_
그 나가타 히로코는 정말로 무섭던데요. 토요 와이드극장의 『가정부는 봤다!』 시리즈처럼 (동료들을) 엿보고 있다가, 혁명가답지 않은 처신을 하면 ‘다 봤어!’ 하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분도 보통 사람이 그만 리더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줍니다. 특별히 리더십이나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입심이 좋아서 살아남은 거죠. 그러다 보니 나가타 히로코가 싫어하는 순서로 숙청당하고 말았고요. 그중에서 우에가키 씨는 입뿐만 아니라 손도 잘 놀리는 타입이었죠. 요컨대, 목수일에 능한 우에가키 씨 없이는 베이스를 건설할 수 없었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 식으로 도움이 되는 인간은 숙청당하지 않았던 거고요.



기리노_
『레드』를 읽다보면, 야마모토 씨가 (등장인물 중에서도) 이와키[岩木]나 다니가와[谷川]에 각별히 애정을 쏟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던데요.



야마모토_
그건 당시 사람들의 책을 읽고 『레드』를 그리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입니다. 나가타 히로코가 나중에 쓴 『열여섯 개의 묘표(墓標)』에 당시 일이 가장 극명하게 그려져 있죠. 마음으로 공감하기는 어렵지는, 자료로서는 가치 있는 책입니다. 반대로 적군파의 경우에는, 리더인 모리 츠네오가 자살하는 바람에 책이 남아 있질 않아요. 결국 게이힌 안보공투 쪽은 리더의 시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릴 수 있지만, 적군파에 관한 한 외부의 시점으로밖에 그릴 수가 없는 거죠.



기리노_
『레드』는 그들이 혁명을 위해서라면 살인이나 강도 행위마저도 용납하는 식으로 점점 고조되어 가던 시점에서 시작하는데요. 사실 그 이전까지는 합법투쟁을 하던 시기도 있었고, 일반대중도 어느 정도는 학생들에게 공감을 느꼈어요. 그 이전 역사는 만화에 그리지 않으셨습니다만, 당시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그런 느낌을 알 수 있을까요?



야마모토_
실은, 그 부분을 들추면 약해집니다.(웃음) 사실은 1968년 이전의 합법투쟁부터 그리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만, 거기까지 그려버리면 한도 끝도 없거든요. 그래서 1969년부터 그리게 된 거고요. 대신에 『레드』 (단행본) 3권에는 부록 겸 그 부분을 보완하는 글을 실을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써 달라고 부탁할까 하고 생각 중입니다. 어째서 평범한 학생이 이러한 활동에 휘말리게 되었을까? 평범과 『레드』 사이의 간극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그 부분을 그리지 않은 것이 『레드』의 약점입니다.



기리노_
아니오, 절대 약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다짜고짜 1969년 이후의 상황부터 그린 덕분에 (그들이) 고립된 처지에서 동료들이 하나둘 체포된 결과 그토록 과격해졌구나 하는 섬찟한 느낌이 잘 살아난 것 같거든요. 단지 저는 그 이전 상황을 충분히 알고 읽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그러한 전제가 없는 사람이 읽을 때에는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해서요.



야마모토_
확실히 이런 운동에 빠져든 동기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을 꽤 듣습니다. 베트남전쟁이나 공해 같은 외적 상항도 포함해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고요. 그래서 등장인물이 숨을 거두기 전에 플래시백 기법으로 그런 걸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그러고 보니까 이건 『슬램덩크』 방식인데.(웃음)



기리노_
단행본 2권까지는 그래도 산뜻하달까요, 화기애애한 느낌 같은 것이 남아 있지만, 그다음에는 린치나 살인 같은 비장한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야마모토_
현단계에는 그래도 태평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중입니다만, 앞으로는 조금씩 구린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진짜배기를 그리게 된달까요.(웃음)



기리노_
사카구치 씨가 쓴 노래집을 보면 지하철 사린가스 사건에 관해 자신들보다도 터무니없는 사람들이 출현했다는 노래가 나오더군요. (노래집을 펼치고) 여기 있네요.



