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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의 첫마음 [2004.5]

새내기의 첫마음

 

4월 19일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실에 첫 발을 내디디고 3주가 지난 지금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 속에서 제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출근 전날 밤,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라며 불안과 걱정 속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근데 그것도 잠시 후원의 밤 준비에, 전반적인 분위기 파악에, 텅 비어 있는 머리 속에 뭔가를 하나 둘씩 채워 넣다보니 정리되지 않은 채 3주가 후딱 지나가버렸습니다.

 

요즘은 불안과 걱정보다는 야물게 하기 위해 의욕에 차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쉽게 지치지 않기 위해서 호흡 조절도 하면서 하나 둘씩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후원의 밤 때 일손을 거들어 주었던 이영환씨와 박강유성씨, 끊임없이 격려와 조언을 해주시던 열성 회원님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란 극히 작은 것 같았습니다. 하나 둘 모여 이루어지고, 이뤄 낸 모습에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맘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의 말벗이 되어드리는 재가자원봉사자들의 마음 씀씀이를 새삼스레 다시 한번 더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어버이날 전날에는 카네이션을 들고 박정희 간사님과 같이 할머니 댁을 찾아갔습니다. 사진으로, 글로 보았던 느낌과 어찌 비교를 할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카메라 셔터 눌리듯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건 다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분명 제 가슴 한 곳에서 아려오는 것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항상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저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제 가슴에 무언가는 새겨졌습니다. 저는 고졸 출신이라서 새터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3주는 새내기의 새로운 배움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신문으로, 텔레비전으로 접했던 그래서 저의 삶에 많이 떨어져 있던 일들이 이제는 어느덧 저의 살갗에 와 닿아있는 걸 느꼈습니다. 게을리 했던 근현대사 공부도 다시 시작해야함을 느끼며, 확실한 실무자가 되기 위해 컴퓨터공부와 일어 공부도 끊임없이 할 것입니다. 제대로 된 쌈닭이 되기 위해 배짱 또한 키워 나갈 것 입니다. 그리고 건방진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할머니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같이 할 수 있다면 같이 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버틸지도 모르면서 그런 큰 포부를 밝히냐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불합리함 속에서 상식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있는 사람이면 이 정도의 말은 나약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아직도 민주적이지 못한 위정자와 가진 자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모든 문제들 앞에 너무나 미약한 존재임을 알고 있습니다. 새내기의 가슴 속에서 뜨거움으로 차 있습니다. 문제 해결의 첫 출발은 격렬한 분노에 시작되어 진다는 그 말을 아직도 믿습니다. 지금도 격렬한 분노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5월 소식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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