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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0/12
    지나 아미니: 그녀의 진짜 이름을 불러줘 / 마흐사 아미니
    뎡야핑

지나 아미니: 그녀의 진짜 이름을 불러줘 / 마흐사 아미니

이란 도덕경찰에 살해당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쿠르드인이다.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커져 가고 있다.

이란 시위에 대한 영상을 만들 때까지도 이름에 대해서 궁금하긴 했는데 찾아볼 시간이 없었다. 쿠르드 쪽 단체들을 보면 풀네임으로 "지나 마흐사 아미니" 혹은 "지나 아미니"라고 말하는데, 이란 시위 일반에서는 '마흐사 아미니'라고 호명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대충 지나가 쿠르드 이름일 거라고 추측했는데, 다음 글을 보고 알게 됐다. 이란에서 쿠르드 이름이 금지된다는 걸.

Give Her Back Her Kurdish Name: Jina Amini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중동 지역은 모두 아랍인의 국가가 아니다. 각국에 다양한 민족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중동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는 이란과 투르키예(구 터키)는 각각 페르시아, 튀르크라는 전혀 다른 역사와 말, 문화를 가지고 있다. 쿠르드 역시 고유한 말과 문화를 갖고 있다.

영국/프랑스라는 두 제국주의 세력은 20세기 초 중동/아프리카를 강점한 뒤 여러 민족들에 같은 땅위에 국가를 세우게 해 주겠다는 상충하는 약속을 남발했고, 이후 점령지에서 철회하며 무책임하게 자의적으로 선을 그어 국가들이 들어서게 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땅 위에 이스라엘이 들어섰고, 쿠르드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로 쪼개져 지금까지 각국에서 소수민족으로 극심한 탄압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 탄압 정책의 일환으로 이란 정부는 쿠르드 이름도 금지하기 때문에, 출생신고 때 쿠르드인들은 페르시아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록된 "공식 이름"은 "마흐사 아미니"지만 가족들이 부르는 진짜 이름은 "지나 아미니"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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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여성이고, 또 쿠르드인이기 때문에 도덕경찰이 더 가혹하게 대했을 거라는 심증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영상에서도 말했듯이 이란 정치범의 50%는 쿠르드인이다. 인구의 10%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는 미국 BLM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이란 정부의 시위대 진압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가장 폭압적이고, 이라크 쪽 쿠르드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자국내 쿠르드 정당에 대한 탄압도 심화하고 있다.

시위대 전체에서 쿠르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문제제기하는지 지금까지 봐선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시위 1달째에 근접한 지금 이것이 각각의 이슈를 넘어서서 전국민적인 이슈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석유 산업 중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시위에 동참하며 파업을 선언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석유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세히 분석한 이 트위터 타래에 따르면 핵개발을 구실로 한 미국의 혹독한 이란 경제제재 이후 이란의 석유 수입은 당연히 줄어들어 그에 대한 국가의 의존도는 약화됐고, 자연스레 노동자의 힘도 약화시켰다. 물론 석유 산업 노동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암튼 이란 역사에서 체제 전복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조직된 노동 운동이 이번 국면에서 이슬람 신정 체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더해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 논리에 도전할 거라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 트윗 타래 쓴 분이 석유 노동자 투쟁에 대해 이전에 쓴 글들도 하나씩 읽어봐야지. (타래 참조)

이란 정부는 온건파/강경파 막론하고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투쟁의 엄호자 같은 게 아니다. 이란, 러시아, 중국 같은 국가들은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투쟁의 구심점이긴커녕 타도의 대상이다. 인도의 많은 좌파들이 미국만이 주도하는 일극 체제에서 여러 제국주의가 경합하는 다극 체제로 가는 게 그래도 낫다..라며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한다는 걸 최근에 봤는데 깡패가 한 국가인지, 그에 맞서는 다른 깡패가 더 있든지 더 낫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을까? 바뀌어가는 세계정치,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당연히 고민거리지만 그리고 최대한 투쟁에 유리하게 환경을 이용해야 하지만, 그게 나의 투쟁을 위해 다른 이들의 투쟁을 폄훼하고 망가뜨리는 방식일 수는 없다. 남의 삶을 망가뜨리는 거 진짜.. 무슨 말이 더 필요함?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

지나 아미니의 이름 '지나'는 쿠르드어로 '삶'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성, 삶, 자유"라는 이번 시위대의 구호는 쿠르드 투쟁에서 시작된 구호라고 한다.

+ 이란 학생들의 시위

노동자 투쟁에 앞서 현재 투쟁의 중심축인 이란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들도 용맹히 싸우고 있다. 학교에서 막 이란군(혁명수비대)에서 교육?하러 온 사람 쫓아내고 히잡 벗고 거리를 다니며 쫓아오는 경찰 피해서 도망가고, 시위 참여하고.

그런 와중에 학교 당국은 시위 중 체포된 학생들 책임 안 질 거라는 무책임한 소리나 내뱉고 있지만, 학생들 넘 멋있다. 특히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한테 빠큐 날리는 이 사진 보고 감동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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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원출처를 찾을 수 없어서 아쉽. 10월 4일에 찍은 사진 같음. 이렇게 빠큐 날리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닌갑다 검색해 보니까 작년 사진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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