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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18
    <21 Hungarian Dances>, Labeque Sisters.
    inforata

<21 Hungarian Dances>, Labeque Sisters.

헝가리무곡집 표지

 

헝가리 무곡은 어떤 하나의 특정한 감정을 노래한다기 보다는 여러 감정들의 기복을 노래하는 것으로 들린다. 온 세상의 슬픔을 담아내는 듯 하더니 별안간 힘을 내어 정진하고 춤추는 변덕스런 모양을 무려 각각의 21개의 곡들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슬펐다가 저렇게 열정적으로 투쟁하고 그렇게 기쁨을 맛본다는 변화무쌍한 스펙터클의 선율들은 그 지나친 변화무쌍함 때문에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 있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따로 떼어져 있다면, 21개의 곡들 중에서 슬픔, 열정, 기쁨을 각각 떼어내 새롭게 재조합한다면 훨씬 아련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의 변덕스런 마음도 따라잡지 못할 이 변덕스러움에 내가 유달리 애착을 지니는 것은. 그러니 선율의 묶인 흐름이 아니라, 선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변덕스러움 바로 그것이 지닌 어떤 매력이다.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나도 내 맘을 모르겠네. 그래서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 라베크 자매의 헝가리 무곡집은 훌륭하진 않더라도 실패하지 않는 선택일 수 있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 감정의 변덕스러움, 참을 수 없는 감정의 가벼움 그 자체를 투사하고 공명시켰던 것.

 

Labeque Sisters

 

여러 헝가리 무곡집의 버젼 중에서 유독 라베크 자매 연주에 애착을 가지는 데에서 나름의 고집스런 이유가 있다. 이 이유가 음악에 앞서는 것인지 혹은 내 스스로 사후적인 의미를 덧붙인 것인지 이제 와서 알 수 없는 형편이 되었지만, 알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은 그 이유라는 것이 정말이지 그 음악에 끈끈하게 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작가의 존재가 텍스트의 배경이 되어 마땅한가에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이 가벼운 감정/감상에 있어서 작가라는 배경은 비교적 무거운 효과를 낸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브람스가 아닌 비교적 가까이 있는 라베크 자매라는 배경만이. 하지만 이 배경이라는 것이 비운의 천재 또는 변태적 천재와 같은 위대한 작가의 신화가 아닌 변덕스러움이라는 신화라고 하기엔 일상을 직시하고 있는 듯한 무엇이다. 카티아 라베크와 마리엘 라베크 이들 자매 간에는 서로에 대한 변덕스런 감정들이 없지 않을 수 있었을까? 피아니스트라는 같은 같은 직업을 가지고 피아노 소리라는 말로 그 변덕스러움을 21개의 무곡으로, 그들 간에 존재했던 감정 섞인 대화를 재현하고 있는 어쩌면 재현이 아닐 수 있는 그 소리가 내가 아끼는 이 CD 속에 담겨 있다. 남의 자매 일에 안이한 유추를 감행한 결과지만 이젠 음악에서 떼어낼 수 없는 배경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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