야마모토_
‘종교보다도 동세대보다도 우리보다도 과격한 자들이 출현했다니 놀랍구나!’ 옴진리교도 결국엔 사티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점점 악행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장소나 시대와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일어나죠.



기리노_
물론 무차별 테러도 무서운 일이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동료들끼리 서로를 숙청한 (그들) 쪽이 훨씬 충격적이었어요.



야마모토_
무서운 일이죠. 평범한 학생들, 처음에는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변해버렸다니, 좋다 나쁘다를 떠나 인간으로서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 독자들이 움직여주기를 기대한다

기리노_
『레드』의 등장인물들은 숨을 거두는 순서에 따라 번호가 붙어 있던데요. 야마모토 씨 아이디어인가요?



야마모토_
그렇습니다. 사람이 수없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뭔가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잡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거든요.



기리노_
이건 만화에서만 쓸 수 있는 좋은 수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야마모토_
실은 커트 보네거트의 『갈라파고스』에 보면 곧 죽을 사람한테는 참고 표시(※)가 붙어 있어요. 아예 원 출처를 밝히자면, 마쓰오 스즈키[松尾スズキ] 씨가 쓴 『카운트다운』이라는 희곡을 보면 야쿠자가 죽는 순서를 상징하는 번호를 몸에 새기고 있죠.



기리노_
그거 재미있네요.



야마모토_
『카운트다운』에서는 『레드』와 반대로 5, 4, 3, 2, 1로 나가죠.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기리노_
확실히 죽는 순서가 결정되어 있다고 하면, 그 자체로 힘이 생겨나겠군요.



야마모토_
그렇죠. 일일이 설명을 다느니 번호를 붙이는 쪽이 알기도 쉽고, 잔혹한 느낌도 나거든요. 결말을 다 알리는 셈이지만, 그렇게 하는 편이 재미 편에서는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싶어요.



기리노_
그것 말고도 뭔가 ‘이건 한번 해보고 싶다’ 하시는 게 있나요?



야마모토_
말장난을 해보고 싶달까요.



기리노_
일상 대화에서 말씀인가요?



야마모토_
예. “전투 배치다.(グンバツだよ)” 하는 식으로요. 젊은이들은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지금하고는 다른 말을 왕창 써보고 싶어요. 첫 번째 연재 원고에 나왔던 “해냈어, 베이비!(やったぜ, ベ-ビ-!)”는 기필코 써먹고 싶었습니다.(웃음) 나중에 써먹고 싶었는데 못 쓴 게 있다면, 별명이에요. 그 시절에는 앞머리가 얼굴을 반쯤 뒤덮은 머리 모양을 한 사람을 가리켜서……



기리노_
아, 맞아요. 기타로[鬼太郞]라고 불렀죠.



야마모토_
살짝 키가 작은 사람은……



기리노_
치비타[チビ太]였죠.(웃음)



야마모토_
전국에 수많은 치비타와 기타로가 있었을 거예요. 특히 운동권 중에 기타로가 많았을걸요.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쓰지 못했습니다.



기리노_
어떤 사정 말씀인가요?



야마모토_
껄끄러운 문제가 몇 가지 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독자들이 움직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독자의 예비지식이나 교양을 전제로 반응을 기다리는 짓은 꼼수라고 해야겠지만요.



기리노_
하지만 오히려 읽으면서 풀어가고 싶어하는 마음, 그러니까 지적호기심을 북돋기 때문에 더 인기를 끄는 건 아닐까요?



야마모토_
척척 풀어나가 주기를 바랍니다.(웃음)



기리노_
앞서 야마모토 씨는 에로만화가 본업이라고 하셨는데요.『레드』가 끝나면 다시 본업으로 복귀하실 건가요?



