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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2/05
    어렵다...
    ninita
  2. 2005/12/05
    파크라이프 / 요시다 슈이치
    ninita
  3. 2005/11/30
    영영이별 영이별 / 김별아
    ninita
  4. 2005/11/29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 테리 길리엄(4)
    ninita
  5. 2005/11/23
    컬렉션.(6)
    ninita
  6. 2005/11/22
    방생.(5)
    ninita
  7. 2005/11/22
    금산사.(1)
    ninita
  8. 2005/11/22
    거북이 똥꼬와의 즐거운 한때(5)
    ninita
  9. 2005/11/16
    완성.(5)
    ninita
  10. 2005/11/15
    증정용 우유(3)
    ninita

어렵다...

"죽은 사람의 육체를 보고 비탄에 잠기기는 쉽다.

하지만 그를 죽게 만든 세상의 법칙에 대해 거듭 물어 보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 대한 김영진의 평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

 

존 그리어슨 曰,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다듬는 망치이며,

기록영화는 현실을 창조적으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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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라이프 / 요시다 슈이치

'히비야 교차로 땅 밑으로는 세 개의 도로가 달리고 있다.'

 

첫문장은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이 문장은, 히비야에 대한 반가움과(작년 가을 동경에 민주노총 원정투쟁단을 따라갔을 때, 매일 아침 지나간 곳이 히비야 역이며 공원이었다.) 고풍스런 움직임이 우아해 보이던 까페 뤼미에르의 전철을 상기시켰고, 결국 내내 '까페 뤼미에르'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예를 들어서 말이야, 미즈호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잖아, 그러면 뭐랄까, 내가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늘상 서로 붙어 있으면 집사람이 숨 막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난 침실로 들어와서 책을 읽는다고. 그러다 미즈호가 침실로 들어오면 너무 밝아 잠을 못 잘 거 같아서 다시 거실로 나가고.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고 있는 거지. p.41

 

전화를 걸 때 20:34였던 비디오의 시계는 수화기를 내려놓을 땐 20:43이었다. 1분만 더하면 딱 10분이 됐겠지만, 그 1분 안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리도 없는데 그 1분으로 뭔가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p.77

 

공원에서 보내는 시간에는 관찰과 전시가 공존한다. 빈틈으로 가득한 삶이 또 그러하여 공원은 세계로 확장되고, 나는 너를 얘기하지만 너는 나를 얘기하지 않고 그를 얘기하거나... 그렇게 만났다가도 비껴가고 돌아와 찾기도 하고 문득 떠난 길위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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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이별 영이별 / 김별아

단종의 비, 정순왕후. 열다섯에 시집와 열여덟에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여든둘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예순다섯해에 이르는 지워진 삶은 작가에게, 물음표 그득한 깊은 우물이었나 보다. 작가는 정순왕후의 입으로, 그녀의 마지막 순간으로부터 그녀가 낱낱이 지켜보았을 권력다툼의 이야기와 그 안의 인물들을 묘파해 간다. 다시 죽음의 순간, 단종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을 고백할 때까지, 삶은 사랑이고 사랑은 삶이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고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는 법구경의 가르침은 허허로울 따름이다.




"중이었고, 뒷방 늙은이였고, 날품팔이꾼이었고, 걸인이기까지" 했던 정순왕후에 대해, 그녀가 단종과 '영영이별 영이별'을 했던 영도교에 서서, 이 소설로 그녀의 혼을 위로하고자 했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 기록된 역사는 '사랑을 잃고 힘을 얻기에 실패한' 여인들의 삶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귀신'으로 지질하고 서러운 생애를 배겨낸 그녀들에게도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는 존재한다. p.5

 

또한 그녀의 시선으로 되살아나는 여성들은, 어느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연민의 대상이다.

 

- 세상에는 어찌하여 이토록 슬픈 여자들이 많은 것인지, 여자들의 슬픔이 넘치는 세상이 과연 정의롭고 평화로울 수 있는지 어리석고 둔한 저조차도 의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선이라는 남자들의 나라에서 태어나 초라하고 값없는 목숨으로 살아가는 이들,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새로이 생겨나는 것들 전부가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영원한 그림자로 살아야 하는 여자들. 그들은 얼마나 더 구차하고 힘겨워야 하는지요? p.55

 

어릿하니 아프다. 정순왕후가 머물었다는 정업원이나 단종을 그리며 올랐다는 동망봉에 발을 한 번 디뎠으면 싶다.

