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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술먹으니 ...

 

오늘 취재 나갔다가 꽤 고생했다. 이 부분은  취재 뒷이야기 디렉토리에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귀찮아서 그냥  묶을란다. 비 쫄딱 맞으면서 사진 때문에 대오 앞뒤로 뛰어다니느라 춥기도 했고...(근데 나온 사진들을 보면--;;) 사무실 들어와서 술 한잔 한데다가 후배도 사무실에 놀러 온지라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스케치 기산데 뭐...하는 맘에 기사도 대강 써버렸는데 막상 기사 쓰는것보다 업로드 시키는데 훨씬 고생했다. 나 원 참, 참 나 원, 혹은 원 나 참. 천상 난 사무실에서 밥이나 할 팔잔갑다.ㅠㅠ 여하튼 집에 와서 또 술 한잔 하고 나니까 추적거리는 날씨랑 노곤한 몸이랑 주중의 스트레스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묘한 기분을 만든다.


누구의 포스트인지 까먹었지만 ‘진보넷 블로그에 글 쓰는데 부담감이 느껴진다’ 란 글이 있더라. 어느 정도는 나도 공감한다. 막 뽀다구 나는 글을 써야한다는 것보단 속내 드러내기가 눈치 보인다는 거지. 한다리 내지 두다리만 건너면 대강 아는 사람들로 이뤄진 공동체라 그런 거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 먹은 김에 기분도 꿀꿀해서 옛날이야기 하나 써 볼란다. 다른 블로거들의 관음증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부대효과도 있을라나?


세상의 다른 모든 것처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거지만 ‘미선이’라는 밴드가 있었다. 멤버중 몇몇이 병역 때문에 흩어진지라 ‘루시드 폴’이라는 원 맨 밴드로 전환되었지. 그치만 사실 ‘미선이’는 알고 보면 꽤 유명한 밴드였다. 뭐 우리가 다 그렇듯이 나도 엥겔계수가 극도로 높은 생활을 해오고 있는데다 특히 책은 종종 사지만 음반에 대해선 극도로 소비절약을 하고 있지만 미선이껀 테잎과 씨디를 합쳐서 몇 장을 소장했었을 정도다..


지금에사 비주류인척 하는 주류인 이현우, 윤도현등 덕에 혹은 시류따라 인디씬에서 오버그라운드로 연착륙한 몇몇 밴드들 덕에 혹은 난체 하고 싶어하는 스노브들덕에 이렇고 저런 밴드들이 모던락이란 간판을 내걸고 꽤 인기를 끌고 있지만 98년 99년 즈음의 미선이는 나름대로 대단한 모던락 밴드였다. 아으 기회주의적으로 비주류를 참칭하는 수많은 주류들의 세상에서 진정한 비주류란 무엇인가?


머 쉽게 말하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하는 밴드였지만 엄청 드라이한 음악을 했었지..어케 보면 청승 모던 틱하고 미소년 추종자들이 좋아할 만한 밴드였지만. 글쎄...이 밴드가 정말 맘에 들었던 이유는 가사, 멜로디 라인, 보컬, 리듬 모든 것에서 완벽성을 추구하는게 엿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미선이 1집이었던가 2집이었던가는 모르겠는데 내가 꽤 뻑 갔던 노래의 제목은 ‘치질’이었다. 그 뿐이던가? 90년대 말 그 때부터 언론개혁, 국가보안법 문제들을 간간히 유치하지 않게 다룬 가사들을 보고 ‘뭔가 좀 다른데 ...’ 하다가 미선이의 리드싱어가 메아리 출신인데다가 민주노동당 당원이란 말을 나중에 듣곤 ‘하하 역시 우리 편이군’ 하고 혼자서 웃었기도 했었다.(이런걸 보면 나야 말로 원단 스노브다.)


여하튼 미선이가 갑자기 생각난건 엊그제 꿈에 XX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XX는 지금 SBS주말드라마에서 박예진의 동생이자 박은혜의 언니로 나오고 이요원이 시집가기 전에 장혁이랑 같이 나온 쓰레기 같은 드라마 ‘대망’에 출연한 어떤 탤런트를 지칭하는게 아니다. 바로 XX 때문에 미선이도 생각이 났다. 하이퍼텍스틱한 사고? 혹은 서지학적 사고? 하여튼.


제대후 복학 직후에 본의 아닌 스캔들을 잠시 일으켰었지만 그 스캔들은 금방 정리가 되었고 내가 ‘짝’사랑 하게 된건 XX였다. 돌이켜 보면 그닥 스타일이 빼어난 건 아니지만 동그란 눈, 오똑함을 넘어 거의 뾰죡한 코, 도톰한 입술과 나지막하면서 맑은 목소리의 소유자였던 바로 그 XX.....


XX한테 관심을 두면서부터 경쟁자들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다행히 XX는 그 경쟁자들한테 별 관심이 없더라.^^ 다만 XX가 짝사랑한 선배가 있었다는건 알았지--;;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즈음에도 역시 난 좀 외강내유하는 척했지만 XX랑 둘이서 술 먹을 땐 종종 징징거리기도 했었다. XX는 그 때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족들 이야기 힘든 자매 이야기도 해줬더랬지. 그런 대화들을 나눌땐 혹여~ 하는 기대도 했었는데 알고 보니 나 말고도 그 이야기 들은 사람들이 몇몇 더 있더라 ㅠ.ㅠ 글쎄...그 때 좀 더 징그럽게 따라다녔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내 생일 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날 내 이마에 XX가 뽀뽀를 해준 날, 역설적으로 난 ‘아 끝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지금 XX는 어디 있을라나? 아산 어디 깨 현장에 있다던 XX는 아직도 거기 있을라나?


근데 왜 그 때 XX는 자기 운동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권유하지 않았을까? 내가 영문과라서? 내 선배들이 ㅇㅇㅇ출신이라서? 아니면 나란 인간이 별 영양가 없다고 판단해서? 하긴 나도 그 때 XX한테 내가 고민하는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 한 기억은 없다. 왜 그랬을까?


사실 마음만 먹으면 두다리 정도 거쳐서 XX가 어디  있는지 확인 할 수도 있지 싶다. 가끔 그런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그치만 휴..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가끔씩 꿈에 나오는, 혼자 술 먹을때면 기억나는 XX... 어디서든 건강하고 자중자애하길 바랄 밖에.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만나서 둘이 술먹고 싶은 XX...그 때도 가슴이 콩닥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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