야마모토_
뭐, 요즘처럼 작업량이 많을 때도 같이 그리고 있습니다. 제게 『레드』라는 작품은, 라면집 주인이 뜬금없이 케이크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일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라서 말이죠.(웃음)



기리노_
본업으로 말하자면 역시 에로 만화 쪽이 좋다는 말씀이시군요.



야마모토_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직업 적성으로 따져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기리노_
무슨 뜻인가요?



야마모토_
야한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즐겁거든요.(웃음)



기리노_
『레드』를 그리시는 바람에 이제껏 모은 팬들이 곤혹스러워하지는 않던가요?



야마모토_
음…… 그래도 쭉 읽어주신 분들은 ‘역시 그쪽으로 가버렸군’ 하는 느낌으로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요. 『빌리버스』라는 만화에서는 옴진리교하고 연합적군을 뒤섞은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고, 그쪽에 흥미가 있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했으니까요.
기리노 씨 앞이라서 드리는 말씀인데, 픽션보다는 논픽션 쪽으로 차츰 손이 가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일기나 수필, 과학 책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기리노_
요즘은 저도 그렇던데요. 재미있는 픽션이 있으면 읽고 싶긴 하지만, 역시 논픽션 쪽이 재미있어요.



야마모토_
직접 쓰시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말씀인가요.(웃음) 전 원래부터 소설을 좋아했기 때문에 우치다 햣켄[內田百閒]의 『중산모자』를 각색해서 『잠자는 공주』라는 만화를 그린 적도 있습니다. 쓰쓰이 야스타카, 오에 겐자부로, 아베 고보 등의 작품도 즐겨 읽었고요. 그런 독서 체험이 스토리텔링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 아사마 산장에는 수수께끼가 없다

기리노_
저는 전공투 세대의 후일담에도 관심이 가더군요. 제가 《주간 분슌》에 연재하고 있는 『폴리티콘』이라는 소설에는 근본주의 농업 쪽으로 방향을 튼 전공투 세대의 달변가 남성이 나오는데,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이죠. 쓰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면, 역시 근본주의자는 서툴다는 거예요.



야마모토_
근본주의자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석이 있어요.



기리노_
하지만 어떤 운동이든 과격해지고 나면 근본주의가 되는 걸 피할 수 없지요.



야마모토_
그게 가장 강력한 힘이니까요. 물러서는 사람보다는 ‘으쌰으쌰’ 하는 쪽이 집단 내에서 이기는 식이다 보니.



기리노_
확실히 그래요. 작은 집단일수록 더 그렇게 되죠. 그 부분을 앞으로 야마모토 씨께서 그려주신다니 무척 기대됩니다.



야마모토_
시작할 무렵에는 이탈자가 나와도 ‘도망쳐도 상관없잖아’ 하는 느낌이지만, 차츰 과격해지다 보면 그들을 용납하지 않게 되죠.



기리노_
성적인 부분도 배제하게 되고요.



야마모토_
긴장이 증폭되다 보면 욕구가 사그라지는 것 같더군요.



기리노_
식욕도 떨어질까요?



야마모토_
꽤나 변변찮은 식사였으니까요. 게릴라식 식사 아니면 전투식량을 먹는 기분으로 영양분을 꾸역꾸역 섭취하는 거나 다름없었죠. 돼지기름을 한가득 사다놓고 이것저것 섞어서 볶은 다음, 간장을 뿌려서 우적우적 씹어먹었으니까요.(웃음)



기리노_
맛은 없겠는데요.(웃음)



야마모토_
맛은 없어도 산속이다 보니 따뜻하면 그만 아니었을까요. 무엇보다 지방 섭취가 관건이었으니까 말이죠.



기리노_
그런 소소한 부분(디테일)도 꽤 재미있어요.



야마모토_
뭘 어떻게 먹었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안 씻고 지냈을까, 등등. 그런 일상적인 소소한 것들을 조금씩 그려가고 싶습니다.



