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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오늘(9.10) 멕시코 칸쿤에서 이경해 열사 자결

2003년 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리던 멕시코의 휴양도시 칸쿤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 열사가 할복 자결했다. 이경해는 한국 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회장, 한국 농어민 신문사 회장, 전북도 의원등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인물이었다. 그는 이미 199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펼쳐진 GATT반대 시위에서 할복한 바 있으며 2003년 2월에도 한달간 제네바의 WTO본부 앞에서 항의농성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경해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무엇이었나? 세계화, 좀 더 좁혀 말하자면 WTO, 더 좁혀 보다면 WTO 농업협정이 바로 그것이다.(WTO Agreement on Agriculture) 그리고 그 뒤에는 이미 한국 곡물 수입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적 식량 메이저 카길(Cargil)이 있다. 심지어 농업 우르과이 라운드 협정의 기본판을 기초한 사람은 미농무차관 출신의 카길사 부회장이었던 댄 암스투츠이기도 하다. 카길과 WTO농업협정의 목표는 정확히 일치한다. 그것은 바로 남반부 시장의 개방과 농민농업을 기업농업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WTO규정은 무역에 대한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식량이 어떻게 생산되고 누가 식량생산을 통제하는지 결정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카길사의 아시아 시장 장악이 있다. 자족적인 아시아 식량경제를 의존적 경제로 변화시키는 것, 바로 그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카길에 대해 좀 더 짚어 보도록 하자. 흔히 세계 5대 곡물 메이저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있다. 카길 외에도 루이 드레프스, 앙드레, 인터콘티넨털등이 그에 꼽히는데 99년 11월 카길은 인터콘티넨털의 곡물 사업 부문까지 인수했다. 카길의 02년 매출은 508억 달러, 순익은 8억2천만 달러. 상장 되지 않은 미국 개인 기업 중에 가장 큰 규모, 75인의 친인척에게 집중된 주식 수, 박정권 당시 쌀 수입과 미국 의회 로비를 둘러싼 박동선 게이트의 배후.

 

 

농민을 죽이고 농업을 죽이고 세계의 목줄과 먹거리를 자본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 카길과  WTO농업협정의 목표이고 이경해 열사는 그것을 폭로하며 전세계 농민과 민중을 대신해서 자결한 것이다. 어제부터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전국의 농민들은 쌀관세화를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다. 이미 어제 그들은 90여대의 트랙터를 스스로 몰고 자신들의 목숨과도  같은 쌀을 갈아 엎었다. 꿇고 죽을 것인가 일어서서 살 것인가라는 갈림길 가운데 한국 농민들은 후자를 택했다. 오늘 우리는 이경해다.

 

이경해 열사가 자결한 바로 그 날 사파티스타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칸쿤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일부를 인용함으로 끝을 맺겠다. 

 

"우리들 모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상 안에서 살되 종으로 살든가 아니면 세상 밖에 있으라는, 즉 삶을 버리라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종으로 살든가, 아니면 죽으라는 이 선택을 따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안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세상에 인간성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다섯 대륙 곳곳에 살고 있는 민중들의 손아귀에 그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대안의 세계는 가능합니다.형제자매 여러분, 전세계에 걸쳐 세계화 프로젝트에 대한 이견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자들은 복종과 냉소주의, 어리석음, 전쟁, 파괴, 그리고 죽음 등을 세계화하려 합니다. 아래 있는 사람들은 저항과 희망, 창조성, 지성, 상상력, 삶, 추억,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의 건설을 세계화하려 합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와 정의가 넘치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라는 죽음의 열차가 칸쿤은 물론 세계 모든 지역에서 탈선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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