 

- 살아가는 일이 온통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도, 죄를 짓고 벌을 받는 일도, 살아서 누리고 죽으며 놓고 가는 일도, 한번 빠져들면 쉽게 나올 길을 찾지 못하는 거대한 미궁에 갇힌 것만 같습니다. 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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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 테리 길리엄

이동진의 20자평이 딱이다.

"매력적인 모티브. 매력 적은 비주얼. 매력 없는 캐릭터"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건, '타이틀'이었다.

타이틀 시퀀스도 아니고, 그냥 타이틀만.

그림자극의 배경 같은 짙푸른 숲을 헤치고 들어가,

그 끝에 만나는 아름다운 타이포.

 

사랑해 마지않는 길리엄의 그 만화 같은 앵글도 거의 없었고..

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하며 힘없이 흩어진 이야기..

성배 시리즈에서의 날선 유머와 해학도,

바론에서처럼 모자란 듯하지만 풍부한 비주얼도,

브라질에서의 묘하게 웃긴 디스토피아적인 비전도,

뭐야 아무 것도 없잖아.

 

그래도, 반가웠어요. 조나단 프라이스. 여전하군요.

짧게 나오다 만 진저브레드맨에게 애도를.



힘을 내요, 미스터 길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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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엄마 꺼. 올 때마다 하나씩 늘어나 있다. 엄마의 유일한 사치.



 


 

 

 

흠. 아빠가 만든 돼지. 멀리서 보니 토끼 같아서 저거 토끼 아니냐고 했다가 아빠가 삐졌다. 만들 땐 칭찬받았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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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

아빠가 수어댐에 방생하러 가자고 해서 또 아무 생각없이 따라나섰다. 광영 시장에서 뱀장어 여섯 마리를 사다가..(원래는 1kg만 사려 했는데, 고무 다라에 뱀장어가 여섯 마리 밖에 없었고, 누구는 데려가고 누구는 남기면 안 되는 법이라고 그냥 다 샀다.) 수어댐 근처에 도착해서 저수지 물가로 내려갔다. (수어댐은 어치계곡 근처에 있는데, 물빛이 참 맑고 이뻤다.)

 

삼배를 하고 엄마아빠가 반야심경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여섯 마리를 물에다 풀었다. 풀어주면서 소원 빌라고 했는데, 바위에서 안 미끄러지려고 거기다 신경쓰다가 소원 비는 건 잊어버렸다.

 

계속 나가려고 머리를 들이밀던 녀석은, 미끈한 몸을 쭉 뻗더니 순식간에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세 놈은 바위 아래 숨고, 두 놈은 풀어준 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걱정을 하고 있으려니 아빠는 물이 차가워서 몸 풀고 있는 거라고 했다. 곧 있으면 제 갈 길 갈 거라고.

 

돌아오는 길엔 화개장터에 들렀다. 오랜만이지만 여전한 풍경. 털게 구경하고 부모님 단골 녹차집에서 녹차를 얻어마시고 국화차랑 홍시를 조금 얻어나왔다. 사람 좋게 생긴 주인 아저씨는 산속에 나는 풀은 다 차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나더러 고등학생이냐고 했다. ㅎ) 국화차는 내다 팔기에는 아직 이르고, 좀더 다듬어야 한다고 했는데, 뭘 다듬는 건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잎녹차를 서너 번 우려마시고, 거기다 국화잎 두어 개를 같이 우려내면 국화향이 은은하니 좋단다. 최참판댁 앞도로를 지나서 집으로 왔다. 쉬는 동안 토지를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나이 드니 전라도에 조금씩 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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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

명부전에 들어서면,

 


부리부리한 사내가 주먹을 꼭 쥐고 노려보고 있다.

 

나 : 쟨 뭐 하는 거야?

엄마 : 죄짓고 오는 사람들한테 '우이씨' 하는 거야.



 

바라다 본 하늘은 참 예뻤고..

 

 

사리탑 앞에 타고 있는 양초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애달펐으며,

 


 

제 지낸 물건들을 태운다는 소각터는 대숲 앞에 있어 신산스러움이 더했다.

 

p.s

금산사에는 아주 커다란 금불상이 있다. (대장전도 아니고 미륵전도 아니고 어딘지 기억은 안 난다.) 공양미 시주하고 삼배를 한 후 나가려는데 거기 일하시는 분이 '보살님'하고 엄마를 부르더니 '지하로 들어가 보세요.'하고 작은 나무문을 하나 열어주었다. 낮은 계단을 세 계단쯤 내려서더니 엄마는 쪼그리고 앉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손 넣어서 만져봐. 부처님 서 계신 연화대라는 건데, 인도에서 보면 사람들이 불상 앞에 엎드려서 이마 대고 기도하잖아. 너도 이마 대 봐.' 그런다. 엉겁결에 연화대 끄트머리에 이마를 댔더니만, 엄마는 연화대와 내 머리를 함께 쓰다듬으며, '부처님.. 우리 혜리 안 아프게 해 주세요.. 건강하게 해 주세요..' 연신 되뇌였다.

