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63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23
    어제 오후, 집 근처.(9)
    ninita
  2. 2005/10/23
    까페 뤼미에르 / 허우 샤오시엔
    ninita
  3. 2005/10/22
    웬즈데이 / 에단 호크(4)
    ninita
  4. 2005/10/15
    내팽개치다
    ninita
  5. 2005/10/14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1)
    ninita
  6. 2005/10/13
    그림에 부치는 시_환기미술관..(4)
    ninita
  7. 2005/10/11
    울렁.(4)
    ninita
  8. 2005/10/03
    랜드 오브 플렌티 / 빔 벤더스(6)
    ninita
  9. 2005/10/03
    뭔가,(1)
    ninita
  10. 2005/10/02
    사랑니 / 정지우(4)
    ninita

어제 오후, 집 근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까페 뤼미에르 / 허우 샤오시엔

 

고혹적인 포스터에 넘어가지 말 것. 그러나 타는 듯한 여름날, 하얗게 빛바랜 그 곳에서,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었던 공허가 마음에 들었다면...... 지루하고 나른해도 음미할 수는 있지. 차라리 내러티브가 이보다 더 없었다면 꽤 좋았을지도.

 

珈琲時光. '마음을 안정시키고 재정비해서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기 위한 평온한 한 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웬즈데이 / 에단 호크

1.

여러가지 일로 머릿 속이 바쁘긴 하지만, 요즘 내 일상은 적당히 괜찮다. 한 번씩 고음으로 웅웅 거리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제외한다면. 이 소리는 환청이 아니다. 문제는 환각을 불러온다는 거다. 새벽녘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다. 가위 눌리기 직전의 상태. 일어나서 불을 켜야 해. 견딜 수 없어, 견딜 수 없어, 그러다 몇 초가 지나면 잠들기도 하고, 아예 잠이 달아나서 일어나 앉아야 하기도 한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괜찮다.

 

2.

웬즈데이는 가벼운 소설이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사랑을 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사랑을 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 그건 무척 혼란스럽고 쉽지 않지만 결국은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그런 흔한 얘기를 하건만... 다 읽고 나니 슥, 미소가 지어진다.

 

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유일하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풍 가듯 유쾌하고 가볍진 않으리라." p.248

 

4.

지미와 크리스티는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에단 호크는 우마 서먼과 이혼했고, 두 아이가 있다. 지미가 아홉 살에 쏘았던 붉은 꼬리 매는 전선을 움켜쥔 채 거꾸로 매달려 죽음을 맞이했다. 지미와 크리스티는 거꾸로 매달려 있지만 살아있었고, 그건 행복이자 불행일 수 있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내팽개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는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그림에 부치는 시_환기미술관..

1.

환기미술관에 다녀왔다. 김환기, 김향안 부부의 작품과 글을 한데 모아 엮은 책 출간에 맞추어 '그림에 부치는 시'라는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김향안은 구본웅의 이복동생으로 이상과의 사별 후에 김환기와 재혼한 여인이다. 그 자신도 화가이며 문필가라는. 친구가 읽으라며 일러준 신문기사에서, 나는 그들의 그림보다도 문장에 관심이 갔더랬다. 어찌 되었건 '반생을 강아지처럼' 살았던 화가 부부의 문장. 하여, 갤러리에 말끔하게 박힌 문자들을 보러 갔다. '넌 어째 그림이 아니라 글을 보러 온 것 같다?'던 말은 정작 내게 했던 말이었고, 그 친구라면 단박에 알아들었을 터.



 

2.

환기미술관은 종로구 부암동이라는, 청와대 뒷편으로 올라가야 닿는, 퍽 높은 동네에 있었고. 그런 동네가 그러하듯, 잘 사는 이들과 못 사는 이들이 뒤섞여 있는 듯했다. 서울이라 느껴지지 않는 고즈넉함. 환기미술관을 찾아들어가는 골목길은 적막하고 차가워 좋았다. 하얀 직사각 명판에 Musee Whanki라 쓰여진 입구를 지나쳐 계단을 조금 오르면, 미술관이 보인다. 이제 그 안과 밖을 훑어보고 있으니, 건축을 모르는 내 눈에도, 공간구성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2층이 그저 뻥 뚫린 채 계단과 복도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그 난간을 짚고 서서 1층 전시물을 내려다 보면, 전시물을 전시하는 데에도 디자인이 숨어 있구나 싶어 앗, 한다.

 

3.

3층 전시실을 오르는 계단 맞은편에는 직사각의 커다란 유리창이 있고, 5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태양빛이 그리로 붉게 스며들고 있었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를 때마다 얼굴을 물들이는 그 빛에 환하게 웃었다. 때맞춰 잘 왔구나. 그 가운데 놓여진 단아한 나무의자에 등을 맞대고 앉아 있으면 이 편으로는 환기의 그림이, 저 편으로는 향안의 그림이 수다스럽다.

 

 

4.

김환기는 현대문학의 겉표지를 비롯해 많은 책의 표지그림과 속지그림을 그렸다. 딴에는 고민고민해서 그려내는 그림들인데, 편집으로 넘어가면 싸인을 해 두어도 위아래가 바뀌는 경우가 있더라는, 하지만 어찌 타박하겠냐는 글을 보며 그에게 정을 준다. 그림 몇 장 보냈으니 표지할 거 빼고는 내다팔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 주라는 하소체 어투에도 그만 마음을 뺏기고 만다. 그림만 그릴 줄 알았지 도통 삶에는 여우 같지 못 했던 그에게는, 그와 마찬가지로 예민한 감성을 지녔으되 강단 있는 여인이 평생을 함께 했다. 사실 김향안의 그림은 전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작품 아래 붙어있는 짧은 문장들 속에 비쳐지는 그녀의 자신감이 맘에 들었다. 환기와 환기의 예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애틋하게 추억하면서도, 자신만의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간 그녀가 아름다웠던 거지...

 

 

5.

환기의 책, 향안의 책, 이렇게 두 권의 수필집이 출간된 모양인데 한 권에 18000원이던가. 책의 두께만큼 입벌리고 섰다가 빈손으로 나왔다. 환기미술관에서 큰길로 나와 문득 아랫길을 조금 밟았더니 오래된 옛문이 하나 있다. 창의문(자하문)이란다. 그 아래로 난 작은 길과 길섶의 벤치는 한숨 돌리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아직은 빛의 온기가 남아있을 시간이라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모두에게 숨 돌릴 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울렁.

요즘 자주 머리가 울렁거린다. 멀미처럼.

 

 

그리하여, 가을이다.

그 빛의 범위 속에, 나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랜드 오브 플렌티 / 빔 벤더스

 



the land of plenty by leonard cohen

 

역치의 문제인가? 소녀는 지나치게 선했고, 갈등은 오랜 지속에 비해 맥없이 풀려버렸다.

그래도 레오나드 코헨의 음악은 훌륭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뭔가,

쿠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엌에서 프라이팬이라든가, 찻주전자 같은 게 떨어졌겠거니 한다.

 

쿠당탕 하는 기척을 그렇게 무심히 흘려버려도 되는 건 아니다.

 

제자리를 찾아주고 매무새를 잡아주고,

무심하지 않은 사람이고 싶지만,

 

세 겹의 꿈을 꾸어도 무심한 게 나인 모양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랑니 / 정지우

 

 

"그러니 어여쁜 흉터를 지닌 그대여, 편히 잠들라.

다만 당신이 잠든 사이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사실만 기억하라." (씨네21, 김혜리)

 

일요일 아침, 사랑 영화를 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