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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범국민대회 후기

에피소드 하나 - 군용헬기에서 울려퍼진 '애국가'

 

뜨거운 햇볕아래 둔포에서 수킬로를 걸어, 때로는 전경들과 맞장뜨고 때로는 길을 돌면서 끈덕지게 도두리 '평택 쌀 연구회' 건물 주변으로 모였다.

이미 앞서 온 노동자, 학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갈 곳 없는 길 끝에서 앉아서 쉬고 있었다.

열기를 식히다가 다시금 힘을 추스려 일어나서 각 깃발을 앞세우고 이리 저리 논둑길을 따라 철조망으로 나아갔다.

철조망을 따라 쭈욱 대열들이 끝없이 늘어서서 건너편을 쳐다 본다.

건너편에는 어김없이 군인들이 3-4미터 죽봉을 들고 주욱 늘어서 있다.

하늘에서는 군용헬기 몇대, 경찰헬기 몇 대가 계속 저공 비행을 하면서 소음을 내고 집회 대오를 위협한다.

특히 군용헬기에서는 경고방송까지 나왔다.

녹음된 여성 목소리로 "시위대 여러분, 이곳은 합법적인 군사시설보호구역입니다. 보호구역으로 무단으로 들어가면 군형법에 따라 처벌받게 됩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군인과 전의경들은 여러분들의 형, 동생들입니다. 폭력을 행사하면 안됩니다....빨리 해산하십시오..." 뭐 이런 레퍼토리였다.

 

그런데, 헬기 소음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는 선무방송이 끝나고 나서는 '애국가'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코미디같은 상황에 웃음이 안나올 수 없었다. 세상에, 애국가라니.

집회대오는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망나니들이니 애국가라도 틀어서 애국심을 일깨워주자는 것인가.

아님 이곳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지정해 놓은 곳이라는 것을 애국가를 통해 알려주는 것인가.

애국가를 틀면 집회대오가 애국심을 느끼고 행동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무슨 이유였든 간에 집회를 하면서 공권력이 애국가를 튼 것은 처음이었다.

 

대추리에서는 평화바람 방송차가 군인, 전경들을 향해 주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튼다. 나름대로 고도의 심리전이다.

근데 저들이 6월 18일에 튼 애국가는 심리전 수준에도 미달하는 아주 저질 코미디일 뿐이었다.

 


 
 
에피소드 둘 - 군인들은 경고도 반말로 해
 
철조망은 이중으로 쳐져 있다. 저쪽 군인들이 늘어선 곳에 한줄이 쳐져 있고
군인들과 집회대오 사이에 군인들이 파놓은 강물(시위대가 못들어오게 파놓은 것) 위에 또 한줄이 쳐져 있다.
철조망을 따라 늘어선 집회대오가 인간띠 잇기 행사를 시작했다.
사회자가 선언을 하고 풍물을 하고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높였다.
저쪽에서는 지휘관쯤 되는 군인이 메가폰을 들고 계속 경고를 해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그리고는 집회대열에서 일군의 무리들이 강물을 건너가 중간에 쳐져 있는 철조망을 상징적으로 끊어 놓고는
플랭카드를 몇개 걸었다. 그 과정에서 잘 들어보니 그 지휘관은 시종일관 반말로 협박조의 경고를 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현재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철조망을 훼손하는 것은 군형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빨리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추적하여 검거할 것이다. 다시 경고한다. 끝까지 추적하여 검거할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당연히 집회대오들은 열을 받았고 소리를 질러 맞대응했다.
"군인이라고 반말해도 되냐." "대민 예절교육도 안받았냐" "니네가 불법적으로 농지를 점령하고 있다" 등등
 
 
군인에게 저항하면 그게 자국민이든 아니든 적으로 간주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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