 

어딘지도 모르고 뭔지도 모르고 그냥 엄마 따라서 들르는 곳마다 천원씩 시주하고 삼배를 했다. 나는 그저 신기하고 재밌어서 한 거지만, 엄마는 빌고 또 빌었다. '부처님 바쁘겠다' 하고 새초롬만 떨지 말고 나도 뭔가 좀 빌어볼 걸 그랬다. 우주평화 같은 거. 그냥 다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안 미안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영광 법성포.

조그만 포구 안쪽에 외롭게 버려져 있던 낡은 농구대.

배터진 조기를 연신 매달아 대고 있던 총각이 종종 농구를 하는 걸까.

 

이쁘게 생긴 조기는 다 안에 있구요,

이건 배터지거나 망가진 거라서 말려서 나중에 고추장 굴비 할 거예요..

 

별로 농구할 것 같지 않은 총각의 굴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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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똥꼬와의 즐거운 한때

 

정면사진(위)

측면사진(아래)

 

 




 

이렇게 점잖으신 분이었다.

 

그의 똥꼬와 나.

 

 

왜 남으 똥꼬 가지고 장난질이냐, 던 엄마는..

사진 찍어달라고 했더니, 손가락! 하고 지시를 내렸다. ㅡㅡ

 

김제 금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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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출력본에 삑사리가 보이는데, 새벽부터 프리미어는 수시로 오류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결정적으로 공테이프가 없다. 그냥 배째란 신의 계시가 이런 거라고 생각하며 작업 종료.

여러가지 한계와 어려움이 있었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함...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음...

 

1년이면 자살하는 산재노동자가 40명이 넘는단다.

절망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은 투쟁한다.

하이텍노동자들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이 소중하고 그들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어설픈 관찰자의 것이라 해도? 아직은 '그렇다'는 게 내 대답이다.


 

우리 앞에 놓인 길 - 집단산재승인 쟁취를 위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의 투쟁



음. 막판에 출력본 꼼꼼 못 살펴본 결과, 중간에 사고가 났는데.. 괴.로.웠.다

암튼, 아는 사람들이 한 20명 가량 되었는데,

다들 무슨 생각으로 왔고 무슨 생각을 하며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고마웠다.

사람들의 평가를 좀 들을 수 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든다.

 

저만치 뒷자리에 앉아서 빙그레 미소 짓던 지회장님하며,

갑작스레 무대로 불려나와 시종 내 쪽을 흘기던 부지회장님하며..

이번 주 안으로 농성장을 여의도로 옮긴다 하는데,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투쟁 앞에서 많이 지쳤을 그분들에게,

아주 작은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 그리고.... 출구에서 아주 반갑게도 도마츠상을 만났다!!!!!

(동경원정투쟁 본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눈물 흘리던 일본인 활동가를 기억할까.

 그가 도마츠상이다. 노동운동 경력 30년이 넘는.. 여전히 건강한 활동가인..)

아펙 투쟁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노동영화제까지 왔다는 얘기.

내 작품 봤다고 하신다. 뭐랄까. 감동적이었다. 고맙고..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웃음이, 누군가에게는 분노가 필요하다.

설익은 나와 내 작업들이, 조금씩 커나가면서.. 그런.. 어떤 감정들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아직은 하고 싶은 얘기도 제대로 전달 못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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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용 우유

벨소리에 나가보니 중년의 아저씨가 우유 하나를 내민다.

하나에 500원이고 12월부터 하나씩 넣어드린다, 그런 얘기..

아니, 저, 별로..

2시에 겨우 일어나서 처음 입을 떼려니 (그러고 보니 물도 안 마셨다)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야구르트도 안 좋아하시고?

예, 별로..

아, 예 - .

방금 잠에서 깬 듯 여전히 멍하니 미안한 표정만 짓고 있는데

이내 문이 스르르 닫힌다.

 

닫힌 문 밖으로, 분주하게 3층으로 올라가는 아저씨의 발소리.

손에 들린 우유를 본다. 증정용 표시가 선명한.

 

남겨진 공기가 무척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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