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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약식명령

 

작년 12월 31일 서울중앙지법 약식명령이란 것을 받았다.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내란다. 세상에! 100만원이 어딨어? 하는 마음에 다급히 읽어보니

작년 8월 3일 청와대앞 파병반대 기자회견, 8월 15일 파병반대 국민대회에서 내가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제 801중대 경찰관들을 밀어붙이며 몸싸움을 벌였고, 같은 기동단 소속 제 1,2,5,6 중대소속 경찰관들과 경찰버스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안그래도 전용철 홍덕표 농민열사 장례식으로 마음도 꿀꿀한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웬 날벼락?

찬찬히 생각해보니 8월 3일은 새벽부터 서울 공항 앞에서 자이툰 부대 파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나서 바로 청와대 앞으로 달려와 기자회견 명목으로 수백명이 집회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난 사회를 보고 있어서 물리력을 행사할 형편도 아니었거니와, 그날 분노와 배신감으로 치를 떨지 않았던 사람 누가 있었나? 한상렬 목사님은 '노무현이 나와라'면서 단신으로 경찰들에게 들이대다 그 자리에 쓰러지기도 했다. 참, 그날 경찰은 집회를 막는다면서 어느 여성의 몸을 더듬고 꼬집고 하는 성폭력을 저지르기까지 했고 항의하는 학생들을 피해 슬금슬금 도망갔다.

 

8월 15일에는 파병반대 국민대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 매년 하는 815대회가 좀 바뀌어 파병반대 대회로 잡혔고, 집회 자체도 통일연대에서 주도했다. 그래서 난 별다른 역할도 없고 해서 집회대열 앞쪽 그러니까 우체국쪽 인도에서 학생들과 경찰들이 충돌할 때 경찰들이 심하게 하길래 그거 좀 뭐라고 한 정도였다. 그날도 경찰들은 물대포를 쏘고 방패와 곤봉으로 밀어붙였다.

 

약식명령서에는 나 이외에도 무려 열여섯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돈없고 힘없는 노동자, 학생들이다. 저들 경찰은 집회를 처벌하긴 해야겠는데 정면으로 지도부들을 처벌하자니 정치적 부담도 있고 해서 집회 참가자 가운데 사진으로 대충 가려낸 사람들을 고른 것이다. 그래서 당시 조사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조사를 받을 때에도 경찰은 8월 15일 집회만 조사했고 8월 3일 건은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조사받는 사람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네들 마음대로 혐의를 붙여서 그것도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벌금을 때린다. 70만원짜리가 4명, 100만원짜리가 9명, 200만원짜리가 4명이다.

 

1월 2일에 곧장 중앙지법에 가서 정식재판 청구를 하고 왔다. 내 주장이 받아들여질지, 벌금이 얼마나 깎일지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연말연초 분위기가 다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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