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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꽤 괜찮은 잡지에 보냈다가 도움정리 증명이 잘못되었다고 되돌아온 논문이 하나 있었다.

보통 그렇게 꼼꼼히 안 볼텐데 참고 문헌에 빠뜨린 사람 (X. Lu)이  레프리가 됐을거란 심증.

어쨌든 출산 휴가 지내고 와서 뭘 해야하지 어수선할때 책상에 앉게 해준 일거리가 되었다.

공동저자이긴 하지만 98% 내가 썼던 거라  자질구레한 계산이 웬수 같았지만 이걸 어째, 내가 고쳐서 보내면 논문이 되고 접으면 완전히 불쏘시개용이 될거라 꾹 참고 했다. 

그 도움 정리란 것은 어떤 함수의 미분가능성 을 보이는 건데 이 함수가 아주 간접적으로 정의된거라  그걸 보이기가 그렇게 1학년 calculus 수준은 아니었다.   처음에 잘못한 증명은 무슨 무슨 정리를 끌어와서 하다가 빵꾸났고   결국 아주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맞게 고칠수 있었다.  

 되야 되는데 왜 안되지, 이게 되야 출산 휴가가 정당화 될 것 같은 비합리적인 감정 상태가 될 무렵인가 하여간 어떤 느낌이 들었다. 뭐냐면,  함수가 공평 무사하게 정의된거라 만일 어떤 점에서 미분이 안되면  모든 점에서 미분이 안 되야 말이 될텐데  함수의 연속성은 자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모든 점에서 연속이면서 미분이 안 된다는 건데 그 함수가 정의된 상황은 그런 대상이 튀어 나올법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까짓게 미분이 되겠지, 아무렴,  이렇게 속편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만일  미분이 안되는걸 보이는게 목적이었다면 같은 이유로  순순히 수긍하고 그만두었겠지.

 

둘째를 가질까 어쩔까 생각해왔는데 지금은 뭐에 씌웠는지 망설이는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몇년 전과 비교해 나와 ZL의 생식능력이 떨어졌을거고 산전검사의 비교수치가 달라지는 만 35세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에, 그리고 'only child'란 말의 울림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되려고 한다. 연우가 통잠을 자기 전 힘들었던 이년반을 다 까먹었나?  어쩐지 두번째 아이의 잠문제는 그동안 물어다 놓은 정보와 도움될만한 싸이트를 총 동원하면 그렇게 힘든 과정은 아닐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망설이는 마음이 있다. 한국 사회안에  주변부의 촌스러움과 폭력 없는 곳이 거의 없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이대로 가면 곧 망할것 같은 종말론적인 심정때문에 그렇다. 연우가 서른이 된 미래가 지금보다 더 가혹하다면, 누구 말대로 전시가 되버린다면. 권력과 부가 지금보다 훨씬 소수에게 집중된다면.  정치적인 장난만이 아니라 원유 자원의 고갈이 현재 유가 파동의 원인이 되었지만 MB를 비롯하여 '할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마인드의 사람들이 들고 나오는건 '원자력발전'에다 우라늄 자원 고갈을 걱정하시어 '고속증식로'에 '핵융합'이다. (그건 그렇고 원자로는 오로지 전기 생산만 할 뿐인데 천연가스나 무연탄의 수입이 불안정하니 전력량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로 건설을 들고 나온다면 그나마 말이 된다만, 전기생산과 전혀 관계없는 석유 파동을 들먹이며 원자로를 열몇개나 더 짓겠다니.  MB 측근들 수준이 최저임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고 여기에 원자력 마피아가 엮여서 생긴 사단이겠지.)

30년 전, 60년 전, 90년 전 언제라도   아이의  well-being이 녹록하기를 예상하면서  아이를 낳아도 되었던 때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지금이라고 뭐 다를까, 항상 위태 위태했었는데. 이런식으로 마음이 묘하게 평온해진다. 하지만... 분명 내가 살고 있는 여기는  가파르게 위기 국면으로 올라가 조금만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세상 맞는것 같은데. 내가 몰라서 그렇지 늘상 세상이 이런식으로 '의인' 열명만 찾으면 파국을 면하는 곳이었고 한끗 차이로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어져 온 것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의 연속으로 어찌 어찌 여기까지 왔던걸까.  어쨌든 지금 위기 맞고 정신 바짝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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