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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 점거농성

3월 9일 오후 5시경. 연락을 받은 대로 서울역 뒷편에 있는 철도공사 서울지방본부 앞마당으로 들어갔다.

생각으로는 많은 KTX 승무원들이 들어와 진을 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용해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거라 생각하고 다시 급히 나왔다. 땍이 샐까봐.

 

다행히 KTX 동지들이 얼마 뒤에 몰려와서 우루루 뛰어서 건물 앞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눈치를 챘는지 건물 안에서는 쇠봉 같은걸로 문을 걸어 놓았다.

이를 어쩌나 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사람들은 '지하주차장을 통해서 들어가자', '문을 깨자'는 말을 간간이 했다.

근데 갑자기 안에서 철도노조 간부들이 나와서 쇠봉을 내리고 문을 열어주었다. 아하!

역시 안에서도 우군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하여 여승무원들 250여명이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가방과 침낭, 깔개를 들고 단단히 농성 준비를 하고 왔다. 직원들은 당황하였는지 연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이어서 부산 KTX 승무원들이 건물 유리문 바로 앞에 자리잡았다. 그러니까 안쪽은 서울 KTX지부, 바깥은 부산 KTX 지부가 점거한 것이다. 앉자마자 방송시설을 설치하고 구호를 하고 손뼉을 치고 '나팔'을 분다. 그 나팔 소리가 꽤 커서 지나가는 직원들은 귀를 막고 지나갔다.

물품들도 속속 도착했다. 라면, 생수, 생리대, 깔개, 빵, 우유 등등. 이철 사장 만나기 전까진 안갈거란다.

 

그렇게 그들은 한사람 한사람으로서는 약하지만 뭉쳐서 큰 일을 하고 있었다. 계속 노래하고 구호외치고, 발언하다가 7시가 되어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주최 '재파업결의대회'가 열렸다. 정규직 남성 조합원들의 결의도 대단하거니와, KTX 서울과 부산 두 지부장의 발언도 만만치 않다.

임금을 높이자고 하는게 아니라는 것, 아파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쓰다 버리는 소모품처럼 되는 것을 거부하자는 것, 그래서 나도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살고 싶다는 것...

글로 쓰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누군가의 살아있는 입을 통해, 그것도 투쟁하는 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면 얼마나 정당하고 위대해 보이는지!

 

철도공사 이철 사장의 입장에서야 10조가 넘는 부채를 한푼이라도 줄이려면

KTX 여승무원 같은 힘없는 이들을 계약직으로 계속 유지하든지 자회사로 떠넘기든지 하여 인건비를 줄이고 싶을 것이다.

모든게 돈으로 보이는 이들은 피와 살이 있어서 움직이고 자기 권리를 제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미워 보일까?

 

집회를 마치고 사무실에 다시 들어 왔다가 새벽 1시쯤에 다시 가 보았다.

1층로비, 계단, 복도 할 것없이 KTX 동지들이 침낭을 깔고 다닥다닥 붙어서 자고 있었다. 불도 환하게 켜져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 등등 해서 쉽게 잠을 못잘 것 같기도 한데 겉으로는 다들 눈을 붙이고 있었다. 하루종일 집회한 복장 그대로, 누구는 모자를 쓰고 누구는 외투를 그대로 입고 양말도 벗지 않고...

 

침낭 밖으로 간간이 나와 있는 발이 눈에 띄었다.

열차를 쉴 새 없이 오가면서 노동했을 그들의 발. 투쟁하려고 매일 뛰어다니며 힘들어 했을 여성노동자의 그 발. 내일도 아침 7시면 일어나서 몸을 지탱하고 움직여야 할 발. 그 발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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