기리노_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용품을 어떻게 구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야마모토_
그러니까요. 얼마 전에 들은 얘기인데, 담배는 거의 사치품이었다더군요. 당시에는 지금보다 흡연률도 높았으니까요. 어떻게 해서라도 피우고 싶어지면 담배 구입부대가 산기슭의 마을로 내려와서 담배를 사갔대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담배가 다 떨어지면 무척 가슴 아팠을 것 같습니다.(웃음)



기리노_
여성들도 꽤 많이 피웠죠. 흡연 자체가 체제에 대한 저항을 의미했으니까요.



야마모토_
게다가 지적으로 보인다거나, 인텔리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도 있었어요. 『레드』에서도 가능한 한 흡연 장면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담배 피우는 모습은 그림으로서도 꽤 괜찮으니까요.



기리노_
소설에서도 ‘담뱃재를 떨었다’거나 ‘담배에 불을 붙였다’거나 하는 표현이 종종 나와요. 등장인물한테 어떤 분위기를 부여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폴리티콘』에서도 자주 쓰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레드』를 보면 제목 근처에 부제 비슷하게 ‘1969~1972’라고 적혀 있던데요. 1972년이라면 아사마 산장 사건이 일어난 해 아닌가요?



야마모토_
그렇죠. 1972년 2월 19일부터 2월 28일입니다.



기리노_
생각해 보면 아사마 산장 사건 때문에 이런저런 기괴한 비극이 일어났어요. 술집 주인이 저격당했다거나.



야마모토_
그랬죠. 분연히 달려오더니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면서 산장 가까이 갔다가 후두부에 총을 맞은 사람이 있었어요.



기리노_
연합적군은 사격 연습도 했나 보군요?



야마모토_
그랬죠. 산악 아지트는 사격훈련을 하려고 지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경찰관 둘을 살해하기도 했으니까요.



기리노_
나중에는 구성원의 어머니들이 산장 바깥에서 자식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죠.



야마모토_
이미 숙청당해서 죽은 사람의 모친이 필사적으로 소리치기도 했어요. 그때는 아직 동료를 살해한 일이 발각되기 전이었으니까요.



기리노_
아, 그렇군요. 하지만 경찰은 이미 다 파악한 상태였다는 설도 있던데요.



야마모토_
아니오, 당시 기사나 자료를 찾아보면 아사마 산장이 함락되고 연합적군이 체포당한 후에 자백을 통해서 비로소 사체의 존재가 드러났다고 되어 있어요. 다만 스파이설이나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경찰은 내부에서 벌어진 살해사건을 이미 파악했는데도 보도규제를 요청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 제 입장에서야 물론 흥미진진한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기리노_
그 이야기는 꽤 자주 읽었어요. 특히나 단카이세대는 음모론을 좋아하니까요.(웃음)



야마모토_
저는 아사마 산장에 관한 한 수수께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 자체가 가장 큰 수수께끼이고, 일어난 일은 거의 다 밝혀졌으니까요.



기리노_
수수께끼는 없다, 이 말씀이죠?



야마모토_
없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2008년 8월 6일)



번역: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http://cafe.naver.com/mscbook) , 장성주
 

 

 

저도 적군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만화를 어서 빨리 읽어봐야겠네욘...

 

에로 만화라.. 에로한 걸 보기 위해 이 사람 만화를 본다는 건 참 이해가 안 간다. 이 사람은 에로한 척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랑도 없고. 제대로 된(?) 섹스도 아니고. 아닌가 그건 내가 노말해서< 그럴지도;

 

전혀 에로하지 않을 레드를 꼭 읽어보고 싶다. 아 할 말이 팡팡 너무 많았는데 밥먹고 왔더니 다 까먹었어'ㅁ' 야마모토 나오키 쵝오~@!!! 덧붙여 와카마츠 코지 영화는 왜 dvd가 없는 거야!!!! dvd가 없으니까 최고의 영화나눔의 장에서도 없쟈나 다음에 영화제 있으면 반드시 어디든 달려가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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